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열전(史記 列傳), 백이열전 중 일부1
*或曰, “天道無親, 常與善人”, 若伯夷.叔齊, 可謂善人者非邪?, 積人絜行如此而餓死!, 且七十子之徒, 仲尼獨薦顔淵爲好學, 然回也屢空, 糟糠不厭, 而卒蚤夭, 天之報施善人, 其何如哉?, 盜蹠日殺不辜, 肝人之肉, 暴戾恣睢, 聚黨數千人橫行天下, 竟以壽終, 是遵何德哉?, 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 若至近世, 操行不軌, 專犯忌諱, 而終身逸樂, 富厚累世不絶, 或擇地而蹈之, 時然後出言, 行不由徑, 非公正不發憤, 而遇禍災者, 不可勝數也, 余甚惑焉, 儻所謂天道, 是邪非邪?시사비사?(혹왈, “천도무친, 상여선인”, 약백이.숙제, 가위선인자비야?, 적인결행여차이아사!, 차칠십자지도, 중니독천안연위호학, 연회야루공, 조강불염, 이졸조요, 천지보시선인, 기하여재?, 도척일살불고, 간인지육, 폭려자휴, 취당수천인횡행천하, 경이수종, 시준하덕재?, 차기우대창명교저자야, 약지근세, 조행불궤, 전범기휘, 이종신일락, 부후누세부절, 혹택지이도지, 시연후출언, 행불유경, 비공정불발분, 이우화재자, 불가승수야, 여심혹언, 당소위천도, 시사비야?)
노자는 도덕경 제79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천도는 사사롭게 가까이하는 바가 없고, 늘 선한 사람과 함께 한다”.
그렇다면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인을 쌓고 행실을 깨끗이 했는데도 굶어 죽었다.
또 공자는 일흔 명의 제자 가운데 오직 안연만이 학문을 좋아한다고 칭찬했으나 안연 역시 늘 가난해 술지게미와 쌀겨조차 배불리 먹지 못하고 끝내 요절하고 말았다.
하늘이 선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준다면 어찌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춘추시대 말기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 간을 회 쳐서 먹었다.
포악무도한 짓을 자행하며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했지만 끝내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이는 도대체 그의 어떤 덕행에 따른 것인가?.
이는 여러 사례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만 언급한 것이다.
근래의 사례를 보면 하는 일이 정도를 벗어나고, 법령이 금하는 일을 일삼는데도 편히 즐기며 그 부귀가 대대로 이어지는 자가 있다.
반면 걸을 때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할 때도 때를 기다려 하고, 길을 갈 때도 옆길로 가지 않고, 일을 할 때도 공정하지 않으면 분발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자가 부지기수로 많다.
이는 매우 당혹스럽다.
만일 이것이 이른바 천도라면,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니면 그른 것인가?.
*위 부분은 사마천의 사기 열전(史記 列傳) 중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일부를 발췌해 본 것입니다.
*사기 열전(史記 列傳)은 사기 중 압권으로 불리며 내용과 문체가 만연체로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사마천이 해당인물의 특징적인 면모만 선별적으로 기록해 놓은 덕분이라고 하며, 사기 총 130편 가운데 절반이 넘는 70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열전에는 백이와 숙제를 시작으로 한문제때까지 활약한 귀족. 관료. 장군. 책사. 자객. 토호. 은자. 미희 등 온갖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 기준은 선(善)과 의(義)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고 이치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원망의 취지를 담고 있고, 그리하여 열전은 이상과 현실의 괴뢰를 따지는 데서 출발한다고 하고, 모택동은 중국에는 두 편의 대작이 있는데, 사마천의 사기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이 그것이라고 하였다 합니다.
*백이열전은 고죽국(孤竹國)의 공자 백이와 숙제의 인품을 적고 있는데, 백이와 숙제는 서로 사양하면서 끝내는 둘 다 보위에 오르지 않았고, 무왕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다른 신하들이 무서워서 말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당당하게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의 견해를 말했으며, 나라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충성심을 보였으나, 두 사람 모두 굶어 죽고 말았는데, 이로 인해 채미가(采薇歌)가 탄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위 글은 앞서와 같이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하늘이 도리이고 이치이나 실제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원망한 취지의 글입니다.
*사마천(司馬遷, 자는 子長, 기원전 145년~86년, 한경제의 치세인 기원전 145년 전후에 사관으로 재직한 사마담의 아들)의 필생의 역작 사기(史記)(太史公記, 또는 太史公書로 불리기도 함)는 오제부터 한무제까지 제왕의 역사를 기록한 본기(本紀), 역대 제왕과 제후의 연표를 기록한 표(表), 고대 중국의 역법, 치수, 경제를 기록한 서(書), 역대 제후와 공신들의 연대기인 세가(世家), 정치가, 학자, 군인, 자객, 해학가 등 각종 인물의 흥망사를 기록한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사마천은 한무제 때 천문역법을 관장하는 태사령이 된 후 49세 때 황제를 무고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되었으나 부친의 유한과 사마천 개인의 통한을 승화시킨 작품인 사기를 작성하기 위해 당시 죽음만도 못한 것으로 여긴 굴욕적인 궁형(宮刑, 거세형)을 자청해 죽음을 면한 후 세기의 역작 사기를 저술하여 후대에 역사를 거울로 삼아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이치를 깨닫는 사감(史鑑)의 전형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사기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대의멸친(大義滅親)으로, 치국평천하의 대의를 위해 친인척으로 상징되는 소의(小義)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마천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극도로 싫어하는 호리오해(好利惡害)를 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했고, 사기 중 열전은 사기 총 130편 중 70편에 달하는 것으로 사기의 꽃에 해당한다고 하고(열전을 읽지 않으면 사기를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열전만 따로 번역한 책이 많이 출간되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