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숨결을 느끼며 한 걸음 두 걸음
무왕길 걷기
우리에게는 <서동요>로 더 익숙한 백제 무왕. <서동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4구체 향가로 백제의 왕자 서동과 신라의 공주 선화가 사랑을 이루게 되는 상징적 노래이기도 하다. <서동요>를 떠올리며 백제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 있는 무왕길을 따라 걷는다. 무왕길은 마한과 백제의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관통하는 길이자 고도 익산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역사의 길이다.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진 무왕길을 따라 걷다 보면 1,300년 전 사건과 인물들이 모락모락 되살아난다.
익산의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무왕길
역사와 설화가 중첩되는 익산의 어제를 걷다
600년부터 641년까지 집권한 백제 제30대 무왕. 당시는 신라와 충돌이 잦았고, 토목공사가 빈번히 행해졌던 시대라고 《삼국사기》에 전한다.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은 서동(마동), 인근에 특히 많았던 마를 캐서 팔아 생계를 꾸리는 아이라는 뜻이다. <서동요>는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퍼뜨린 노래이다. 관련 설화로 유명해진 <서동요>는 선화공주가 몰래 서동을 만나 밤마다 정분을 통한다는 내용이다.
[왼쪽/오른쪽]서동공원에 있는 서동(무왕)과 선화공주 조각상 /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마 넝쿨
많은 설화와 전설을 간직한 무왕길은 익산역사유적지구를 관통하는 길이다. 백제 무왕의 탄생부터 염원, 사랑, 결실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익산역사유적지구에는 백제 무왕 때 조성된 궁성과 사찰, 성곽, 왕릉 등 문화유산이 집중되어 있다. 백제 왕도의 문화유산을 통해 국제사회 속의 백제문화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길이다. 무왕길은 이러한 역사적 자취들을 거치며 걷게 된다. 익산에서 찾는 백제의 역사는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스무고개를 하듯, 혹은 베일에 감춰진 아름다운 여인을 보듯 보일락 말락 신비로운 여정이다.
[왼쪽/오른쪽]무왕과 왕비를 모신 것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 / 사람의 형태를 하고 마주보고 선 고도리 석불입상
익산의 대표 유적지이자 관광지인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익산쌍릉, 익산토성, 마룡지, 제석사지를 비롯해 미륵사지 석탑, 미륵사지 사리장엄, 고도리 석불입상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유적지에 들어선 미륵사지 유물전시관과 왕궁리유적전시관, 마한관 등 박물관 둘러보기는 보너스다.
무왕길을 걸으며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유적지들을 하루 만에 쭉 훑어본다. 사실 하루에 다 보기는 어렵다. 살짝 맛보기만 하는 것이다. 첫날은 전체적으로 맛보기를 한 후 다음날 관심이 가는 곳을 세세하게 보면 된다. 무왕길은 이렇듯 익산의 전반적인 역사문화유적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마련되었다.
오금산 능선을 따라 익산토성을 걷는다.
설명이 곁들여진 친절한 유적 답사
무왕길은 총 18.4km로 걸어서 6~7시간이 걸린다. 이는 걷기만 했을 때의 시간일 뿐, 곳곳의 문화유적과 박물관 등을 유심히 둘러보며 걷는다면 소요시간이 무의미할 정도로 다채로운 역사적 현장을 만나게 된다.
왕궁리유적전시관을 시작으로 고도리 석불입상, 마룡지, 익산쌍릉, 익산토성, 미륵사지, 구룡대나무숲, 서동공원을 거쳐 다시 왕궁리유적전시관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관심 있는 유적이나 자신의 체력에 따라 얼마든지 코스를 조정할 수 있다. 동선을 파악해서 꼭 가보고 싶은 유적 중심으로 자신만의 답사 코스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문화해설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익산쌍릉 대왕뫼에서 소왕뫼로 가는 오솔길
혼자 걷기 막막하거나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왕궁리유적전시관과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서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전 9시에 약 8km 코스로 나누어 백제 무왕 때의 유적을 해설과 함께 걸어서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매월 10일~19일 사이에 왕궁리유적전시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매회 30명 정원이다. 단, 7~8월은 날씨가 무더운 관계로 진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걷기가 아닌 유적지 답사라면 설명을 들으며 여럿이 함께 걷는 것이 혼자 걷는 것보다 알차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인원을 모아 따로 시청 문화관광과에 문화해설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문화해설사가 안내하는 익산토성길
무왕의 꿈, 백제의 꿈이 서린 길
무왕길 출발점인 왕궁리 유적의 왕궁터는 마한과 백제시대 궁성터로 추정된다. 남북의 길이가 약 450m, 동서의 폭이 약 230m에 이르는 장방형 터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왕궁리유적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왕궁터에서 국도와 숲길을 헤치고 가다 보면 무왕이 태어났다는 전설을 간직한 마룡지가 나온다. 연꽃으로 가득한 마룡지는 야트막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논밭 한가운데 전설의 중심인 마동 생가터와 용샘을 거느리고 오롯이 자리했다.
[왼쪽/오른쪽]용샘을 거느린 서동 생가터인 마룡지 / 미륵사지석탑 중 복원이 완료된 동탑과 해체 작업 중인 서탑의 돌들
마룡지를 지나 익산쌍릉으로 간다. 대왕뫼와 소왕뫼로 되어 있어 쌍릉이라 불린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정황상 무왕과 그 왕비의 능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능은 한적하게 걷기 좋은 오솔길로 연결되어 있다. 익산토성도 한 바퀴 걸어볼 만하다. 익산토성은 마가 지천으로 널린 오금산 능선을 따라 축조되었다. 돌로 쌓은 석성이 아닌 흙으로 올린 토성을 걷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무왕길의 정점은 미륵사지다. 미륵사지 석탑, 미륵사지 당간지주, 미륵사지유물전시관, 미륵사지 사리장엄을 비롯해 2개의 연못과 뒤로 미륵산성 등 볼거리, 느낄거리가 넘친다. 복원이 완료된 동탑과 복원을 위해 늘어놓은 서탑의 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마한시대의 유물이 전시된 마한관을 비롯해 서동과 선화의 전설이 곁들여진 조각공원을 갖춘 서동공원을 끝으로 무왕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여행정보
왕궁리유적전시관
주소 :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666
문의 : 063-859-4631~2 / wg.iksan.go.kr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익산IC에서 익산 방면으로 우회전, 무왕로를 따라가다 금마사거리에서 왕궁면사무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궁성로를 따라 1.7km쯤 가다가 다시 좌회전하면 왕궁리유적전시관이다.
* 대중교통
역전이나 북부시장에서 좌석버스 555번을 타고 가다가 금마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65번으로 갈아탄다. 탑리 정류장에서 하차
2.식당
감나무가든 : 한식 /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수리 596-4 / 063-291-4929
팰리스비빔밥 : 비빔밥 /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용리 575-1 / 063-831-2468
3.숙소
왕궁온천장 :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온천길 38 / 063-291-5000 / korean.visitkorea.or.kr
다이아모텔 : 전북 익산시 왕궁면 송선길 18-6 / 063-831-3694
4. 기타 여행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