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 때 타올라야 하고 열변을 토해야 한다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현명한 자들은 끝에 이르러 어둠이 순리인 줄 알지만 자신들의 말이 어떤 번개도 치지 못했기에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는다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칠 때 자신들의 연약한 행위가 푸른 바닷가에서 밝게 춤출 수도 있었음을 한탄하며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한다 자유로운 자들은 날아가는 태양을 붙잡고 노래했으나 태양은 간다는 슬픈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눈이 멀지만 멀어 버린 눈도 유성처럼 불타며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한다 그러므로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프고 높은 곳에서 부디 당신의 뜨거운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라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시라 빛의 소멸에 분노하고 분노하시라 - 딜런 토머스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류시화 옮김) ⓒAngel Guidance 죽음에 저항하고 빛의 사라짐에 분노하라고 켈트 족의 음유시인이 촉구한다. 밀려오는 어둠에 맞서 마지막 순간까지 생을 불태우라고. 현명한 이들은 지혜로운 말을 많이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말이 세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착한 이들은 자신들이 너무 연약하게 행동한 나머지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음을 느낀다. 거침없이 산 이들은 시간을 함부로 보낸 것을 후회하고, 시력을 잃어 가는 심각한 사람들은 눈이 멀어도 유성처럼 불탈 수 있음을 안다. 따라서 우리는 우아하게 죽음에 끌려가는 대신 더 삶을 요구해야 한다. 류시화 착한 이들은 자신들이 너무 연약하게 행동한 나머지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음을 느낀다. 거침없이 산 이들은 시간을 함부로 보낸 것을 후회하고, 시력을 잃어 가는 심각한 사람들은 눈이 멀어도 유성처럼 불탈 수 있음을 안다. 따라서 우리는 우아하게 죽음에 끌려가는 대신 더 삶을 요구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는 시력을 잃었지만 기억력만으로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지었으며, 영국 시인 밀턴 역시 만년에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아내와 딸들에게 받아쓰게 해 불후의 걸작 <실낙원>을 완성했다.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 의지만큼 위대한 것은 없다.
Dylan Thomas 영국 웨일스 지방이 낳은 뛰어난 시인 딜런 토머스(1914~1953)가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절규하듯 외친 시다. 중의적인 표현이 많아 여러 해석이 가능한 그의 대표 시 중 하나다. 딜런의 아버지 데이비드 토머스는 딜런이 다닌 학교의 문법 교사였다. 그는 아들의 마음속에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심어 주었고, 그 자신도 한때 시를 썼기에 자신이 이루지 못한 시인의 꿈을 아들이 이루기를 바랐다. 또한 신이 신탁을 내리는 듯한 시 낭송법을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죽음을 앞두고 장님이 되어 가고 있다. 이를 가슴 아프게 여긴 딜런은 아버지에게 쉽게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애원하고 있다. 전원시(두 개의 운이 반복되는 19행의 시) 형식으로 aba의 엄격한 각운(night/day/light, bright/bay/light, sight/gay/light, height/pray/night) 속에 격렬한 감정을 담은 이 시는 딜런 토머스가 스스로에게 외친 절규이기도 하다. 딜런 자신이 말할 수 없이 고통에 찬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부터 폐가 약했으며, 오랜 세월 신경쇠약과 정신 질환에 시달렸다. 변변한 직업 없이 국립 방송국의 시 낭송으로 근근이 연명했고, T. S. 엘리엇 같은 동료 시인들에게 자주 경제적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이 시를 쓸 당시에도 심각한 알코올중독과 불행한 결혼 생활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의 재능과 명성은 절정에 달했지만 사기꾼들로 인해 경제적 보상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힘든 삶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말하고 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저 밤의 어둠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시대의 암흑에 저항하고 포기하지 말라. 희망의 사라짐에 분노하고 분노하라.’ 이 시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제시로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시에 걸맞게, 임박한 지구 멸망을 극복하는 인류의 노력을 다룬 스토리이다. 참고로 가수이며 시인인 로버트 짐머만은 딜런 토머스의 시를 너무나 좋아해 자신의 이름을 ‘밥 딜런’으로 개명했으며,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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