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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사설 “국힘당 패배하면 윤 정권 레임덕”
근본적으로 뒤틀려 있는 일본 우익의 한국인식
"일본과의 유착이 곧 한국의 이익" 줄기찬 선전
아사히 칼럼 “자민당 간부 모두 거짓말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중의원(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려 국회로 들어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해 직접 해명할 예정이다. 2024.02.29. 교도 AP 연합뉴스
“윤 씨 지지율은 부지지(‘지지하지 않는다’)율을 밑돌고 있다.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물가 상승과 심각한 저출산에 유효한 방도를 내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4월 총선거와 관련해서도 여당인 국민의힘과 국회에서 최대 의석을 지닌 좌파계 최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길항)하고 있다. 여당이 패배하면 윤 정권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일 사설이다.
“국힘당 패배하면 윤 정권 레임덕”
이 사설은 이어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내정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대일 강경노선을 내세우는 정권이 많았다. 정권교체로 한일관계 개선이 후퇴한 적도 있다. 윤 씨는 일본과의 양호한 관계가 한국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초지일관) 끈질기게 호소해 주기 바란다.”
우익 아베 신조 정권의 기관지 노릇을 자처했던 극우 <산케이신문>과 함께 일본의 대표적 우파 신문인 <요미우리>의 이날 사설은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지배세력의 한국 및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을 나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요점은 국민의힘 당이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약 2년 간에 걸쳐 닦아 놓은 한일 유착관계가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이날 사설 제목이 “윤 대통령 연설, 한일 개선의 흐름을 불가역적으로”다. 이 좋은 한일관계의 흐름를 다시 역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일본의 주류 보수우파 세력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당이 패배하면 윤 정권은 힘을 잃고 사실상 통치 불능상태에 빠지는 ‘레임덕’을 피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윤 정권이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 온 한일관계, 일본 보수우파 주류가 환호하고 감격해 마지 않았던 한일관계가 다시 역전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좌불안석이 돼 있는 일본 내 공기가 느껴진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2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이후 3개월여 만이다. 2024.02.23. 로이터 연합뉴스
근본적으로 뒤틀려 있는 일본의 한국인식
이 사설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듯이 일본 보수우파 주류의 한국인식, 한국관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는 무지 탓이거나, 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문제의 본질을 회피해 가려는 고질적이고 부도덕한 가치관이나 세계인식 탓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내정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대일 강경노선을 내세우는 정권이 많았다”는 구절인데, 말하자면 역대 한국 정권은 내정(통치)에 문제가 생기면 유권자의 관심을 나라 바깥으로 유도해 자기잘못을 남탓으로 돌리는 짓을 늘상 해 왔고, 그 억울한 피해자가 바로 일본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과거 일제가 저지른 비인도적 전쟁범죄인 강제동원에 대한 한국 피해자들의 정당한 배상 요구를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거부나 반대, 곧 ‘반일’로 몰아감으로써, 문제를 한일 간의 민족감정으로 왜곡해서 전쟁범죄 사실 자체를 은폐하고 배상 요구를 오히려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일본 돈 갈취 행위로 몰아 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들을 자발적인 ‘매춘부’로 몰아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해 온 파렴치한 수법과도 다르지 않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전범국 일본이 동서냉전과 함께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적국이었던 미국의 최대 동맹국으로 변신한 뒤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그때 이미 물건너갔다. 오히려 한국전쟁 군수병참 기지가 돼 부자가 된 일본에게 한국의 역대 정권은 지원을 요청하면서 침략과 식민지배 사죄와 배상 문제는 제대로 입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일본을 점령했던 미국도 일본을 껴안아야 했던 냉전전략 때문에 한국 쪽의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그것을 공개적으로 증언하고 일본에 대해 본격적인 배상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의 전국민적인 항쟁 이후, 즉 민주화되고 난 뒤의 일이다. 그때까지의 역대 군사정권은 일본과 미국의 그런 요구에 철저히 묵종했다.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가 국제적인 인권문제로 부각되고 일본정부가 ‘고노 담화’ 등으로 처음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수치와 고통을 무릅쓰고 자신의 처참한 실체험을 공개증언한 뒤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청년의 힘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열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마치며 참석 청년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4.3.5. 연합뉴스
요미우리 주장 한국 ‘강경노선’의 실체
한국 민주화 이후 비로소 한국에선 일본의 과거 범죄사실에 대한 공개적인 증언과 고발, 배상 요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요미우리>가 한국 쪽이 내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하면 대일 강경노선을 내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 내의 이런 변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화 이전까지 고분고분했던 한국이 그 이후 일본에 공개적으로 일제의 전쟁범죄 문제를 제기하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평화국가’ 이미지 뒤에 과거를 숨겨 온 일본 보수우파 주류 지배세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것이 <요미우리>가 얘기하는 한국 정부의 ‘강경 노선’이다.
