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밀렵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총기와 덫.올무.독극물 등 가능한 모든 도구와 극약을 동원해 민가 주변 야산과 하천변, 깊은 계곡에서 자행되는 밀렵에 야생동물의 씨가 마르고 있다."몸에 좋다"는 속설이 부른 몬도가네식 포식이 밀렵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호사가들의 구미를 채워주고 돈을 벌려는 전문 밀렵꾼과 판매조직이 활개를 칠수록 야생동물의 신음소리가 높다.
△밀렵현장=지난달 27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안동지회와 안동시, 안동소방서가 함께 실시한 안동시 남선면 갈라산 일대 밀렵도구 수거작업 현장.산 5부 능선에서 수색을 시작한 지 20분도 안돼 지름 50cm 크기의 하늘을 향해 톱날을 벌려 놓은 듯한 모습의 철제 덫이 발견됐다.
대형 동물을 잡기 위한 것.
산을 좀더 오르자 덫에 걸려 이빨을 드러낸 채 고통스럽게 죽은 너구리가 발견됐다.
덫에 걸린 뒤 몸부림을 친 탓에 발목은 너덜너덜하게 부러져 있었다.
인근 화전입구에서 목격된 광경은 더 처참했다.
덫에 뼈가 드러난 2개의 고라니 발목이 걸려 있었다.
3시간의 수색작업 동안 수거한 올무와 덫은 무려 100여개나 됐다.
능선 한 곳에서만 수거한 밀렵도구가 이 정도이니 전체 밀렵은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되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총기를 이용한 밀렵도 극성이다.
충청도.강원도가 올겨울 순환수렵장으로 개장된 뒤 그곳의 엽사들이 접경지인 경북 북부지역으로 불법 원정사냥에 나선 때문.
충북과 강원, 경북의 삼도 접경지역인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와 단산면 마락리 일대에는 이들이 밤낮없이 출몰, 총질을 하는 상황이 한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곳이 소백산국립공원지역이어서 수렵이 원천 금지된다는 경고문이 무색할 지경이다.
주민 이모(67)씨는 "총기사고를 당할까 봐 산에 약초캐러도 못간다"며 불안해 했다.
충북 단양군과 인접한 예천군 상리면도 비슷하다.
단양에서 넘어온 밀렵꾼들이 밤마다 사냥개까지 동원해 야생동물을 닥치는 대로 포획하고 있다.
영양군 일월산 일대도 밀렵꾼들로 몸살을 앓는다.
깊은 산세로 멧돼지와 오소리 등이 많은 데다 인적도 드물어 밀렵 최적지로 꼽혀 매년 밀렵꾼들이 득실거린다.
△밀렵동물 판매=현지 주민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전문꾼들이다.
안동시 북후면 학가산 일대를 무대로 삼는 밀렵꾼들의 경우 단양에서 원정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밀렵을 계획한 산지의 지형과 동물의 습성까지 감안해 덫과 올가미를 손수 맞춰 제작할 정도의 프로들.이들은 중간수집상과 연계해 밀렵한 동물을 매매한다.
멧돼지 150만~250만원, 오소리 100만원, 고라니 30만원선에 거래된다.
전문 밀렵꾼들은 한 철에 야생동물 수십마리을 잡아 5천만원 이상을 벌기 때문에 밀렵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중간상들은 수집한 야생동물을 주로 도시의 전문음식점과 건강원 등에 공급한다.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여 적발이 어렵다.
경북 북부지역에는 시.군별로 2개 정도의 중간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돼지콜레라 보균조사 등 학술연구를 위해 수의검역원에서 조수포획을 허가받은 엽사들이 부실한 관리 감독을 악용해 밀렵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단속=자치단체나 경찰의 단속은 종이호랑이다.
이들은 인력과 예산부족을 핑계로 단속업무를 거의 포기한 형편이다.
작년과 올해 청송.영양.안동.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 시.군과 경찰이 밀렵을 단속한 실적은 10건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것도 주민들과 관련 민간단체의 신고로 이뤄진 것.이런 중에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의 단속은 단연 돋보인다.
북부지역의 경우 회원 80여명이 매년 11월부터 4개월간 10개팀을 구성, 매일 주.야간 단속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