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에는 CT5, CTS-V를 비롯, 걸출한 스포츠 세단들이 많다. 아무리 SUV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스포츠 세단 만큼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는 듯, 캐딜락은 플래그십 세단 CT6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리본(Reborn)이라는 접두어를 강조한 새로운 CT6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미디어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사실 CTS-V를 비롯한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인해 캐딜락 세단의 스포츠 주행은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플래그십 모델 답게, 일단 차체 크기를 보고 나면 깜짝 놀란다. 특히 5m가 넘는 전장은 이 차량이 고급세단임을 상상케 한다. 휠베이스는 3m를 훌쩍 뛰어넘는다. 2열은 리클라이닝 기능과 전용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갖췄다. 플래티넘 트림에서는 안마기능까지 추가된다. 이러다 보니, 미디어 시승에 앞서 진행된 차량 브리핑에서 캐딜락 관계자는 뒷좌석 시승을 권했다.
아쉽게도, 배당된 시승차는 캐딜락 CT6 스포츠 모델이다. 액티브섀시 패키지가 제외되어 있다보니,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과 액티브 리어 휠 스티어링은 빠져있다. 타이어는 굿이어 투어링 245/45R19 올시즌 타이어가 장착됐다.
고급 세단의 면모를 보이는 외부 디자인
CT6는 에스칼라 콘셉트를 이어받은 모델이다. 직선 위주였던 디자인에 곡선이 많이 들어갔다. 주간주행등은 세로로, 전조등은 가로 형태로 갈라져 신선한 모습을 보인다. 기존 CT6 대비 전장은 42mm 길어지고, 전고는 12mm 낮아졌으며, 전폭과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스포츠 트림과 다른 모델들이 다른 점은 전면 그릴이다. 스포츠는 전면이 사각형 그물망 형태로 되어있고, 상위트림인 플래티넘과 스포츠 플러스는 크롬 색상의 오각형이 반복되는 구조이다. 냉각성능에 있어서는 스포츠 트림의 그릴이 더 좋아보인다.
전장, 전폭, 전고는 5,227x1,880x1,473mm이고, 휠베이스는 3,109mm이다.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답게 그 크기는 위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와 비교해보면 휠베이스는 163mm, 전장은 47mm나 더 길다.
편의성을 중시한 실내 디자인
실내는 스티어링 휠과 공조기 주변 등에 카본무늬 장식을 사용해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스티어링 휠에는 차선유지보조 버튼과 차간거리유지 버튼, 미디어 제어 버튼 등이 큼지막하게 들어가있다. 이전보다 작아진 전자식 변속레버를 채용한 신형 CT6는 손으로 쥐는 맛이 좋다. 하지만 후진할 때를 제외하곤 레버보다는 패들시프트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살짝 안쪽에 위치해 있어 주행중에는 손에 잘 닿지 않지만, 변속하려고 하면 언제든 클릭감과 함께 변속이 이루어진다.
변속레버 아래쪽에는 인포테인먼트 제어를 위한 버튼과 조그다이얼이 있다. 다이얼로 간단하게 줌인, 줌 아웃을 할 수 있어 주행중에도 지도배율을 편하게 조정 가능하다. 계기판은 컬러 12인치 클러스터가 적용되어 다양한 정보를 띄우며, 어두운 곳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 기능까지 클러스터에 나타난다. 주행중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유용하다. 복잡한 서울 시내에서 어느 차선에 있어야 할지, 교차로까지 남은 거리 등이 잘 표시된다.