자국민을 향한 일상화된 프로파간다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한 채 고분고분했던 민주화 이전 군사정권 시대의 역대 한국정권은 부드러운 ‘유화 노선’을 취했고, 민주화 이후 일본이 숨겨 온 과거 전쟁범죄에 대해 제대로 발언하면서 침략과 식민지배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시절의 ‘민주화 이후 정권’들은 ‘강경 노선’을 취했다는 엉뚱한 도식화다. 그것도 거꾸로 뒤집힌 도식화다. 그리하여 민주화 이후 한국 정부들을 모조리 내정 실패를 감추기 위해 대일 강경 노선을 앞세운 정권으로 왜곡하면서, 그 때문에 죄 없는 일본을 겨냥해서 내정 실패를 호도했다는 식으로 꿰맞추었다. 그것이 자민당 장기집권을 위한 일본 보수우파 주류의 일상화된 프로파간다다. 미국은 그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늘 침묵으로 일본편을 들었다.
이것은 일제 과거 전쟁범죄 진상규명과 사죄, 배상 요구를, 반일 민족감정에 사로잡힌 한국인들이 일본이라는 국가나 일본국민을 이유없이 헐뜯고 돈이나 받아내려는 저열한 ‘반일’행위로 몰아가는 수법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는 자민당 우파 지배세력이 자국민의 올바른 과거사 인식과 한국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로막아, 과거 군국주의 일본제국 전범 출신들 다수가 과거청산도 없이 패전 뒤에도 지배세력으로 군림해 온 정치집단인 자민당의 영구집권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즉 ‘내정 파탄 상태에 빠진 역대 한국 정부들이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려 일본을 희생양으로 삼는 강경 노선을 취했다는 천편일률적이고 판에 박힌 역대 자민당 정부의 레토릭(수사)은 자국민을 향한 내치용 선전문구이기도 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2024.2.13. 연합뉴스
요미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불씨‘
사설 게재 사흘 뒤인 3월 7일 <요미우리>의 “한일관계는 개선된 지 1년, 전 징용공문제에는 ‘해결책‘…다음 달 한국 총선거에 ’불씨‘를 남겨”라는 기사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3월 중 방한은 무산됐지만, 총리는 4월의 한국 총선거를 의식해 주변 사람들에게 ‘윤씨에게 보탬이 된다면 언제라도 방한하겠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를 했다.
“전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정부는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된 원고들에 대해 해결책(제3자 변제)에 따라 정부 산하의 재단이 배상금 상당액을 지불하는 것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자금난 극복도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지불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원고도 있어서, 재단은 배상금 상당액을 재판소에 맡기는 것으로 원고가 수령한 것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되는 ‘공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재판소에서 공탁 절차가 잇따른 (원고들의) 수령 거부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향후 사법 판단에 따라서는 해결책(제3자 변제)의 틀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4월의 총선거에서 윤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여당이 패하면 해결책에 대한 비판이 한국 내에서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지금 몹시 불안하다. 한국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 당이 패배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고 어렵게 방향을 돌려 놓은 한일관계의 흐름, ‘불가역’이 되기를 갈망했던 그 흐름이 다시 ‘가역’으로 바뀔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불가역적으로 확정해버렸어야 하는데, 피해자(원고들) 일부가 정부가 강제하려는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과거사라는 관에 마지막 못질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들에서 계속 원고 승소, 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어서 배상금이 계속 늘어나면 제3자 변제를 실행할 재단 자금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 이것이 <요미우리>가 걱정해 마지 않는 ‘불씨’요 화근이다.
