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6. 순천.
2019. 4. 금계.
4월 5일, 아내더러 버스정류장에 아내 차로 데려다달라고 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 장 찍어주라 했다. 나는 면허증은 있지만 평생 운전을 안 해서 아내 신세 지는 것이 퍽 미안하다.
목포 버스 공용정류장. 대합실에 붙은 고하도 용머리 사진.
순천 종합 버스터미널. 목포에서 순천까지는 고속도로 경유 직통버스로 한 시간 반 걸렸다. 순천을 차분히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기는 이번이 처음. 일흔이 넘었는데도 가슴이 살짝 설렌다.
목포와 순천은 20만을 넘는 인구수가 비슷하지만 역사는 비교가 안 된다. 목포는 개항 100여년에 불과하지만 순천은 꽤 오래 되었을 터. 시가지 풍경도 목포와는 전혀 달라보였다.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순천이 역사가 오래 된 티가 난다.
버스터미널에서 여행안내 지도를 가지고 훑어보다가 일단 행선지를 순천역으로 정하고 무작정 동쪽으로 걷는다.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도로가 비교적 비좁아 보인다.
나는 아직 점을 쳐본 일이 한 번도 없지만 대나무에 깃발을 꽂은 점집을 발견하니 반가웠다. 목포는 깃발 꽂은 집이 부지기수인데 순천에서는 여기 말고 한 군데도 본 적이 없었다.
벚꽃이 만발한 정자. 저기에서 동네 노인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한 잔 마시거나 장기를 두거나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자봤으면 좋겄다. 여자들만 꽃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남자들도 꽃을 보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촌닭요리 전문점 ‘토닥토닭’. 그러니까 토종닭이라는 뜻이렷다. 새로운 우리말 조어법이 재밌다. 저런 이름의 가게는 닭도 맛있을 것 같다.
아랫장, 어째서 이름이 아랫장인지 궁금하다. 장어탕, 참숯장어구이, 잔치국수, 돈코츠라멘.
아랫장은 2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라 한다. 간 날이 장날이 아니라서 조금 서운하다.
아랫장은 금, 토요일에는 야시장도 열린다 한다.
시장 천장에 만국기가 펄럭인다. 역시 시장은 어수선하고 떠들썩해야 제 맛이 난다. 시장의 복작대는 인파를 구경할 수 없어서 유감이다.
아랫장에서 둑으로 올라오자 ‘동천’. 강둑에 벚꽃이 화려하다. 목포는 아직 벚꽃이 다 피지 않았는데 여기는 벌써 만발한 뒤라 파릇파릇 새 잎이 돋고 있다.
순천의 ‘동천’이 부럽다. 목포에도 이렇게 수량이 풍부한 냇물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고로 순천에서는 미인이 많다는데 물이 이렇게 좋은 탓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활짝 피어난 벚꽃도 예쁘지만 칭칭 늘어진 수양버들도 일품이다.
아베크족이 부럽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지 몰라.
순천역 부근. 시내버스의 분위기가 목포와는 다르다. 목포보다 디자인도 세련되고 색깔도 더 고운 것 같다.
순천 역전광장 로터리. 조명탑이 드높이 솟아 있다.
전차 모양을 본뜬 색다른 순천 시티투어 버스. 순천 바닥이 넓어서 걸어 다니기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다음에는 일찍 와서 저 버스로 구경을 다녀야겠다.
천연가스 버스는 또 색깔이 다르다. 색상의 느낌이 참 부드럽다.
순천 역전광장. 목포 역전광장보다 훨씬 분위기가 차분하고 안온하고 점잖은 것 같다.
역전광장. 나로도 로켓 발사기지 선전물 ‘고흥은 우주다.’
역전 광장. 더블 하트. 사진 찍는 곳인가.
역전광장에서 기념사진.
순천역 대합실 풍경.
역전광장 한 귀퉁이에 안내판.
‘청춘의 문화 먹거리 살거리가 있는 청춘창고 가는 길’ 500m
확실히 순천이 목포보다 따뜻한 모양이다. 벌써 철쭉이 피었다.
드디어 청춘 창고. 정부 양곡창고를 22개 청년 점포와 공연이 가능한 무대 및 작품 전시 공간으로 리모델링.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창업 공간이자 청년들의 다양한 문화를 꽃 피우는 공간.
여기가 공연장인가.
청년 창업 가게.
넓은 냇물이 흐르니 도시 전체의 짜임새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렇게 벚꽃이 휘날리는 탁 트인 공간에서 쌍쌍이 자전거를 탈 수 있으니 순천 시민들은 참 행복하겄다.
분위기가 차분히 안정되어서 무척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동천 옆에 장대공원. 벚꽃에 둘러싸여 분수 떨어지는 소리가 상큼하다.
동천 다리 위 난간에 놓인 화분 너머로 폭이 꽤 넓은 시원한 냇물을 바라본다.
거리가 좀 있어서 택시를 타고 순천향교에 도착한다.
향교 문이 열려 있어서 안에는 들어갔지만 대성전은 굳게 잠겨 있었다.
1407년(태종7년)에 창건. 1801년(순조1년)에 현 위치로 이전.
어느 담벼락에 쓰인 글.
‘길,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 건축가 김수근’
심술쟁이, 욕심쟁이, 요술쟁이, 욕쟁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바늘쟁이’라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다. 요즘 조어법이 참 재밌다.
정자, 고목, 서양스러운 성당. 순천은 오래된 도시라 얼핏 찍어도 좋은 그림이 나오는 곳이 많다.
임청대(臨淸臺) 비각. 1498년 무오사화 때 김굉필과 조위가 귀양살이하던 중 옥천서원 근방 계곡을 벗 삼아 소일하면서 임청대라 명명함.
옥천서원 경현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골목길로 돌아 담장 너머로 옥천서원 현판을 구경하였다.
1564년(명종19년)에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위패를 모셨고,
1568년(선조1년)에 옥천(玉川)이라고 사액되어 서원으로 승격했다.
옥천서원 임청대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 참 분위기가 아늑하고 좋아 보인다.
백로인가 왜가리인가 시냇물 위로 한가롭게 난다.
목포에서 순천 갈 때에는 고속도로로 직통으로 1시간 반 걸렸는데, 직통 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순천에서 목포 올 때에는 국도로 여기저기 들리는 바람에 3시간이나 걸렸다.
목포 올 때 직행버스가 들러서 멈춘 보성군 예당면 소재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