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스 이번 앨범이 한국 힙합에 큰 족적을 남길만한 명반이라고 하기엔 아쉽지만 카피캣이 넘쳐나고 천편일률적인 가사가 주를 이루는 요즘 한국 힙합의 경향을 본다면 'Back to basic'. 비트 위에 보컬 훅 없이 앨범 하나를 랩으로 우직하게 밀어 나가는 이센스식 붐뱁이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네요.
미국 힙합, 국내 힙합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한국 힙합씬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듭니다.
씬의 스케일로 보자면 엄청나게 커졌죠. 대형 기획사들도 힙합이 돈 되는 장르라는 걸 깨달았고 씬에서 랩 좀 한다는 래퍼들도
음악보다도 차트에서 인기 끌만한 노래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일리네어'가 인기를 끌었던 것이 신기 했는데 걔네들이 하는 트랩 스타일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이 의아했죠. 물론 음악보다도 쇼미더머니에서의 모습이나 외적인 것이 많이 작용 됐다고 생각도 합니다. 저는 일리네어뿐만 아니라 AOMG,저스트 뮤직같이 힙합 좀 한다는 레이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역학적으로 본다면 힙합은 우리나람 문화가 아닙니다. 이것에 대해 얘기하기 전 대한민국 록 음악씬을 먼저 보면
'언니네 이발관','검정치마','국카스텐'등 밴드들을 보면 록이라는 장르지만 아주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해서 음악을 하지 않습니다.한국 밴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음악들이죠. 록 음악도 외국 장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완벽히 '로컬화'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일리네어 특히 도끼가 하는 가사내용들 (돈 자랑,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여자들이알아서 자기를 원한다등)
흔히들 도끼를 쉴드하는 내용들을 보면 미국 힙합에서 다 하는 가사내용이다. 근데 왜 도끼도 밑바닥부터 했는데 하면 안되냐 리얼하지 않냐라는 식의 논리들인데, 맞습니다. 미국 힙합에서 애들 태반이 하는 내용들이죠. 특히 트랩이라는 장르에서는 더더욱이요.
근데 미국 래퍼들이 하는 가사 내용과 똑같다고 해서 정서적인 결이 똑같은 건 아니죠. 물론 힘들다라는건 항상 상대적이고 그 정도는힘든 것도 아니지 않냐라고 속단하는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대표적으로 캄튼이라던지 할렘이라던지 게토 지역은 저희가 생각하는 상상초월의 일이 일어나는 곳이고 경찰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Lupe fiasco의 deliver를 들어보면 가사 내용 자체가 위험해서 피자 배달부도 오지 않는 곳이고 그 곳에서의 모습들을 말하는데 들으면서 얼마나 위험한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도 있죠.
그런 곳에서 살다가 랩 스타가 되어 떼돈을 버니 그런 가사들이 나오는 건 어쩌면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그래서 그들이 그런 가사만 읊어대도 '멋'이 느껴지는거죠. 다시 도끼를 보면 아주 솔직히 말하면 가소로워 보일때가 많습니다.
깨놓고 말해서 국내에 도끼보다 잘 사는 셀럽들 더 많습니다. 단적으로 제이지,에미넴등 이런 애들 미국에서도 넘사벽입니다.
도끼뿐만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래퍼들이 나는 정말 잘나가 헤이러들 꺼져 여자들 나보면 뻑까같은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더 슬픈건 아마추어들마저도 이러고 있는 현실이죠. 최근에 쇼미더머니에서 문제가 됐던 송민호의 그 펀치라인도 저질이긴 하지만 재밌게 쓴 건 맞습니다. (미국의 기준에서라면요.)
근데 웃긴건 미국에서도 꼭 욕하고 자기 자랑만 읊어대는 가사들만 해야되냐 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 선두에 있는 래퍼들이라면 켄드릭 라마,루페 피아스코가 있죠. 루페의 Bitch Bad 같은 곡 경우 그것에 대한 곡이기도 하구요.
결론을 짓자면 지금 한국 대부분으 래퍼들은 미국 랩씬의 아류밖에 안된다고 단언할 수 있고 한국 힙합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저의 생각이었네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이고 기본적인 스타일을 보여준 이센스 앨범이 오히려 더 색다르게 들렸던 것도 그랬던 것 같네요.
첫댓글 오 힙리스너 입장에서 쓰신 식견이 묻어나는 글이네용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