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마음으로 리네커는 런던의 거리로 들어섰다.
PM 5시 20분...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방송국을 나선 탓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가만있자... 약속 시간이 7시이니...
흠...애매하군.
어떻게 한다...
그래... 먼저 가서 기다려야겠군.
(오른 손에 들린 노트북가방을 내려다 보며...)
이 녀석과 할 얘기가 참 많을테니 말이야...
피카딜리 광장 중심가에 있는 한 고풍스런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포트넘 앤 메이슨...
무려 3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
어서오십시요.
지배인으로 보이는 듯한 중년의 신사가 반갑게 맞는다.
예약은 하셨습... 아 당신은...
리네커씨군요. 이렇게 당신을 직접뵈다니...
오늘 퇴근 하고나면 집에 돌아가서 할 말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선수 시절에는 골로서 절 감동시키시더니...
요즘에는 입담도 대단하십니다. 리네커씨 때문에 전 BBC만 시청한답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 그런데 예약은 7시로 되어있는 걸로 알고있는데요...
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요. 7시까지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지배인은 잠시 홀을 둘러보다가 말한다.
아 오늘은 마침 빈 테이블이 있군요. 없어도 만들어드렸을테지만...하하하
우선 이쪽에 앉아서 기다리시죠.
시간이 되면 예약하신 자리로 옮겨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소 조용하고 조촐하게 식사하는 것을 즐기던 리네커였기에
이 유명한 레스토랑은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들이라 한 번 거하게 산다고 오긴 왔는데...
먹다가 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노트북에 시동을 걸고, 안경을 쓰면서 주절거렸다.
가만있자...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대충 된 거 같은데...
그래도 아직 내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으니...
정확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지.
그나저나 날 보조해줄 스텝들이 필요한데...
오늘 만날 두 녀석은 어떻게 해서든지 끌고 가야할테고...
전술 담당코치와 체력담당코치...
공격담당코치, 수비 담당코치...
가장 중요한 수석코치를 구해야겠군.
흠... 감독이라는 게 정말 만만치가 않단 말이야...
그래도 이 녀석들이 내게는 첫 단추이니 만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지.
어떻게 해서든지 설득해줄테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의 곁으로 지배인이 웃음을 머금고 다가섰다.
리네커씨 자리를 옮겨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일행분도 오셨네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2M는 되는 듯한 거구의 몸집에 인중을 덮고 있는 콧수염... 그리고 말총머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인자해 보이는 얼굴을 한 사내가 서있었다.
오 David... 이게 얼마만인가...
자네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만 그래...
캡틴도 그대로 인데 뭐...하하하
(주-리네커는 90년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의 주장이었습니다.)
두 사내는 가볍게 포옹했다.
자 저쪽자리로 가자구...
그나저나 이 녀석은 왜 안오는거야...
하여간 이 녀석은 나이가 들어도 제 멋대로인건 여전하군...
일행분이 마저 오시면 주문 받도록하죠. 좋은 시간 되십시요.
지배인이 자리 안내를 마친후 사라졌다.
그래 David 그간 어떻게 지냈나...
요즘은 뭐...
애들 커가는 거 보는 낙으로 살고 있지.
은퇴하고 가족하고 보내는 평온한 삶도 나름 괜찮은 거 같고 말이야...
하지만 요즘도 거널스의 경기는 빠짐없이 보고 있어.
레만... 이 친구 때문에 속터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구. 하하하
자네 열정만큼은 아직도 대단하구만 그래.
두 사나이는 마주보며 웃었다.
우당탕탕...왓하하하하하...갑자기 레스토랑 입구쪽이 시끄러워졌다.
한 사내가 작은 소년을 들쳐메고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뭐야... 우리 일행이 Gazza 저 녀석이었어?
David가 물었다.
리네커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놈 철딱서니는 40이 다 되어도 여전하구만 그래
David가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다.
작은 소동이 마무리 됐는지...
지배인을 따라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저만치서 레스토랑이 떠나갈듯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캡틴...
오랜만에 내게 연락을 다해주고...
너무 반가워서 없는 돈까지 빌려서 비행기 타고 왔잖아. 하하하하하...
으이그... 이 놈의 교양머리는...
리네커는 잠시 망설인다. 이 꼴통을 정말 데려가야하나...
어라... 나만 보자고 한게 아니었네.
개스코인이 David를 보며 말한다.
이 영화배우는 왜 부른거야...
미스터 시갈... 요즘 가라데 도장이 잘 나간다며... 와하하하하하
사람좋은 David가 같이 따라 웃으며 말한다.
정말 오랜만이네 Gazza... 하하하...
(대부분의 사람들과 친하지 못한 Gazza였지만... David와 리네커는 그를 무척 아꼈다.
그 천부적인 재능도 이유라면 이유였겠지만... 특히 David는 90년 월드컵 당시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었고... 매우 상심이 컸던 그 시기에 Gazza의 지나친 쾌활함이 그를 지탱해준
큰 힘이었다. Gazza역시 자신을 아끼는 두 사람을 잘 따랐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 모이셨군요. 하하하하... 자 이제 주문하시죠. 여기 메뉴가 있습니다.
지배인이 메뉴판을 각자에게 놓아주며 말했다.
난 늘 먹던걸로...
Gazza가 웃으며 말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지배인은 웃으며 말한다.
손님, 유감입니다만...여기는 빅맥세트를 팔지 않습니다만.
아... 여긴 맥도날드가 아니었나...와하하하하
조용히 웃으며 리네커가 말한다.
여기서 가장 좋은 음식으로 준비해주시죠.
오늘 이 녀석들에게 제가 제대로 한 턱 내기로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곧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메뉴판을 들고 지배인이 사라졌다.
자네들 모두 맛있게 먹어야하네...
나도 적응은 잘 안되지만 말이야.
캡틴... 근데 뜬금없이 왜 부른거야...
그냥 보고싶어서 부른건 아닐테고...
이렇게 좋은 걸로 한 턱 내는걸 보니...
뭔가 냄새가 나는데...
빨리 얘기하는게 좋을거야...
난 다 먹고나면 배째라고 할지도 모르니까...와하하하하하
Gazza가 유쾌하게 말했다.
하하하... 일단 맛있게 먹게.
얘기는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하자고.
9편을 기대해주세요...
David 누군지 아시겠어용??? @@
첫댓글 데이비드 시먼같군요.
빙고 ^^
아....님 자서전 읽다보면..ㅋㅋㅋ 잉글랜드 축구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다는;;;;;;;;;;ㅋㅋㅋㅋㅋㅋ 건필요.ㅋㅋㅋㅋㅋㅋ
저도 요즘 이것 저것 자료 찾아가면서 쓰는 중이에요. ㅎㅎ
너무 재밌어요...
감솨~~~ ^^ 님도 홧팅이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시는 빽님~
오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랍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가끔 들려서 읽어주세요 ㅎㅎ
정말 제대로된자서전이네요ㅎㅎ근데시즌시작되고하면 에프엠돌리면서 하실건가요?
어이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축구지식이 상당히 들어있어서 정말 유익하네요!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데이빗 시먼,폴 게스코인 ㅋㅋ 중독성있는자서전이네요 연제 계속계속해주세요
윽 잉글 축구에 잘 모르는 저로서는 실제인물들이 하는 말들을 상상할수가 없다는 ㅠㅠ 어떤모습으로 말을 하는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