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못본 폭우, 서유럽을 삼키다
독일 103명 등 최소 126명 숨져
한국대사관 “교민 인명피해 없어”
둑 무너져 물바다… 보트 타고 탈출 15일(현지 시간) 벨기에 동부 리에주에 내린 폭우로 뫼즈강 제방이 무너져 주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14일부터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벨기에에서는 최소 23명이 사망했고 독일에서는 최소 10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벨기에 당국은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리에주=AP 뉴시스
서유럽에 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최소 126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도 수백 명에 달해 인명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을 비롯해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폭우가 내리면서 강물이 범람하고 주택이 붕괴돼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 등에서 각각 43명, 60명 등 최소 103명이 사망했다. 벨기에 리에주 등에서도 최소 23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독일 기상청은 “14일에서 1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평소 한 달 기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100∼15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쾰른의 강수량 154mm는 평년 7월 한 달 강수량(87mm)의 두 배 수준으로 100년 동안 보지 못한 폭우라고 설명했다. BBC는 “수백 명의 행방이 묘연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폭우로 1300명 이상이 연락 두절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번 폭우로 14일 실종 신고가 들어왔던 독일 교민 3명은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독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정전으로 집 전화는 물론이고 휴대전화 충전이 불가능해지면서 연락이 두절된 것”이라며 “3명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사실을 확인했고 16일 오후 현재 교민들의 인명 피해는 없다”고 했다.
이번 폭우는 지중해에서 온난다습한 공기를 머금은 베른트 저기압이 독일 서부를 따라 움직이며 많은 양의 비를 뿌리면서 비롯됐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폭우가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달 독일의 평균 기온은 섭씨 19도로 1961∼1990년 같은 달 평균 기온보다 3.6도 높았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증기 7%가 더해져 비의 양이 많아진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위로를 표했다.
파리 =김윤종 특파원, 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