저서 재판 발간
이번에 저의 졸저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의 수정 재판이 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이 책이 성균관유도회대구본부에서 발행하는 ‘유림신문(儒林新聞)’에 아래와 같이 소개되어 이 기쁨을 함께하고자 겸하여 알립니다.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
그간 우리 신문 논단란의 필자로 활약해 온 장진호 박사가 이번에 저서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를 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래로 옛 선비가 지녀야 할 소양으로 일컬어진 문(文)·사(史)·철(哲)을 현대의 지식인도 그대로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이란 문자 그대로 글이다. 한 편의 시나 작은 수필도 글이요, 성현의 말씀인 논어, 불경, 성경도 다 글이다.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으나 그 속에는 다 사람이 가야 할 길이란 게 새겨져 있다. 어떻게 살아가야 바른 길인가를 말하는 길이 거기에 들어 있다. 즉 도(道)가 거기에 담겨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문을 도를 담는 도구라고 하였다. 문은 재도지기(載道之器)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도라 하면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커다란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란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바른길이다. 길을 잃으면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집을 찾을 수도 없다. 그러니까 선비는 글을 읽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삶의 바른길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文)이 선비가 품어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뽑힌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사(史)란 역사다. 역사란 한 마디로 어지러움과 다스림의 발자취다. 다툼과 평정, 일어남과 멸망함, 다툼과 평화가 거기에 나타나 있다. 그것을 보고 선비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가를 판단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옳은 것을 따라 살아야 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그래서 선비는 역사에서 삶에 대한 방식과 올바른 판단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철(哲)이란 철학이다. 왜 철학을 알고 지녀야 할까? 철학이란 지혜이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지혜를 얻는 학문이다. 세상에는 표면적인 사상(事象) 그 아래에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원리가 있다. 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뿌리와도 같다. 뿌리가 없는 나무는 살지 못한다.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는 이유는 그것을 알기 전보다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이 살아갈 때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 때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비는 그 사회의 최상층에 존재하는 무리다. 자기도 바르게 살고 남도 바르게 깨우쳐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선비는 문(文)·사(史)·철(哲)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비는 오늘날 말로 하면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바른 지식을 갖고 바르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선비와 지식인이란 말은 시대를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그러나 그 근저에 있는 소양이야 어찌 다르겠는가? 오늘날의 지식인도 문(文)·사(史)·철(哲)에 대한 깊은 소양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오늘날의 지식인은 누구인가? 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 기업가, 종교인 등 상위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을 위하여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현대는 지식이 평준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文)·사(史)·철(哲)에 대한 나름대로의 소양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80여 생을 살아오는 동안 기쁜 일도 겪고 수많은 고뇌도 겪었다고 하면서, 그 속에서 틈틈이 선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또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낀 일들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선비’는 과거라면, ‘지식인’은 현재다. ‘선비’가 전통이라면, ‘지식인’은 현대다. 과거는 현재에 이어지고, 전통은 지금에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온고지신이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옛것의 바탕 위에서 새것을 창조해야 한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선비와 지식인의 대화’라고 말한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때때로 생각한 것들 중 자기 나름대로의 문(文)·사(史)·철(哲)이라 감히 생각되는 것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았다고 하면서, 혹시나 옆에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들여다보면 유익하겠다는 일말의 생각이 들어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서 선비와 지식인이 나긋나긋한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