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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258> 고흥 봉래산 |
하늘 덮은 삼나무·편백 숲 … 9일 정상에 서면 나로호 2차 발사 구경도 |
봉래산 산행 내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접할 수 있다. 올망졸망한 작은 섬과 푸른 바다를 보면 가슴속까지 후련해진다. |
한 가지 일을 했는데 두 가지 이상의 성과가 있다면 매우 만족스럽다. 이런 기쁨을 예부터 사람들이 좋아했나 보다. '도랑치고 가재 잡고' '일거양득' '일석이조' 등등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무수하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蓬萊山·410m) 산행이 딱 그러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 90년 가까이 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에서의 삼림욕, 등산의 즐거움에다 남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덤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우주프로젝트의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1석4조나 5조로 불러도 되겠다.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산행은 무선중계소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체육공원~산불초소~전망바위~삼각점~봉래산~장포산 갈림길~용송 자리~시름재~삼나무숲~마을터~체육공원~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하는 산행이다. 삼림욕을 즐기더라도 6.4㎞에 3시간 30분이면 넉넉하다.
외나로도 봉래면 소재지에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예내리로 가는 도중에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무선통신 중계소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 주차장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길은 중계소 주차장 왼편으로 난 제법 넓은 길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는 별다른 이정표가 없다. 5분을 내려가면 넓은 공터에 이정표가 있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여느 시골이면 어디나 설치돼 있는 오십견 예방 운동 기구 등이다. 이곳 공터가 봉래산 원점회귀 산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된다.
·우주 진출의 뜻이 서린 자리
체육공원을 지나자마자 우거진 숲이 하늘을 덮는다. 인공시설물이 많아 자연을 느끼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난대림과 소사나무 군락이 등산로를 감싸 제법 따가운 남도의 햇볕을 다 막아준다. 숲에 드니 시원하다. 이런 산행로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좋겠다.
15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니 벌써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5분 후엔 산불초소에 다다랐다. 산불초소는 알고 보면 명당자리에만 있다. 주변을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곳에 산불초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방이 트이고, 조망이 좋다. 북쪽으로는 외나로도와 나로도를 이은 연도교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아늑한 자리에 나로우주센터 홍보관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첫 발사에서 마지막 단계 덮개가 벗겨지지 않아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나로호. 다음 주 수요일인 9일에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실은 나로호 2차 발사가 예정되어 있단다.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하는 뜻 깊은 날이 되었으면 한다.
오후에 발사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왕이면 봉래산 정상에 올라 파란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를 나로호를 바라보는 장관도 흔치 않을 경험이겠다.
그러고 보니 고흥이란 지명이 흥미롭다. 고흥(高興)이란 한자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높게 융성한다는 뜻인데 고려 때부터 불렀다는 지명은 선조들의 선견지명인지 우주센터가 들어서게 되었으니 공교롭다.
산불초소를 지나 또 다른 전망바위가 있는 390봉까지는 15분이 더 걸린다.
·가다가 서는 곳이 전망대
봉래산 능선에 접어들어서는 가다가 사방이 트인 장소가 곧 전망대이다. 어느 한 곳의 조망이 처질 수가 없는 것이 거의 일정한 높이로 능선길이 봉래산 정상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숲 터널을 지나다가 넓은 장소에서 숨 한 번 돌리면서 주위를 살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항상 왼편은 삼나무 편백 숲과 우주센터가 자리하고 있고 오른편은 외나로도와 나로도 고흥반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제 모습을 뽐낸다.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착각에 빠지는 듯한 봉래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푸른 쪽빛 바다와 맑은 하늘이 경계를 짓지 못하고 하나가 되었다.
삼각점이 있는 393봉은 다도해국립공원의 진면목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옛적 중국 사신들이 이곳을 내왕하며 나로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반해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산의 이름인 봉래산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전설에 수긍이 간다.
봉래산은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30분을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작은 바위를 돌아가기도 하고, 두부처럼 모난 바위를 정면으로 보며 가기도 한다. 암봉들이 있으니 산행 재미가 더 있다. 그렇더라도 위험하거나 험하지 않은 육산이다. 산길은 대부분 고운 흙이다.
봉래산 정상은 봉수대가 있던 흔적이 있다. 사람들은 그 돌로 돌탑을 쌓아 놓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분다.
