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나는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 매주 월요일은 수술한 환자들의 정기 검진일이다.
예약 시간은 10시 10분이었지만 9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먼저 외래접수구에서 접수를 하니 영상 촬영실로 가라고 했다.
다시 접수를 하고 기다려 차례가 되었다. 두 군데서 촬영을 했다.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엑스레이와 CT 촬영인 듯했다.
촬영을 마치고 내 고관절 골절 수술을 담당한 의사선생님 진찰실 앞에서 기다렸다.
대기실은 앉을 자리가 없도록 번잡했다. 수술한 지 3개월, 6개월 1년 된 환자들이 정기검진을 받으로 왔기 때문이다.
휠체어, 목발, 지팡이를 들고 온 병신?들도 많았다. 나도 지팡이를 들고 갔다.
병원이 가깝지만 몸조심 하느라고 버스를 타지 않고 엘레베이트가 있는 지하철을 타고 갔다.
내 이름을 불러 진찰실로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에게 '죽을 놈 살려줘서 고맙다'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고맙기도 하지만
한 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아첨성 인사였다. 의사 선생님은 다 안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이며 이미 열어놓은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금방 내가 촬영한 고관절 영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모두 정상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의사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 동안 있었던 몸 상태를 늘어놓으며 엄살을 부렸다.
-걷기운동을 하면 관절에서 따그닥따그닥 소리가 난다.
- 아직 양말을 신을 수도 없고 발톱도 깎을 수가 없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면 통증이 심해 잠시 동안 걷기가 힘들다.....
집도한 의사로서는 별로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자기가 수술했는데 그냥 많이 좋아졌다고 해야지 허들갑을 지으며 죽는 소리하니 미울 수밖에....
수술 후 회진을 할 때 내 환부를 보고 말했다. "와 이 수술 누가 했노? 흔적도 안 보이네!"
자화자찬이었지만 수술이 잘 되었으니 환자가 안심하라는 소리였다.
의사는 내 허들갑에 다 안다는 듯이 어리광부리는 아이 달래듯 진찰대 위에 누워보라고 했다. 내가 눕자 거친? 손길로
두 무릎을 번차례로 배 위로 굽히며 '아픕니까?' 하고 물었다. "안 아픕니다!" 했더니 "그러면 됐습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재활운동을 계속 하십시오!" 그것으로 진찰은 끝났다. 거의 3분이 지난 것이다. 쫓기듯이 진찰을 나와야 했다.
간호사가 수납구로 가라고 했다. 수납구에 가니 진료비를 받고 영수증을 건네주었다. 영수증에는 진찰료, 검사비와 함께
3개월 후에 다시 검진하라는 예약접수증이 붙어 있었다. 11월 13일 월요일 10시 05분이었다.
진찰료는 본인부담, 공단부담 합해서 2만 원 정도이고 검사비는 영상진단비 1만 원, CT 진단비 11만 원 정도였다.
본인 부담 총액은 5만 3천 원이었다.
얼마 전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내과 교수가 '의료비즈니스의 시대'라는 책을 발간했다. (돌베개) 이 책에 의하면
- 병원에서 환자들이 오래 기다려서 의사와 대면하지만 정작 진찰 시간은 '3분' 정도에 그친다.
- 환자로서는 의미도 잘 알 수 없는 각종 검사 시간이 진찰 시간보다 훨씬 길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진찰료'보다 '검사료'가
병원에 더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나는 진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걱정했던 "염증" 징후가 없고 정상이라는 진단에 마음이 가볍기는 했지만
공연히 짜증이 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담당 의사에게 냉대받은 것 같은 서운한 생각이 들어....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의사 중에 제일 친절한 의사는 치과의사라고 한다.
- "맨날 구린내 나는 환자의 입 속을 들여다보며 썩은 이빨을 빼지만 짜증을 낼 수도 없다. 환자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때 " 반 쯤 나왔습니다. 다 나와갑니다. 다 빠졌습니다. 아이구 고생했습니다." 하고 달래주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