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까치와 할아버지.
글, 이스트우드
작은할아버지 댁 뒤뜰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10그루는 넘게 서 있었다.
3월 아니면 4월이었을까?
보리밭에 보리가 제법 순이 올라오고
봄바람에 풋내가 사라진 초록향이 어린 9살 가슴에도
안락한 편안함을 주는 봄날이었다.
엄마 개 해피를 데리고 분양 보낸 새끼를 보려고
목청껏 부르면 소리가 닿는 작은할아버지댁에 갔다.
"하네ㅡ!"
울퉁 불퉁한 손으로 낙지 잡이를 위해
긴 줄의 주낙에 일정한 간격으로 둥그런 사금파리를 달고
그 위에 달랑게를 묶고 계시던 작은할아버지께서 대답하신다.
"오냐ㅡ! 우리 강아지ㅡ"
잠겨있던 정개문쪽에서 새끼 강아지 소리가 난다.
얼른 문을 열고 엄마 해피를 얼싸안고 비비게 해 주었다.
요리 뒹굴 저리 뒹굴 뒤뜰로 가던 해피 식구를 보고 때까치의
지저귐이 요란한 기차 소리만큼 크다.
"까까가 가까ㅡ 까꺼까까까ㅡ"
이나무에서 저나무로 옮겨 날으며 경계하는 게 보인다.
웬일인가 싶어 나뭇가지와 꼭대기 쪽을 살피니
두 번째 높이의 나뭇가지에 사발 모양의 둥그런 때까치 집이 보인다.
내키 다섯 배 높이는 되어 보였다. 나는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하네' 손등만큼 울퉁불퉁한 오래된 나무껍질에
발바닥을 고정시키고 가지치기된 옹이를 잡고
중간쯤 올라갔을까,
"우리 강아지, 나무 잘 타네, 조심하그라이 잉ㅡ"
밑을 내려 보니 하네께서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잘 탄다라는 말씀에 신이 나서 더욱 빨리 올랐다.
떨리고 무서웠지만 금방 새집에 손이 닿을 거리니까 힘을 냈다.
둥그런 새집 안에는 알록달록한 새알이 2개가 있었다.
따뜻한 감촉의 조그만 알을 호주머니에 담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하네의 그냥 두고 내려오라는 말씀에 그냥 내려왔다.
때까치의 사나운 지저귐은 여전히 귓전을 때리고
나무를 잘 탄다고 칭찬하시던 두툼한 하네의 손에는
대나무 회초리가 쥐어져 있었다.
하네의 얼굴에서 이미 너그러운 미소는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무에 오르지 않겠다는 스무 번 정도의 다짐을 받고
9살짜리 볼기짝을 회초리로 서너 대 때리셨다.
"으아앙 앙ㅡ!"
소리 내어 울었다.
눈물이, 볼 중간쯤 흐르다가 봄 햇살에 말라버렸다.
사내 같지 않는 눈물 자국에 멍멍이 해피의 조롱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60여 년이 지나 때까치가 집을 짓는 봄은 숨 쉬며 돌아왔지만
쫀득한 소라고동 구워 주시던 울 하네는 오직 내 가슴 한편에 살아 계신다.
( 2022, 03. 18)
P.S. : 할아버지를 보고싶은 맘으로 우수회원을 자축하며
작년의 글을 다시 올립니다.
첫댓글 할아버지를 '하네'라고도 부르나 봅니다.
제 살던 곳에서는 할배라고 불렀는데..
매로 혼내실 정도면 잘 한다고 부추키시지나 마시지. ㅎㅎ
저를 키워준 서남쪽 바닷가에서는
하네라고 불렀습니다.
그러게요.
평소에 맛있는 거는 당신 보다
저를 먼저 챙겨 주신 분들중 한분이셨거든요.ㅡㅋ
마음자리님, 오늘도 안전 운전 행복하세요. ㅎ
우수회원 축하 드리며,
동화 같은 이야기
옛 생각에 젖기도 하네요.
글, 감사합니다.
콩꽃 선배님 ㅡ
안녕히 주무셨지요?
왁자지껄한 아침이
나이든 어른들께는 행복이라는 말씀을
자주 듣고 살았습니다.
우수회원 축하의 말씀 가슴에 담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자한 할아버지 와의 추억이군요
나는 할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습니다
부럽습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굿모닝 ㅡ 선배님.
그러시군요
사랑받은 응석받이였다고
자랑해서 죄송합니당 ㅡㅋ 충성 우하하하하하.
