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법원이 암시한 李대표 '예비적 유죄' 3건
죄질이 무거운 핵심 혐의 선고가 나오려면 멀었지만
법원은 관련 재판의 조각 정보들을 통해 유무죄를 가늠할
힌트를 주었다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4.11.30. 00:15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특검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전기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재판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고도 당당한 데는 나름의 방어 논리가 있다. 큰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위사실 공표는 공정 선거를 흔드는 반(反)민주적 범죄지만 일반 국민이 보기에 죄질이 약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대표 측은 “말 좀 잘못했다고 야당 대표를 죽이냐”며 ‘탄압’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이 먼지떨이 식으로 사소한 혐의까지 탈탈 털었다고 주장한다.
1승 1패를 기록한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는 이 대표의 12개 혐의 중 가장 가벼운 것들이다. 죄질이 무거운 핵심 사건은 언제 결론 날지 기약조차 하기 어렵다. 대장동·백현동·위례 비리나 대북 송금 뇌물, 법인카드 횡령 같은 것들이 국민의 ‘분노 게이지’가 높은 진짜 혐의인데, 이 재판들은 아직도 첩첩산중을 헤매고 있다. 자칫 대선 때까지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연 전술을 펼치는 이 대표에게는 다행이겠으나 유권자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판단 근거를 갖지 못한 채 투표장에 나가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판단 자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주변 인물에 대한 재판을 통해 몇 가지 힌트를 주었다. 관련 판결문들에 제시된 조각 정보를 조합하면 사법부가 이 대표의 혐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림을 짜맞출 수 있다.
첫째, 법인카드 유용이다. 이 대표는 경기 지사 시절 법카로 음식을 구입하는 등 경기도 예산 1억원을 개인 용도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은 사적 유용이 있었느냐와 이 대표가 지시·관여했느냐 두 가지다. 이 중 유용 부분은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수행비서 배모씨가 별도 재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배씨가 ‘상하 관계’에 있던 김혜경씨에게 “여러 차례 초밥·과일·식재료 등을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도 예산이 이 대표 부부 생활비로 쓰였다는 뜻이다.
김혜경씨의 관여 사실도 인정됐다. 김씨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김씨와 배씨의 공범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씨의 묵인·용인” 아래 배씨의 법카 사용이 이뤄졌고, 김씨도 이를 “인식했다”고 보았다. 김씨가 법카 유용의 공범이라면 이 대표 역시 공범 관계가 성립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 지사 신분이던 이 대표야말로 배씨의 상급자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혜경씨 1심 판결이 이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와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백현동 비리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인섭씨 청탁에 따라 민간 업자에게 사업권을 주고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청탁이 성공했음은 로비스트 김씨가 징역 5년형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사실로 인정됐다. 김씨의 재판부는 “피고인(김인섭)은 이재명·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인허가 사항을 알선해” 74억원 이상 이익을 얻었다고 판시했다.
이 대표는 용도 변경이 “국토부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책임을 피하려 했다.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주 전 선거법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 대표가 스스로 검토해 용도 변경을 했다”고 판단했다. 두 개의 판결을 결합하면 용도 상향 특혜는 이 대표 본인 결정에 따른 것이고, 그 결과 백현동 로비가 성공했다는 구조가 된다. 형법상 배임 요건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셋째, 대북 송금 사건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방북 비용 등을 쌍방울에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기본적 사실관계는 공범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의 1심 유죄 판결에 의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800만달러 대납을 요구했고 실제로 일부가 북한에 전달됐다고 판시했다. 이 전 부지사 요구에 따라 쌍방울이 달러를 보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남은 쟁점은 이 대표가 대납에 관여했느냐다. 이 대표 방북 사례 용도의 돈이 송금됐음이 인정된 만큼 이 대표가 몰랐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도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민주당 쪽에서 온갖 압박을 가하자 입장을 번복했다. 이 사건은 이 전 부지사가 유죄면 이 대표도 유죄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원이 이 전 부지사에게 1심 유죄 판결을 내린 데는 이 대표도 공범이란 심증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법원은 일련의 관련 판결을 통해 이 대표 핵심 혐의 중 최소 3건을 ‘예비적 유죄’로 판단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런 속에서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자숙할 기미 없이 방탄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고 있다. 위증 교사 1심 무죄가 나오자 기세를 올리며 오만의 폭주를 거듭하는 모습이 기가 막힌 것은 그 때문이다.
