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77편
송강은 두 압송관과 함께 강주를 향해 갔다. 두 압송관은 산채에서 많은 두령들이 송강에게 절하는 것을 본데다 또 은자까지 얻었으므로, 가는 도중에 조심해서 송강을 잘 모셨다. 세 사람은 보름 정도 걸어 저 멀리 높은 고개가 보이는 곳에 당도했다. 두 관원이 말했다.
“좋아! 저 게양령만 넘으면 심양강이고, 강주까지는 수로로 멀지 않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날씨가 따뜻할 때 빨리 고개를 넘어가서 숙박할 곳을 찾읍시다.”
“압사님 말이 옳습니다.”
세 사람은 고개를 올라갔다. 한나절을 걸어 고갯마루에 오르니 끄트머리에 주점이 하나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을 등지고 문 앞에는 괴상한 나무가 서 있었는데, 앞뒤에 초가가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주점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송강은 주점을 보고 기뻐하며 압송관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마침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니, 저 주점에서 술 한 잔 하고 갑시다.”
세 사람은 주점으로 들어갔다. 두 관원은 짐을 내려놓고 몽둥이를 벽에 기대 놓았다. 송강은 두 관원에게 상석을 양보하고 아랫자리에 앉았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송강이 소리쳤다.
“주인장! 안 계시오!”
안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갑니다! 나가요!”
옆방에서 덩치 큰 사내가 하나 나오는데, 꼬불꼬불한 붉은 수염을 길렀고 핏발이 선 호랑이 눈을 하고 있었다. 세 사람을 보고 말했다.
“손님! 술은 얼마나 드릴까요?”
송강이 말했다.
“우리가 많이 걸어서 배가 고픈데, 고기도 팝니까?”
“삶은 소고기와 탁한 백주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먼저 소고기 두 근과 술 한 병 주시오.”
“손님! 이상하게 여기실지 모르지만, 여기 고개 위에서는 술을 팔 때 돈을 먼저 받습니다.”
“좋습니다. 돈을 먼저 드리지요.”
송강은 보따리를 열고 은자를 꺼냈다. 사내는 곁에서 훔쳐보고, 보따리가 묵직한 것이 재물이 제법 있는 것 같아 내심 기뻐하였다. 사내는 송강이 주는 은자를 받고 술 한 병과 고기 한 쟁반을 가지고 왔다. 세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요즘 강호에 나쁜 놈들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걸려든답니다. 술과 고기에 수면제를 타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재물을 빼앗고 인육으로 만두소를 만든다고 하네요. 하지만 나는 못 믿겠어요! 설마 그런 일이 있을라고?”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세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술과 고기에도 수면제가 들어 있으니 먹지 마십시오.”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수면제 얘기를 하니까, 형씨도 농담을 하시네.”
두 관원도 말했다.
“형씨! 술을 데워서 마시면 더 좋겠소.”
사내가 말했다.
“그러면 데워 드리지요.”
사내는 술을 데워 와서 따라주었다. 세 사람은 마침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나서 한 잔을 쭉 들이켰다. 두 관원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뒤로 넘어졌다. 송강이 일어나며 말했다.
“두 분은 한 잔을 마시고 벌써 취하셨소?”
앞으로 나서 두 사람을 부축하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앞이 어질어질 해지면서 넘어졌다. 눈만 뜨고 서로 바라보았으나,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내가 말했다.
“이런! 며칠 동안 장사가 안 되더니, 오늘 하늘이 물건 셋을 보내주셨구나!”
먼저 송강을 바위 옆에 있는 인육방으로 끌고 가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다시 두 관원도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보따리를 뒷방으로 가져가 열어 보니 모두 금은이었다. 사내가 말했다.
“내가 주점을 연 지 몇 해가 지났는데, 이런 죄수를 본 적은 없네. 어떤 죄수길래 이렇게 많은 재물을 갖고 있을까? 이건 하늘이 내려준 것이 틀림없다!”
사내는 보따리를 다시 싸 놓고, 문 앞에 나와 일꾼이 돌아와 껍질을 벗기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데, 고개 아래에서 세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사내가 황망히 맞이하며 말했다.
“형님!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셋 가운데 덩치 큰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특별히 어떤 사람을 맞이하려고 고개를 올라왔네.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아 매일 나가서 고개 아래에서 기다렸는데 아직 보이지 않네. 어디서 놓쳐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
“형님은 누굴 기다리십니까?”