선배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동화 한 편 편하게 잘 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사랑의 회초리를 떠올리며 동시에 제가 유년기를 마냥 행복하게 보냈었던 제 고향 공주 산골짜기도 함께 떠올려 봤습니다. ^^~
선배님 고맙습니다.
편하게 잘 읽고 추천까지 하셨다니
쑥스럽습니다.
구름이 많은 산책길이 걷기에
좋은 아침이었는데 멋진 칭찬까지 주시니
붕붕 떠다니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ㅡㅋ
행복하십시요.
할아버지를 하네라고 호칭 하는군요.
하네와 때까치 글 제와 어우러지는
추억담 구수 합니다.
건필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구수하다는 말씀 멋진 칭찬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하게 보내십시요ㅡ
고맙습니다.
글 쓰기를 즐기시는 군요
유년의 기억들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도 좋아 보이고
지방마다 특색있는 사투리도 정겹네요
저는 오랫동안 때까치라는 의미가
까치가 떼지어서 많이 모여 있는 형태를 지칭하는 의미인줄 알았어요
때까치가 엄연히 까치와는 다른 종이더군요,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ㅎㅎ 할아버지를 하네라고 합니까
그리고 일없이 왜 높은 나무를 기어 오를까요
남해쪽 지방말로는 차리맞고 해찰 받은 짓(일에는 정신을 두지 않고 쓸데없는 짓) 이라고 하지요 ~
선배님이 주신
'해찰 부리다'는 우리고장에서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구어체입니다.
'해찰부리지 말고 들어가 공부나 하그라이이잉' ㅡㅋ
응원하시는 배려 덕분에 우수회원되었습니다.
감사드림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구봉님.ㅡ
지나친 칭찬은 저를 쪼그라들게 합니다이잉 ㅡㅋ
저도 마음자리님의 젊은 기억들을
표현한 문장들에 충분한 공감을 하였지요.
또한 사나이 다운 님의 글은 청춘의 정렬이 가득 담겨
읽는 동안 주먹을 쥐게 하고요.ㅎㅎ
고맙습니다.
평화를 올림니다.
제 어린시절 시골집 마당에도 엄청 큰
감나무가 있었답니다
무서워서 올라 가지는 못하고 떨어진
홍시만 주워 먹곤했지요
하네.
첨 들어보는 단어네요
이마 이스트우드님 고향쪽 방언인가 봅니다.
이스트우드님의 글은 다른 글에서 느끼지
못하는 묘한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저도 님의 글을 읽으니 옛 고향 생각이 나네요
집 뒤쪽에 포도나무가 있어서 먹는것 보다 보는 재미가 더 좋았답니다
아름다운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베리아님
묘한 매력의 느낌은 괜찮은 매력이지요? ㅡㅋ
홍시가 떨어지면 마당에 보시하지 않나요?
때문에 긴 간짓대 한쪽 끝 부분을 30센티미터 길이로
반으로 가른다음 가는 지지대를 넣으면 홈이 생기잖아요.
그럼 간지대를 세워 홍시감이 달린 가는가지를 홈에 넣고
살짝 돌려 주면 홍시가 달린 가지가 뚝 잘라지거든요.
그럼 쉽게 수확하여 완전하고 달콤한 홍시를 먹을 수있는데요.
아마, 그시절 이베리아님께서 어린이라 몰랐을 수도 있겠네요ㅡㅋ
고맙습니다.
@이스트우드 물론이죠.
괜찮은 매력,독특한 매력입니다ㅎ
그렇겠죠
전 어려서 떨어진 것만 주워 먹었던가 봐요
이스트우드 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댓글은 다 못 달아도 다 읽곤 합니다.
작은집 할아버지께서 정말정말 지혜로우시네요.
어린 손자가 겁먹고 다칠까봐 나무에 있을때는
웃으며 칭찬하셨지만 내려오니까 냉정하게 회초리까지 드셨으니까요.
이스트우드 님의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우수회원 축하드립니다.
저도 5060카페 가입인사 한지 10개월 된 중고 새내기예요.^^
안녕하세요. 나무랑님
중고 새내기 표현이 유머스럽습니다.ㅡㅋㅋ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
저의 유년 시절까지 행복하게 표현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수회원 축하도 하여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하네가 할아버지 애칭이었군요. 한가로운 유년의 한나절을 연상하게 합니다
네ㅡ
서남쪽 해변가에서 그렇게 불럿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