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 문제가 생기니, 곧 눈에 문제가 생긴 것과 같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일을 할 수 없으니... 마음만 바빠졌구요,
그런데 하필이면 주말에 일이 터져서,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옛날엔 종로 2가에서 안경을 맞추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거기에 안경점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요즘, 종로 2가에 나가보면, 슬럼화가 되고 있드라구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남대문 시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눈이 작동을 못하니, 사람 사는 게 아닌 것 같드라구요......
요즘 장마철이라 비가 오락가락 대니, 나가기도 걱정스러웠습니다.
겨우 점심을 챙겨 먹고, 우산을 들고 도심으로 나갔습니다.
남대문 시장에 내려 지하철 출구를 나가니, 바로 안경점이 있었습니다.(전에도 거기서 안경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두 곳이 있었는데, 저는 크고 화려한 곳이 아닌... 그 옆의 작고 수수한 가게로 들어갔답니다.
들어가자마자 제 안경을 보여주면서,
"새로 안경을 맞춰야 할 것 같은데요......" 하자,
일단 눈검사를 하자고 하드라구요.
제 눈의 시력 자체는 그리 나쁘진 않은데, '난시'가 껴서... 몇 가지 렌즈를 바꿔가며 검사를 했는데, 그 중 제일 선명한 돗수로 안경을 새로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거기가 그리 비싸지 않기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비쌌지만,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안경테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뭔가 한 번 결정되면, 잘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인데...
'안경태' 역시 여태까지 쓰던 것과 같은 걸로 하고 싶었는데, 그 가게엔... 그런 디자인(모델)은 아예 없었습니다.
그러니 하는 수 있습니까? 거기 있는 것 중에서 고르다 보니,
그 안경사(주인인 듯)는,
"금속 테도 한 번 껴보시죠?" 하고 권하던데,
"저는, 잘 바꾸지 않아요."(옛날엔 금속테도 쓴 적이 있었지만요.) 하면서 뿔테만을 뒤지다,
가급적 '멍청하고 둔탁한'(제 취향) 디자인을 고르다 보니(그 중에서도 두껍고, 색상도 어중간한 건 싫어, 아예 검은색으로)...
아닌 게 아니라, 좀... 고집스러운 모델이 걸린 것 같았습니다.
안경을 만드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린다기에, 현장에서 기다리기로 했지요.
그런데 다행이,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짧았는데요,
(제 보기에)그 주인장이 일은 잘하는 것 같더라구요.
아주 성의있고 꼼꼼하게(집중력이 보였답니다.) 해주는데, 신뢰가 갔습니다.
좌우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새안경이 완성됐고,
(우리나라는 그게 좋습니다. 외국인들이 너무 놀란다고 하잖습니까? 안경을 그리 빨리 해서 낄 수 있는 시스템이...)
뭔가 시야가 확 트인 상쾌함을 느끼며 안경점을 나왔는데요,
그래도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세상이 깨끗하게 보인 건 맞았지만, 왼쪽 아래가 좀 꺼진 것 같은 거리감이랄까요? 세상이 약간 기우뚱거리는 것 같기도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안경이 내 눈에 딱 맞춰줬나? 다, 내 눈이 안경에 맞춰준 거지......'
이렇게 안경을 끼고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내 눈이 안경에 적응하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요, 지하철 입구에서 카드를 꺼내다가... 순간,
"아차!"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안경점에 우산을 빠트리고 나왔더라구요.
아직,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어서... 다시 올라가, 우산을 찾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는데, 오늘은 낮잠을 못 잤더니 졸려서... 꾸벅꾸벅 졸면서 돌아왔거든요?
그런 뒤, '내 자리'에 들어와서 거울을 보니...
여태까지 제 안경은 사각형이었는데, 이건... 약간 동그스럼 한 겁니다.
썩 맘에 들지도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어쩌겠습니까?
또 쓰고 살다 보면, 그것도 제 인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