정상을 내려서자마자 장포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산행을 길게 하고 싶으면 왕복 5.5㎞의 장포산을 다녀오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시름재를 향해 이제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90년 된 편백·삼나무 숲길
봉래산 정상에서 시름재까지는 내리막길이고 시름재에서 임도로 잠시 내려섰다가 이내 90년이 다 된 편백과 삼나무 숲이 시작된다.
하도 숲이 우거져 사람들이 넘기 싫어했다는 시름재까지는 정상에서 30분이면 도착한다. 시름재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용송이 있던 자리를 만난다. 둥치부터 굽이쳐 살아 있었으면 장관이었을 용송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내습에 그만 희생되었다고 한다. 고흥군은 이를 '고흥에 우주센터가 들어서게 되자 소명을 다한 용송이 이제 용으로 승천했다'고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사람들의 좋은 해석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런 긍정적 사고가 또 좋다.
시름재 벤치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포장 임도를 따라 2분 정도 걸으면 왼편으로 숲길이 나온다. 숲길을 4분을 걸어 또다시 임도와 만나는데 2분쯤 더 내려가면 중계소로 가는 노란 표지판이 나온다. 이제부터 오래된 숲이 시작된다.
일제시대인 1920년대 마을사람들이 조성했다는 편백과 삼나무 숲은 21.6ha로 편백나무 7천 그루, 삼나무 2천 그루가 있다. 모두 수령 90년에 육박하는 거목들이다. 편백나무는 나무들 중에서 사람 몸에 이로운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생성한다고 한다. 숲길을 걷거나 머무는 것만으로 온몸과 마음이 정화가 된다.
오래된 숲에서 가장 편하게 치유의 길을 걷는다. 30m가 넘는 거목들이 즐비한 숲을 겨우 통과한 빛살도 주눅 들어 숨죽인다. 이 숲에서 한없이 쉬어 가면 좋겠다.
숲길은 바로 통과하면 10분이면 끝이 난다.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있으니 바삐 가지 말고 오래 숨을 들이쉬고 뱉으며 숲을 즐기는 편이 좋겠다. 오래된 편백과 삼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 마을 터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듯하다.
마을 터에는 길이 여러 갈래이나 제일 왼쪽인 위의 길을 선택하면 된다. 출발지인 주차장까지는 20분만 걸어가면 충분하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꼬마 하나가 엄마 손을 잡고 온다. 가족들과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이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고흥 봉래산 가는길 먹을곳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은 대중교통으로 부산에서 하루 만에 다녀오는 것은 좀 힘들다.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흥까지만도 4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당일 산행을 하려면 아무래도 가족이나 마음 맞는 사람들과 짝을 이뤄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순천IC까지 논스톱으로 간다. 순천IC에서 내려 벌량을 거쳐 벌교를 지난다. 벌교여고 앞에서 좌측 고흥 방면 도로를 타고 고흥읍까지 계속 간다.
고흥읍에서는 포두면을 지나 나로도 연륙교와 외나로도 연도교를 지나 예내리 우주센터 방면으로 가다 우주센터를 못가 예내고개에 도착하면 우측 산쪽으로 난 포장길을 올라선다. 이곳 무선통신 중계소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 원점회귀 할 수 있다. 부산 출발 총거리 274㎞로 정속 운행하면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남도 고흥은 맛있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외나로도는 행정주소로는 고흥군 봉래면으로 이곳 신금리의 수협위판장에 가면 제철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옛날부터 삼치 파시의 명성이 자자하다. 가을철이 제철이나 냉동보관된 삼치를 사시사철 맛볼 수도 있다. 바지락도 유명하다. 봉래면사무소(061-830-6570)에 문의하면 맛집을 추천해 준다. 신금리에는 삼치를 요리로 하는 식당이 많다.
남도정식을 맛보려면 고흥 읍내까지 나와야 한다. 고흥읍에서는 한정식과 백반만 내놓는 백상회관(061-835-8788)이 유명하다. 백상회관의 상차림은 4인상이 기본이다. 6만 원, 8만 원, 10만 원 12만 원 상(모두 4인 기준)이 있다. 6만 원 기본상에도 싱싱한 회와 떡갈비 생선구이 바지락회무침 등이 제공된다.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예약을 하면 좋다. 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