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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12년 전 중2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당시에는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게임도 매우 귀한 시절이라
우리의 화젯거리는
항상 오락실(아케이드라 불렀죠)과
가정용 게임기였다.
나는 미니컴보이
(닌텐도에서 나온 휴대용게임기.
원명은 Game Boy.
닌텐도DS의 모태)의 광팬이었다.
매일매일 반 친구들과 오락 얘기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무렵 한 녀석이 전학을 왔다.
이름은 김두현(가명).
집안사정상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독학하는 어린 나이에 보기드문 놈이었다.
우리 또래들 일상에선 자취라는 게
정말 생소한 것인지라
자연스레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녀석은 소위 말하는 만능이었다.
키도 훤칠하고 호감가는 얼굴에다가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사교성도 엄청 좋아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친해져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미니컴보이에 대해
나 이상의 관심을 갖고있던 터라
유난히 나와 심각하게 친해졌다.
그 당시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월간잡지 뿐이었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였고
게임소프트를 구할 방법은
지금도 유명한 용산이 최고의 메카였다.
자연스레 주말이면 두현이와
용산행 국철을 타게되었고
게임 얘기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여름방학이 되었다.
그당시엔 연락할 수단이 집 전화 밖에 없었다.
두현이네 집엔 전화가없어서
연락할 길이 없었기에
방학기간 내내 만날 방법이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집일이 되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소집일이라는 게 있었다.
방학기간 중 특정일에 학교로 나와
간단한 청소를 하고 방학기간에 사고라도 났는지
등의 안부를 묻는..)
그런데 그 모범생이었던 두현이가
나오질 않은 것이다.
지방에 집으로 내려갔나 싶기도하고
궁금하기도해서
담임선생님에게 주소를 받아서 다음날 찾아가보았다.
(그당시 내가살던집 옆집이
중국집이라 거기 붙어있는 지도를 보며
주소로 집찾기는 쉬웠다)
당연히 집에 없을거라 생각하고
문에 메모를 붙여놓을 생각으로 찾아갔는데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문을 두드리며 " 두현아! " 불렀더니
이내 문이 열리며 두현이가 나왔다.
그순간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내가 알던 두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덩치좋던 체격이나 통통하던 얼굴이
뼈만 남은 듯하게 퀭한 눈에
얼굴은 어둡다못해 회색을 띄고있었다.
난 너무 놀래서 물었다.
" 두현아.. 어디 아팠던거냐? 얼굴이 왜이래? "
" 응, 아냐. 요즘 통 살이빠지네.. 우선 들어와라 "
그렇게 친했으면서도 집은 처음 와보는 것 같았다.
녀석의 성격대로
혼자 사는 녀석의 집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돈된 집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녀석의 몰골에 대해 물었더니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평소의 쾌활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얘기를 시작했다.
"응 요즘 몸이 허해서 그런가..
거의 맨날 잠을 제대로 못 자. "
그때까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그당시 나이에맞게 금새 잊어버리곤
방학기간 동안
하지 못했던 노가리를 풀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저녁 무렵..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서니
녀석이 오늘 자고가면 안되냐고 잡았다.
우선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하기때문에
잠시 나와서 공중전화로 허락을 받고
다시 두현이네로 돌아왔다.
간단히 라면을 먹고 오락도 하고 티비도 보다가
늦은밤이 되서야 잘 준비를 하고 누웠다.
잠이 살짝 들 무렵
두현이가 은근슬쩍 얘기를 했다.
" 사실은 여기 이사오고 한달쯤 지났나..?
그때부터 거의 매일밤 악몽을 꾼다.
무섭기도 하지만 잠 못 자는데
정말 미칠 거같아. "
" 야 쉬바 그런 말은 내일 아침에 해라.
자기전에 그런 얘기 들으면 나 못자, 임마 "
" 아니 그래도 들어봐. "
" 아 젠장.. 알았어 해봐 "
" 응, 평소처럼 저녁되면 불끄고 누워서
바로 잠이 드는데...
어느 정도 지나면 갑자기 가슴이 막 답답해져.
그러다가 너무 답답해서 눈을 딱 뜨면
얼굴이고 뭐고 온통 까맣게보이는 할아버지가
가슴위에 쪼그려앉아서
내 목을 꽉 쥐어짜면서 그렁그렁한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죽어~ 죽어~ 이러는거야.
근데 몸이 하나도 안 움직이고
숨은 못 쉬고 미치겠더라.