삼일절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 참석한 수녀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24.3.1. 연합뉴스
기시다 “윤 정부에 도움된다면 서울에 가겠다”
그래서 기시다 총리는 윤 정부에게 도움이 된다면 취소된 3월 방한을 되살려 한국에 갈 용의가 있다는 생각을 <요미우리> 등 일본 미디어들에 흘렸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예정됐던 기시다의 방한이 무산된 것은 기시다의 일본 내 사정 때문이라기보다는 한국정부가 그의 방한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그러잖아도 한국 집권당이 승리에 대한 기대와 패배 가능성 사이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국에 일본 총리가 서울에 나타나 대통령과 만날 경우 국민의힘 당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요미우리> 사설도 지적했듯이, 한국 내 여론은 윤석열 정부를 ‘지지한다’보다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훨씬 더 높고, 거기에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 ‘친일 외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이 가세하고 있다. 그런 판에 일본 총리의 서울 출현은 한국 집권당을 도와 주기는커녕 저주가 될 수 있다.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그걸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기시다 총리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가 ‘도움이 된다면 (서울에) 가겠다’는 말을 일본 언론들에 흘린 것은 자신의 건재를 자국민에게 과시해서 역대 최저라는 내각 및 자민당의 바닥 지지율 제고에 활용하려는 국내 정치용 수사가 아니었을까.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발표 1년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3.6. 연합뉴스
역대 최저 경신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
기시다 총리가 처한 일본 내 정치적 사정은 처참하다.
<교도통신>이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 지지율은 모두 바닥상태다. 내각(정부) 지지율은 20.1%로, 지난 달 조사 때보다도 4.4%포인트나 더 내려갔다. 10%대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부지지(지지하지 않는다)율은 64.4%로, 이는 지난 달 보다 5.5%포인트 더 올라갔다.
자민당 지지율도 지난 달의 26.0%에서 24.4%로 1.5%포인트 더 떨어져, 2012년 말 아베의 재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품 조짐의 닛케이 주가 최대호황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닛케이 평균주가로 들떠 있는 분위기에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87.9%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초저금리 및 엔 약세 유지 정책과 변칙적인 주가 띄우기, 거기에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투기적 외부자금 유입 등으로 실물경제 전반의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거품’ 조짐의 주가 상승은 엔 약세 덕을 크게 보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호재지만 대다수 중소기업과 일반국민에게는 남의 얘기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본인들의 실질소득 평균치는 높은 물가(인플레)와 엔 가치 하락(약세) 때문에 오히려 계속 줄었다.
기시다는 서울에 가서 정치적 동지가 된 윤 정부와 집권당을 응원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이런 지지부진한 자국 내의 정치 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재료로 삼고 싶었을지도 모르나, 한국 쪽에서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자민당 파벌들의 불법 정치자금(비자금) 문제로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한 아베파와 니카이파 간부 5명에 대해 ‘설명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느냐’고 물어 본 교도통신 여론조사 항목에서 응답자들은 91.4%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또 아베 니카이파 간부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77.3%가 동의했다.
“자민당 간부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크레타 사람들은 (모두)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어느 크레타 사람이 말했다. 이 크레타 사람이 한 말이 맞다면, 진짜라면,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그도 늘 거짓말만 한다는 크레타 사람 중의 한 사람이므로. 따라서 “크레타 사람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 그의 애초 발언 자체도 사실이 아니게 된다. 참말을 한 것이 거짓말이 된다.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지난 3일 <아사히신문>의 짤막한 고정 연재난 ‘천성인어(天聲人語)’에 실린 칼럼이 일본 집권 자민당 파벌들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쏟아놓은 ‘거짓말’들을 비꼬고 야유하기 위해 인용한, 논리학 입문 수준의 패러독스(역설)다.
지난해 12월,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세이와카이)가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열어 조성한 자금 중 일부를 수지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도 않고 빼돌려 의원들 뒷돈(비자금)으로 써 온 사실이 폭로됐다.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거나(누락) 엉터리로 기재(허위 기재)할 경우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특히 할당받은 파티권 판매고를 초과달성할 경우 그 초과분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판매한 의원 개인에게 돌려주고(‘환류’), 환류분 사용에 대해서도 보고없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한 것이 문제였다.
오랜 관행이었던 이런 식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폭로되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관방장관 등 아베파의 주요 각료 4명을 경질하는 등 진화작업을 서둘렀다. 아베파만 그렇다는 선에서 파문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자신의 파벌 고지카이(기시다파)도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상 자민당 모든 파벌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기시다는 파벌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 1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 정부를 뒤흔든 주요 부패 스캔들의 배후에 있는 집권 자민당 핵심 파벌 소속 전직 각료 2명이 자신의 혐의를 다시 부인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정치윤리청문회에서 비자금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예산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는 추측이 깊어지고 있다. 2024.3.1 교도 AP 연합뉴스
비자금 비리, 자민당 간부들 하나같이 “몰랐다” 발뺌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 문제로 정치윤리심사회에 불려간 파벌 간부들의 대처방식은 한결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게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줄 몰랐다”, “잘 처리되고 있다고 믿었다”고 발뺌했다.