“대단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지.”
“그 대단한 남자가 도대체 누굽니까?”
“자네는 그 큰 이름을 들어 봤나? 제주 운성현의 압사 송강이라고.”
“강호에서 말하는 급시우 송공명 말입니까?”
“바로 그 사람일세.”
“그가 왜 이리로 지나갑니까?”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근래에 아는 사람이 제주에서 와서 말하기를, 운성현 압사 송강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부에서 강주로 유배 간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생각해 보니,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가야지 다른 길은 없는 것 같애. 그가 운성현에 있을 때 내가 한번 찾아가 만나보려 했었는데, 이제 이곳을 지나간다면 만나봐야 되지 않겠나? 그래서 고개 아래에서 며칠을 기다렸는데 죄수가 지나가는 걸 한 명도 보지 못했어. 오늘은 두 형제와 함께 고개 위에까지 올라와 봤어. 자네한테 술이나 한 잔 사먹으면서 자네도 볼 겸 해서 말이야. 근래 주점 장사는 잘 되나?”
“형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달 동안 장사가 시원찮았는데, 오늘 하늘에 감사하게도 세 물건을 잡았습니다. 재물도 제법 있고요.”
“세 사람이 어떤 모양이었나?”
“관원 둘과 죄수 하나입니다.”
새로 온 사내가 놀라며 말했다.
“그 죄수가 혹시 피부가 검고 키가 작으며 뚱뚱한 사람 아닌가?”
“키가 크지 않고 얼굴이 자줏빛이었습니다.”
“이미 손을 썼는가?”
“방금 인육방에 끌어다 놓았는데, 일꾼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껍질을 벗기지 않았습니다.”
“내가 확인해 보겠네.”
네 사람은 바위 옆의 인육방으로 들어가, 도마 위에 놓인 송강과 두 관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새로 온 사내가 송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지만 알아볼 수가 없었고, 얼굴에 새겨진 문신을 봐도 알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말했다.
“관원의 보따리에서 공문을 꺼내 보면 알 수 있겠다!”
“그 말씀이 옳습니다.”
방안으로 들어가 관원의 보따리를 열어 보니, 큰 은덩어리와 은자가 들어 있었다. 문서 주머니에서 공문을 꺼내보고 소리쳤다.
“이런! 하늘이 오늘 나를 고개 위로 올려 보냈네! 일찌감치 손을 쓰지 않아 다행이지, 하마터면 우리 형님의 목숨을 빼앗을 뻔했네. 빨리 해독약을 가져와서 형님부터 먼저 구하게.”
주점 사내는 황급히 해독약을 조제해 가지고 왔다. 먼저 칼을 풀고 부축해 일으켜 해독약을 입에 부어 넣었다. 네 사람은 송강을 앞에 있는 손님 자리로 옮기고, 붙잡고 있었다. 송강은 차츰 정신이 들어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새로 온 사내는 두 형제에게 송강을 부축하게 하고 엎드려 절을 했다. 송강이 물었다.
“누구시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주점의 사내도 절을 했다. 송강이 답례하고 말했다.
“두 분은 일어나시오. 여기가 어딥니까? 두 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새로 온 사내가 말했다.
“저는 이준(李俊)인데, 본적은 여주입니다. 양자강에서 뱃사공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데, 물에 익숙해서 사람들이 ‘강을 어지럽히는 용’ ‘혼강룡(混江龍)’ 이준이라고 부릅니다. 술을 파는 이 사람은 이곳 게양령 사람인데, 길가에서 비밀장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재촉하는 재판관’ ‘최명판관(催命判官)’ 이립(李立)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두 형제는 이곳 심양강 사람인데, 소금 밀매를 하면서 저의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큰 강에 물이 넘쳐도 배를 저을 수 있습니다. 둘은 형제인데, 하나는 ‘물속에서 노는 교룡’ ‘출동교(出洞蛟)’ 동위(童威)라 하고 또 하나는 ‘강을 뒤집는 이무기’ ‘번강신(翻江蜃)’ 동맹(童猛)이라 합니다.”
두 형제는 송강에게 사배를 했다. 송강이 물었다.
“방금 수면제를 먹여 쓰러뜨렸는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준이 말했다.
“제가 아는 사람이 근래에 장사하러 제주를 갔다 와서 형님의 이름을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