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는 거의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었다.
그 당시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인터넷도 없었고 핸드폰도 없었고 겜방도 없었으니....그 때는 라디오가 최고였다.
오후 7시 배철수의 음악캠프서부터, 이본이 했던 볼륨을 높여요...그리고 이문세가 했던 별밤에 이르기까지... 밤늦도록 애청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거의 안들었는데, 혼자있을 시간이 많은 조교가 된 지금에서야 다시 옛날버릇이 나와서 라디오를 듣는다.
김구라가 진행하는 프로에서 가요를 통해 한국교육현실의 변화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오래간만에 "내인생은 나의것", 노찾사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서태지의 "교실이데아" 등을 들었다.
80년대는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대표되는 성적에 밀려 불량품 취급을 당하는 학생들의 애환으로 대표되는 시대였다.
그나마 그 때는 대중가요에 대한 심의가 심해서 "내인생은 나의것"을 심의할 때 '인생'이라는 단어가 청소년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단어가 아니냐 하여 불합격되고 대신 '생활'이라는 단어를 대안으로 제시받았다는 우끼는 이야기와 함께(내 인생은 나의것 하던 것이 "내생활은 나의것"하면 얼마나 웃길까?) 그나마 80년대 후반에 민중가요가 나타나서 노찾사가 '행복은 그 잘난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화항쟁이 있고난 후 이 학생들을 끌어앉았던 생각있는 선생님들은 90년대 초 전교조 사태로 학생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쫓겨나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90년대 중후반 그 선생님들이 교실로 복귀할 때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당황하는 선생님들....
학생들은 인생보다는 성적이 왜 더 중요한지 알고 있었고...
이젠 더 이상 불량품이라고 무시받는 학생들을 끌어앉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해졌다.
그리고 90년대 말 서태지의 교실이데아가 말해주듯이 이제는 학생들이 교실을, 학교를 떠나버리는 지금의 교육현실을 설명했다.
참... 우리 공교육의 역사는 성적에 옥죄여 무시당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모든 국가적, 사회적 노력들이 무위로 돌아가고 결국은 학교가 해체되어가는 씁슬한 역사다.
나도 그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정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학교교육이라는 것이 높은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심는 도구역할을 하므로 해체되어 마땅하다는 나름대로의 합리화된 논리로 달래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