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하면 노동자를 위한 비정규직법 철페, 완화나 서민을 위한 반값 등록금 등 복지법안 한가지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물른 각종 악법으로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을 가증시키는 것을 이명박근혜가 의회 권력을 장악한 18대 국회에서 잘 보아왔다.
민주통합당의 '낙동강 벨트'가 실패한 것처럼, 통합진보당은 '영남 진보벨트'에서 전패함으로써 원내교섭단체에서 멀어지는 것은 물른 새누리, 민주 양당이 과반의석 미달이었다면 진보당의 캐스팅 보트 역활이라는 절호의 기회마저 상실한 결과를 낳았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수성지역이었고, 4월 초까지만 해도 여론조사들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던 울산 북구의 패배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 영남권의 보수 결집 현상이 강했다고 하더라도 북구의 경우 현대차노조라는 든든한 우군이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 역시 '약체'로 평가됐었기 때문이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통합진보당이 '영남진보벨트'라 불렸던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 창원에서 총선 전패를 기록했다. 진보진영은 상당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선거 당시 통합진보당 내외에서는 '설마 지겠냐'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민중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선거 초중반에 실시된 여론조사들은 김창현 후보의 우세가 분명했다. 김창현 후보는 기존 한나라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 대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오차범위 밖의 차이를 유지했기 때문에,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선거본부 관계자들은 '설마 지겠냐'는 반응이었다.
이 패배의 원인은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이 '함께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즉 민주 노총이 야권 단일화 후보 지원에 미온적이었다는 결론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의 비율은 높지 않지만 양측의 결합력이 높았던 순천과 광주는 압승을 거뒀고, 조합원의 비율이 높으면서도 그 결합이 느슨했던 울산북구는 예상 외의 패배를 했다.
ⓒ민중의소리 구자환 기자, 창원성산은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가 43.8%를, 독자완주를 선택한 김창근 후보가 7.1%를 가져가며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4.11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이나 야권단일화 후보 적극적인 지지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야권 단일화 후보를 비판하며, 총선 방침에 대해서 현대자동차 내부 현장조직들 간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의 표심을 흐트러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노조의 한 간부는 "조합원 숫자보다는 노동자들의 표가 공장 밖으로 확산되는 게 승패를 가른다"며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유인물과 대자보가 많이 붙었다. 이런 활동들이 노동자들이 지역에 가서 입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법안 입법을 갈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야권단일 후보에게 표가 모아지지 않았다. 지난 2010년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로 계속된 연대활동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신뢰는 높아졌지만, 이것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 내부와 지역의 진보단체들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선거 후반까지 계속되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세가 모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1년초부터 1년여간의 지도부 공백 상태에 처했던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김창현 선거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보수는 결집한 데 반해서 진보는 지향이 양쪽(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 갈라진 것이 패인"이라며 "정치방침 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후보단일화 과정의 잡음에서 시작해서 양쪽에서 다른 얘기를 하면서 조합원들이 투표장이 많이 못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즉 최악에서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할 어려운 시기에 민주노총의 선명성 경쟁과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주도권 싸움의 희생물이 총선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다.
창원과 거제의 경우 패인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지역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국민들의 야권 단일화 갈망을 무시하고 패를 지어대립했던 곳이다. 창원시성산구 선거에선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가 43.8%를, 또한 독자완주를 선택한 김창근 후보가 7.1%를 가져가면서 49.0%의 득표에 그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거제의 경우엔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는 이뤄냈으나, 창원 진보신당의 독자완주 문제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적극적 지지가 이뤄지지 않았고 김한주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 이어 2위에 그쳤다.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등 내부 분열이 여전한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 효과 또한 미미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단일화가 가장 먼저 이뤄진 곳은 사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이었다. 그렇지만 민주당과 진보당은 각각의 출마 지역구들에서 자신의 '실력'만으로 각개 약진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때문에 울산의 각 지역구에서 후보단일화 이전과 이후 지지율엔 큰 변화가 없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관계자는 "우리는 단지 MB정권 심판론 하나였고,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역풍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미진했다고 생각된다"며 "단일화 효과는 작았던 반면, 민주당의 공천 문제나 개혁성에서의 후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하면서 지지표 잠식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영남 진보벨트'의 패색이 짙어지던 11일 저녁, 통합진보당의 한 선거대책본부장이 내놓은 제일감(一感)은 '자만심'이었다.
민노총, 진보당, 진보신당 간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울산에선 통합진보당이 집권당'이라는 자만이 선거를 패배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울산과 경남엔 '후보단일화'는 있었지만 진짜 '야권연대'는 없었고, 'MB심판'이라는 구호는 있었지만 보수의 결집을 돌파할 통합진보당의 선거전략이 없었다.
통합 진보당이 야권 단일화 민심을 타고 수도권 및 전라도 지역 야권 단일후보 출마로 귀중한 7석을 얻어 창당이래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나 경남,울산의 전패는 이명박근혜에게 의회권력을 헌납한 결과로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