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때 일기예보로는 아침6시부터 8시까지는 비가 그치는 것으로 돼 있어
그 시간에 걸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다시 일기예보를 보니
새벽부터 온 종일 비가 내리는 것으로 돼 있어 그럴바에야 우산이라도 쓰고 걸어야 되겠다 싶어
나섰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니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냥 도로 들어올까 하다가 이왕 나선 김에
아파트라도 한바퀴 돌고 들어가자고 마음 먹었다.
아파트 주변을 걸어도 번개가 번쩍번쩍 거리고 뇌성도 울려는가 하면 바람이 몰아쳐 우산을 써도 신발과
양말이 젖었다. 가만 있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하철 벡스코역으로 가서 역 구내를 돌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지하철 벡스코역과 국철 동해선 벡스코 역 사이에는 지하통로가 연결돼 있다. 벡스코역 구내를 한바퀴 돌면
약600보, 지하통로를 왕복하면 약 800보가 된다.
지하통로는 보통 비밀 지하통로가 많다. 진시황은 사후세계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병마용과 같은
지하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묻힌 묘지공사에 수 많은 인부를 동원했는데 내부 지하통로를 비밀로
간직하기 위해 그 내부를 공사한 인부들을 다 죽였다는 설이 있으며 내부 곳곳에는 독화살이 설치돼 있어
내부에 잘못들어갔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황천길로 직행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가이드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에 가면 유사시 교황이 지하통로를 통해서 바티칸을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바티칸과 산탄젤로성 사이에 비밀통로가 있어서 유사시 교황이 탈출하여 은신할 수 있었다. 비밀통로는 바티칸 광장의 성벽을 통해 이어진다.
산탄젤로 성은 135년 하드리아누스 대제가 자신의 묘로 건축한 것으로 이후 역대 황제의 묘가 되었다. 이 성이 ‘천사의 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590년 페스트가 만연했을 때,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이 성 위에 병을 퇴치하려는 검을 든 천사 미카엘이 나타난 환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후 얼마 안 지나 페스트가 사라졌기 때문에 성 위에 미카엘상을 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세웠던 미카엘상은 벼락을 맞아 소실되고,
다시 피뢰침과 함께 미카엘상을 세워 놓았다.
중세 시대에는 성채이자 감옥으로 사용되었으며, 교황의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성의 내부는 산탄젤로 성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으며,
성 내부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성 앞에는 산탄젤로 다리(ponte Sant’Angelo)가 있다.
이 다리에는 베르니니가 만든 천사상이 세워져 있는데, 물론 지금 세워져 있는 것은 복제품이다. 원본은 거의 소실되었지만,
남아 있는 오리지널 원본 두 개는 산탄드레아 델 프라데 성당에서 만날 수 있다.
청와대에서도 지하 벙커에서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봐서 비밀통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북한의 주석궁에도 지하에 비밀통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휴전선 밑으로 판 땅굴도 유사시 군사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지하통로의 일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