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강 전, 마지막 수업 날이다.
일이 끝나고 수업 시간까지 조금 여유가 있어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시간 맞춰 곧바로 작업실로 가면 되지 않을까 이야기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아!” 하며 직원을 쳐다보신다.
석지은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얼른 시계를 보니 댁에 들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선생님께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댁에 다녀올까?’ 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며 머릿속으로 여러 동선과 시간을 계산해 본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직원의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햄버거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 지금 시간이 조금 빠듯한데 어떡하죠?”
“선물 줘야 하는데….”
선물을 다음에 전하면 어떨까 물어보려 했지만,
오늘 전하려 준비한 선물이기에 아저씨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차에 탄 후에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회전교차로를 여러 번 돌았다.
차 안까지 이어진 열띤 의논 끝에 결국 아저씨가 수업하는 동안 직원이 대신 선물을 챙겨 오기로 했다.
“샘꺼, 선물 샀는데… 집에 놔두고 왔어요.”
“선물이요?”
“네, 컵하고 선물 샀는데.”
“오늘 마지막 수업이라 아저씨께서 선생님 드린다고 선물 준비하셨는데 일 마치고 댁에 들르지 못해서요.
아저씨 수업하시는 동안 제가 잠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오늘 드리고 싶다 하셔서요.”
“아이, 안 주셔도 되는데.”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으니 아저씨께서 얼른 다녀오라는 듯 재촉하는 눈빛으로 직원을 바라보신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얼른 아저씨 댁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 올려진 종이 가방을 들고 빠르게 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아저씨께서 환한 미소로 손을 뻗는다.
얼른 아저씨께 드리니 곧바로 선생님께 “이거, 선물이요.” 하며 전한다.
“우와, 고맙습니다. 아저씨. 선풍기랑 컵이네요! 진짜 필요했던 건데.”
“어제 샀어요.”
“정말요? 너무 이뻐요. 이런 거 너무 좋아하는데. 고마워요, 아저씨. 잘 쓸게요.”
“카드 있는데, 내일 줄게요.”
“카드요?”
“편지요. 못 썼어요. 내일 줄게요.”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저씨께서 미처 쓰지 못한 편지는 내일 전해 드리겠다며 이야기한다.
2024년 6월 11일 수요일, 이도경
준비한 선물을 두고 온 일이 떠오른 아저씨.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두 사람, 묘안과 안도까지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청라작업공간에서의 수업의 시작과 재개에서 품은 감사를 잠시 멈추게 된 이 때에 나누시는군요.
다시 이어질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진호
마지막 수업이라 선물 준비하셨네요. 고맙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선물 받아 준 석지은 선생님, 고맙습니다. 신아름
인사는 때가 있고, 그 때를 놓치면 아쉽거나 부자연스럽기도 하죠.
특히 감사 인사는. 아저씨께서 인사할 때를 아시고 요청하신 듯합니다.
잘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