백미러는 거울로 동작하거나 영상을 표시할 수 있는 리어 카메라 미러이다. 반투과 거울을 이용한 미러는 흔히 쓰는 하이패스 미러에 비해 테두리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덕분에 전방시야를 덜 방해하며, 아래쪽에 레버를 젖히면 리어 카메라 화면을 표시한다. 광각인 후방카메라와 달리 왜곡이 적은 준 망원 카메라를 장착했다. 배율 조정, 시야방향 조정 등이 가능해서 2열 승객으로 인해 거울의 후방시야가 제한된다 하더라도 안전한 주행에 방해받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조금 배율이 높다보니 바로 뒤에 있는 차량을 확인하기 보다는, 멀리서 접근하는 차량을 좀 더 쉽게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는 점이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북미대륙에서 온 차량이니 조금 망원쪽에 가까운 세팅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파워트레인과 주행감
국내에 들어오는 새로운 CT6의 엔진은 3.6리터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최고출력 334마력(6,900RPM), 최대토크는 39.4kgf.m(5,300RPM)이다.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의 감성이 그야말로 철철 넘치는 세단이다. 차량 공차중량은 스포츠 트림이 1,874kg, 플래티넘과 스포츠 플러스 트림은 1,941kg이다. CT6의 크기를 생각하면 의외로 가볍다는 느낌이다. 캐딜락은 CT6 차체의 62%에 알루미늄 합금을 적용해 경량화를 추구했다. 뿐만 아니라, 13개의 덩어리로 나눠 주조한 각 차체 부분을 한덩어리로 만들어 접합부위를 최소화 한 GM의 기술, 퓨전 프레임 방식을 적용했다.
처음 운전석에 앉으면 일단 안정감이 느껴진다. 차량 안에 푹 파묻힌 느낌을 준다. 푹신한 시트도 시트지만, 도어의 창문이 시작되는 부분, 벨트라인이 높은 까닭이다. 북미차량들은 유난히 벨트라인이 높고, 보닛 또한 높게 되어 있어 시각적인 안정감을 추구한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복잡한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에는 차체 크기가 크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무척 부담스러웠다. 차폭은 신형 현대 쏘나타와 20mm밖에 차이나지 않는데도, 전장이 긴 탓일까. 무척 긴장하며 도심을 빠져나갔다.
긴 휠베이스는 무척 안정감이 있다. 여기에 네바퀴를 항상 굴리는 CT6 특성상, 움직임이 중후하고 편안했다. 1/1000초 마다 변화하는 전자식 댐핑 제어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친 노면에서 차량을 유지하는 능력이나 코너링에서의 롤 억제는 무척 뛰어났다. 특히 고속 주행중 여러번 급차선변경을 시도해도, 뒷바퀴는 언제나 안정감있게 차량을 잡아준다. 스포츠 트림에는 뒷바퀴를 안쪽, 바깥쪽으로 최대 4도까지 틀어서 주행을 돕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부드러운 차선변경과 코너링을 보여주어 마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CT6의 하체 기본기가 훌륭한 까닭이다.
가속 성능은 네바퀴 굴림 덕분에 무척 안정적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거나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고로롱 하는 가상 엔진사운드를 만들며 더 달려보라며 부추긴다. 토크감은 있지만, 차량이 안정감이 있어서인지 체감되는 속도는 의외로 느린 편이다. 과속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90km/h이상부터는 변속기를 10단까지 체결할 수 있다. 또한 실린더를 4개만 사용하여 정속주행중 효율을 높이는 기통 휴지기능이 적용되며, 계기판에는 V4로 표시된다. CT6의 공인 복합연비는 8.7km/l, 고속주행시는 10.9km/l이다.
어느정도 차량에 익숙해지고 나니, 큰 덩치와 달리 차체가 가볍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속에서는 무겁게, 저속에서는 가볍게 하는 가변식 스티어링 어시스트 덕분이기도 하지만 하체 세팅이 무척 좋아서 스티어링 휠 움직임에 즉각 즉각 반응하는 빠른 핸들링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적당한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충격을 잘 걸러주는 댐핑이 조율되어있다. 탄탄하면서도 쫀득한 기분 좋은 승차감이다.
Reborn CT6는 덩치가 큰 대형차이기에 스포츠 주행 성능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의외로 큰 차체를 가벼운 느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이었다. 플래그십 뒷좌석이 주는 편안함과, 주행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싶다면 Reborn CT6을 선택하라고 하고 싶다. CT6는 장거리를 빠르면서도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세단이다. 긴 휠베이스로 인한 안정감은 어떤 트림을 고르더라도, 탑승객에게 쇼파에 앉은 듯한 편안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편안함보다 스포츠 주행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액티브 섀시 패키지가 적용된 플래티넘이나 스포츠 플러스 트림을 더 추천하고 싶다. 편안하면서도, 훨씬 재미있는 주행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세단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