그러다 정신잃고 눈 떠보면 아침이다.
그런지 벌써 20일이 넘었어. "
" 못 들은 걸로 할께.
씨바야 왜 얘기하고 지랄이야 "
" 하하 미안 잘자라.
내일아침 일찍 용산구경이나 가자. "
그리곤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바로 잠이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말도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두현이가 얘기한 그 가위눌림이
나한테도 똑같이 일어난 것이다.
앞이 안보이고 가슴이 엄청 답답하면서
목이 죄여오는걸 느꼈다.
귓가에선 쇠를 긁는듯한 죽어 죽어..
라는 소리가 맴돌고..
평소 가위를 심심치않게 눌려온지라
아까까지만해도 그다지 무섭진않았는데
막상 얘기들은 직후에 겪게되니
무서운것도 무서운거지만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칠 것만 같았다.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다 하며 진정하면서
마음속으로 하나둘셋을 외치며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그때 당시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평생 못 잊을 상황이다.
두현이가 내 가슴 위로 올라타고
두 손으로 목을 조르며
두 눈이 뒤집힌채 얼굴을 좌우로 흔들며
죽어~죽어~ 라고 속삭이고있었던 것이다.
너무 놀라면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던데 그보다 더 놀래면
몸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킨다는걸
그 때 처음 알았다.
난 비명을 지르며 두현이를 밀어재꼈다.
그러자 의외로 쉽게 넘어졌다.
평소 두현이라면 꿈쩍도 안해야 하는데..
그순간 마구 바닥을 기어서
신발도 버린 채로 집으로 도망쳤다.
그후로 나는 두현이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거나 생각도 하질 않았다.
너무도 끔찍했던 상황이라 떠올리기조차도 싫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은 끝나게 되었고 개학날이되었다.
나는 개학날이 너무도 싫었다.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다른이유가 있었다.
바로 두현이를 다시 본다는게 너무도 절실히 싫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개학날 학교에 가게되고
일부러 두현이의 자리인 4분단 쪽으론
시선도 주지않았다.
간단하게 개학식을 하고 2교시가 지나고
쉬는시간이 되었다.
1분이라도 빨리 집에가기만을 기다리며
자리에앉아있는데
우려하던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두현이가 내게로와서 말을 걸었다.
" 왜 그날 그냥갔냐..? "
" ...... "
그때의 공포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아주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시체에서 간 빼먹다 들킨 구미호가
고개를 획돌려 노려보며
" 방금 봤지..? "
라고 했던 상황이랑 똑같았다.
그 자리에서 약간의 미동도 하질 못했다.
" XX 야. 왜그래. 나한테 뭐 화났냐? "
" 아.. 아니 그게 아니고.. "
" 뭐야 임마 너 나한테 죄 진 거 있지? "
두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았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거였을지도..
그렇다고해서 그때 일을 얘기해주는 건
정말 미친 짓 같아서
그 후론 그 때 얘기를
서로 하지도 물어보지도 않고 지냈다.
그러나 방학 이전처럼
매일 붙어다니지도 어울리지도 않게되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며칠뒤 조회시간이 다되도록
두현이가 오질 않는것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결석은 커녕
조퇴, 지각도 없던 녀석이기에
다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고
다음날 그 다음날이 지나도록 두현이는 오질 않았다.
두현이가 결석한 지 4일째 되던 날..
두현이 자리엔 흰 국화 다발이 올려져있었다.
두현이가 결석했던 전날밤...
집 근처 바로 앞 4차선 왕복도로에서
뺑소니를 당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황에
또 다른 차가 미처 두현이를 보지못하고
말 그대로 깔고 지나가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뒤론 아주 오래전 일이 아닌데도
신기하게도 그 후의 일은 거의 기억이 안난다.
1년이 지나고 졸업고사 준비에 한창 바쁠 무렵
2학년 때 반장이던 녀석이 뜬금없이
나에게 두현이에 대해 물었다.
하긴.. 가장 친했던 애가 나였으니..
나는 얘기하기 싫은 기억이라 아무말도 하질 않았다.
근데 왜 그얘기를 지금 하는건지 되물었더니
충격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두현이 장례식날 담임선생님과 반장이
대표로 장례식장을 찾아갔다가
거기서 만취한 두현이의 외사촌형에게
놀라운얘기를 들었다고한다.
(글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반장의 시점에서...)