박정훈 기자 논설실장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시대정신을 글에 담아내려 애쓰고 있다. 경제부에서 취재 현장을 뛰면서 기자 수업을 받았다. 도쿄특파원과 경제부장·사회부장·사회정책부장·디지털뉴스본부장·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현재 논설실에서 사설과 기명칼럼을 쓰고 있다. 삼성언론상(2018년) 참언론인대상(2017년) 글로벌경영대상(2019년)을 수상했고, ‘약자들의 전쟁법’ ‘닛폰의 실패에서 배운다’ ‘미래혁명’(공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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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2024.11.30 01:03:27
1945년 이후 지난 80년간 이재명과 같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선 적이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생존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동원해서 국운쇠락을 도모하고 있다. 그의 극악무도한 정치 유희를 중단시길 수 있는 사람들은 사법부 속에 있다. 사법부의 애국심과 양심 그리고 지혜와 긍지 등을 ?濱쨈? 아울러 속도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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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다구
2024.11.30 01:19:56
시장을 맡겼더니 시정농단해서 재판받지, 도지사를 맡겼더니 도정농단해 재판받지, 그런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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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수건달
2024.11.30 01:28:50
전라도 판사, 좌파 판사들이 무죄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재명한테 계속 날개 달아주니 뭐... 이게 제대로 되겠나? 난 대한민국 미래 어둡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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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4.11.30 04:11:08
악마 이재명 주변인들은 유죄 판결이 나고 죽기도 하는데 왜 이재명은 아직도 활개치며 날뛰고 있는가? 국민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고 심지어 일부 국민은 잘한다고 박수치고 있다. 저런 썩어빠진 자 한 마리 때문에 나라의 법과 기강이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신속히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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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imusa
2024.11.30 02:34:46
대한민국을 요동시키는 뱀 한 마리를 못 잡아 많은 국민들 마음 고생이 크다. 함량 미달 사법부도 거기에 일조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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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형
2024.11.30 03:10:41
삐딱한 판사 몇개가 쬐명이 기를 살려주고 국회의 국정농단을 지원하고 있는 현실. 삐딱판사 청소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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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y
2024.11.30 04:05:24
재명대표는 참으로 추잡 치졸 사악 부끄러운 죄를 지은 잡범 이지요! 그중 가장 쫌스런 짓거리는 법카살림 살림 이지요! 어떻게 도둑질한? 돈으로 제사상 까지? 그리고 대통 하겠다고 하네요~그러니 소도 개도 웃겠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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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2024.11.30 01:48:28
사법부 판사들이 돈과 권력에 굴복해서,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국가로, 망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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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11.30 05:06:01
미꾸라지처럼 법의 그물망을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변호사 다운 발악하며 몸부딤치지만, 사필귀정을 믿는다. 그 순간을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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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피아
2024.11.30 04:06:03
문제의 본질은 투표조작에 의해 얼마든지 정권을 잡을수 있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이~모든 분란은 선관위의 투표조작에 있다 ~ 여론조작질도 맘대로 하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여론도 무시하고 뻔뻔하게 패악질을 일삼을수가 있을까~ 제발 현실을 직시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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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11.30 05:42:39
범죄 백화점 이재명을 처벌하지 않으면 한국은 망해서 구석기 시대로 전락하거나 북괴에 흡수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려야 한다. 이런 나라는 지구촌에 존재할 가치가 없고, 국민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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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dbslawn
2024.11.30 05:23:26
공정선거관리가 보장되지 않는한 좌익들의 분탕질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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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록홈즈
2024.11.30 02:46:03
무슨글이 뭐이래! 뭐 그게 큰 범죄가 아니라도? 그럼 뭐가 큰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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