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하루살이의 밤 / 한명희
하루를 평생처럼 사는 곤충이 있다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습기 찬 허공 가로등 아래
하루살이 떼의 마지막 잔치가 현란하다
조명받은 무도회 눈이 부시다
밤 깊어 한 마리씩 날개를 접고
빗물 고인 바닥에 툭툭 떨어져 불귀의 길로 떠난다
이내 꺼져버린 불빛처럼
어둠은 이 모든 것을 덮는다
그들에게 하룻길은 이처럼 소중한데
숱한 하루를 쳇바퀴처럼 사는 이들은
아늑해야 할 밤을 함부로 버린다
전봇대 아래 토사물을 쏟고 비틀대며
길바닥에 널브러진 몸뚱이들
밤이 소용돌이친다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생존의 길이는 하루와 한살이가 같다
사람들이 버린 밤이 서러운지
전봇대 송신이 기우뚱하며
가로등이 깜박깜박 파리하게 떤다
하룻길 알차게 살아내고 떠나는
하루살이의 하루가 길고도 짧다
첫댓글 ㅎㅎ
의미있는 글..
멋진 편지도
잘 보고 가옵니다
맛점하시고
쭉 해피하세요🍂
ㅎㅎ
이쁜가을 편지지 감사 추천 누르고 갑니다 편안한 오후 되세요^^
올려주신 아름다은 편지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