" 두현이 금마는 이미 죽을 목숨이었어..
염병할 불쌍한 두현이 어쩐다냐 "
"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
" 두현이 갸가 와 집버리고
어린나이에 서울로 간지 알어?
두현이엄니가 두현이 하나라도 살려보겠다고
밭일해서 모은 돈 닭 판돈 싹싹 긁어다
서울로 올려보낸겨 "
" ...... "
" 그 몹쓸 것들 서울까지 안 따라갈 줄 알았던게지. "
"몹쓸것들?? "
" 몰랐어? 두현이 갸 정상이 아녀.
갸 몸속에 들어있는게 한둘이 아니야 "
그후로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얘기를 정리하자면
두현이네 집안사정이 엄청 기구했다고한다.
두현이네 할아버지는 박수무당이었는데
일반적인 점봐주고 굿하는 그런 무당이 아닌,
사람들 협박하고 누군가를 저주하는 부적을 쓰고
굿을 하는 그런 무당이었다고한다.
그리고 두현이네 아버지는
동네에서 소문난 요즘말로 양아치라고 했다.
매일매일 만취 상태에
동네를 다 뒤집고다니며
어른아이할것없이 두들겨패고
동네부녀자들 겁탈하고...
낫이며 칼이며 손에 잡히는대로
휘두르고 다녔기에
아무도 그를 말리거나 싸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당시엔 순박한 시골마을에서
경찰을 부른다는 것도 생각치 못하던 시기였고...
그러다 두현이가 태어나기 3년전쯤
마을 곳간에 불을 질렀다가
빠져나오지못해 그 자리에서 타 죽었고
두현이네할아버지는 그후로 완전 정신이 나가서
한밤중에 일어나 닭목을 잘라
두현이네어머니 얼굴에 뿌리는 등
갖가지 끔찍한 짓으로
두현이어머니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후 죽은 두현이 아버지의 건달 친구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두현이를 갖게되었다고한다.
지금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당시엔 게다가 산간오지의 시골마을에선
남사스럽다며 다들 쉬쉬하기만 바쁜 그런 시기였다.
비록 끔찍한 일을 당해서 태어난 아이지만
낳은정 하나로 두현이를 길렀다고한다.
그러나 두현이 할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은
더욱더 심해졌다.
두현이를 자기의 전인(수제자)
으로 만들겠다며
두살난 아이에게 피 묻은 못과
여자 속옷 등을 쥐어주며
이해하기힘든짓을 시키는 등
두현이 몸에
자기가 모시던 신들을 오게 만들어야 한다며
발가벗겨 관같은 궤짝에서 재우는 등
두현이까지 미치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미 마을에선 저주받은 집이라고 소문이 돌아
그 집 근처론 가지도않고 피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현이가 5살이 되던 겨울...
두현이네 할아버지는
마을 저수지 옆 대나무밭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후 두현이 어머니는 지금부터라도
정상적인 애들처럼 키워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어린 두현이에게서
이상한 모습이 보이기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버릇처럼 읊어대던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는가 하면
자다가 무언가 부시럭거리는소리에 불을 켜 보니
성급히 무언가를 감추고 자는 척하길래
이불을 걷어보니 나무를 깍아만든 작은 칼로
사람 이름과 얼굴을 그린 종이를
찌르고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죽은 지 반년쯤 되던 날부터는
아예 대낮부터 해괴한 행동을 하곤 했다고한다.
어느 날엔 두현이네 아빠가 불타죽은 곳간에서
동네아저씨에의해 발견되었는데
마치 행동 말투 모든 게
두현이 아빠의 생존하던 모습이랑 일치했다고한다.
그렇다고 굿을 하자니 집이 너무가난해서
그럴 형편도 못되고
결국 마을 외각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집이
하나 있어서 그 곳으로 이사를 했다.
한동안은 괜찮았다고한다.
그러나 3달이 못되어 또다시 두현이에게서
여러 사람의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가
결국은 서울로 보내지게 되었다.
두현이가 죽던 날 역시 목격자는 없지만
두현이네 가족들은 알고있었다.
두현이네 할아버지가 10여년간 해왔던 모습이
두현이의 마지막 상황과 다를 게 없었으니.....
첫댓글 애가 무슨죄야. 남자들아 니들이 한짓을봐라
두현이랑 두현이 엄마 너무 불쌍하다..
어우 할배놈
기구하다 기구해 여자랑 아이만 불쌍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