2022년 8월에 당시 아베파 회장이었던 아베 신조는 이미 그때 결정적인 증거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던 그런 불법관행이 문제가 될 조짐이 일자 “불투명해서 의심을 살 수 있다”며 ‘환류’ 관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전 국회대책위원장은 2022년 말 아베파 간부회의에서 2023년 분의 ‘환류’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천성인어> 필자는 ‘불투명’을 이유로 환류(불법 비자금 지급)를 중단할 경우, 거기에 정치생명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회의원 등 파벌 간부들이 그냥 두고 보고 있었을 리 없다고 했다. 결국 환류 중단 얘기는 없었던 것이 되고 불법관행은 계속됐다.
자민당 자체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중 참 양원의 자민당 의원은 모두 82명. 이들 가운데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쓴 자금은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이 3526만 엔으로 가장 많았다. 아베파 유력의원 ‘5인방’ 중의 한 사람인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은 2728만 엔으로 3위. 이들은 모두 그게 불법자금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파벌 간부들이 환류가 불투명한 정도가 아니라 불법인 줄 뻔히 알면서, 그게 그런 줄 몰랐다고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각 파벌의 회계를 담당하는 사무직원들이 한 둘이 아닌데, 그렇다면 그들 모두가 그 불법행위를 자기들 혼자만 알고 간부들에게는 입 꼭 다물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도대체 그것이 가능한 얘기냐고 칼럼 필자는 힐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랬다면 아베 회장이 왜 간부회의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겠냐고.
“몰랐다”는 자민당판 발뺌 논리는, “크레타 사람들은 모두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 어느 크레타 사람 발언처럼 애초 가정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나는 몰랐다”는 자민당 파벌 간부들의 주장은 크레타 패러독스의 논리모순에 가까운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자민당 간부들, 나아가 자민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 머리에 인용한 크레타 사람 얘기를 빌리자면, 한마디로 “자민당 사람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자민당 소속의 어느 한 사람이라면 크레타의 경우처럼 자가당착의 논리적 모순이 되겠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칼럼 필자 같은 비자민당원이라면 논리적으로 모순될 게 없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13) 참석을 계기로 호사카 신 일본 경제산업성 통상차관과 면담을 갖고, 한-일 양국 간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24.2.29. 연합뉴스
그들이 얘기하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요미우리>뿐만 아니라 <아사히>도 한국은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한편이 돼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수호해야 한현을 자주 쓴다. <요미우리>의 이번 사설도 그랬다.
그들이 얘기하는 ‘자유와 인권의 공유’ 주체에 아직도 일본정부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죄와 배상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수많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그리고 그 유족들도 포함되는지 묻고 싶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직도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가 국제법상 합법이었다고 주장하고, 피해 청구권은 1965년 자민당 정부와 한국 군사정권이 미국의 압박 속에 체결한 이른바 ’한일협정‘으로 다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는 어떤 것일까. 그것이 한국인들이 믿고 있는 그것과 과연 동일한 것인지 물어 봐야 하지 않을까.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의 한 곳으로 꼽았다고 국내 여러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해 자유민주주의 지수(LDI)가 0.60으로 179개 국 가운데 47위로 나와 있다. 1년 전 보고서의 LDI 0.73, 28위에서 19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며, 2021년 문재인 정권 때의 17위에 비해서는 무려 30계단이나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이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때의 37위에 비해서도 10계단이나 더 내려간 것이다.
이익을 얻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내정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대일 강경노선을 내세우는 정권이 많았다”는 <요미우리>의 논법에 따르면, 일본과 유착한 윤 정부 때야말로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지향의 가치관이 증진되고 공유 폭도 더 커져야 맞다. 그런데 현실을 그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이 거꾸로 가는 흐름을 그대로 지속하기 위해, 즉 ’불가역적‘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은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이겨야 하고 윤 정권은 레임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요미우리>와 그 신문이 대변하는 일본의 보수우익 주류 지배세력은 주장한다. 초조와 안달 속에 지원할 방도를 찾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것으로 가장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이들이 누군지, 그리고 누가 손해보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출처 : 일본 우익언론이 줄창 "윤 씨 힘내라" 외치는 이유 < 국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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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윤 씨는 일본과의 양호한 관계가 한국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초지일관) 끈질기게 호소해 주기 바란다.”
친일파 윤정부.
프로파간다.. 쩐다.
그래서 홍범도 장군과 독립투사들을 테러범이라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