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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전쯤인가...
우리엄마가 시골집에 집안 일때문에
한달정도 내려가 계셨을때 일인데
우리 옆집에 할머니 두분이 살고계셨어요
그때 저는 직장에 취직한지 얼마 안되서
아침 8시쯤 출근하고 저녁 7시쯤 집에 돌아오는
제법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있었어요
근데 어느날 보니까 우리 옆집에
복지관에서 가져다드리는 빵 봉지가
몇일이 지나도 계속 문고리에 걸려있는 거에요
그걸 보니까 출퇴근시간에
매일은 아니어도 한번씩은 꼭 마주치곤 하던
옆집 할머니들을
요즘 들어 못뵈었다는걸 느낀거에요
사실 저 처음에는 두분이서 어디가셨나..?
하고 별생각이 없었어요ㅜㅜ
또 몇일이 지나고 어느날 출근하는 길에
현관문을 잠그다가
옆집 문고리에 여전히 걸려있는
그 빵봉지를 보고선..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일이 있었어요
몇주전인가.. 엄마가 시골집 내려가기 전이었어요
평소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고
서로 왕래같은건 없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우리엄마한테
옆집 할머니께서 우리집에 좀 와달라고
되게 간곡히 부탁하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서 들르셨대요
집에 가보니까 할머니들이 엄마 손을 잡고
베란다랑 구석이랑 현관문 쪽을 가리키면서
저기 저 검은것들 좀 어떻게 해달라고 무섭다고,
검은 게 계속 온다고하시더래요
현관문에 검은 게 검은 게 계속 서있다고하시고
베란다 있는 데서 검은 것들이
자꾸 꾸역꾸역 올라온다고..
엄마가 어리둥절해서 올라온다고요?
검은게 올라와요? 물으니까
검어..검어 라고
정확하고 세세하게 표현은 못하시고
그저 검은 거라고만ㅠㅠ;;;
굉장히 두려워하시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우리 엄마 눈엔
이상한 그 무엇도 찾을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연세가 많이 드시고 심신이 약해지셔서
헛것을 보시나.. 하고 말았대요
우리엄마가 워낙에
이런 면에서는 둔감하신분이라...
무교이시고 평생에 점 같은 거도
한번 안보신분이시거든요
(저도 엄마 닮아서 이런데 둔감하고
몸은 약한 편이지만
가위같은 건 단 한번도 걸려본 적 없는 체질임;)
그저 할머니네 집안이 그동안
거동이 불편하신 두분이서만 지내셔서인지
정리정돈도 잘 안되어있고 해서
청소 좀 해드리고 식사챙겨드리고
그냥 왔다고 이런 얘기해주셨던 게
순간 생각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출근하는 길에
아파트 경비실에 들러서
경비아저씨한테 얘기를 했어요
옆집 할머니네 집에 걸려있는 빵봉지가
벌써 몇일째 그대로 있다고
되게 마음에 걸린다고
한번만 확인해주실수없냐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출근하고 일하다보니까 정신없는 나머지
그 날 하루 할머니 일은 잊고 있었어요
근데 퇴근하고 오니까 경비실 아저씨가
절 보고는 알려주시더라구요
할머니 두 분이서 돌아가셨다고..
할머니 한분은 자폐증을 앓고 계셔서
언니할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셨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언니 할머니 옆에 누워계시다가
굶어 돌아가셨다고...ㅠㅠ
사람 마음이란게 참...
그 얘기듣자마자 저 너무 무서워서
짐 챙기고 곧장 이모네 집으로 가서
엄마 올라오실때까지 지냈네요
그 순간엔 정말 무섭고 소름끼친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옆집이래지만 바로 벽 하나두고..
나는 먹고 자고 씻고 tv보고 놀고
언제나처럼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할머니 두분은..
특히 자폐증 앓으셨던 할머니는
그 오랜시간동안
얼마나 괴롭고 외롭고 아프셨을지ㅠㅠ
그것이 그저 돌아가셨다,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슬픈 죽음이라는 생각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들더군요
그리고 고독사라는 말이 얼마나 아픈 말인지도
이때 처음 깨달았어요...
또 저 자신이 싫어지더라구요
내가 그 빵봉지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 바로 그순간
할머니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면
적어도 한분은
지금도 살아계셨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별일없겠지 하고 넘어간 내 귀찮음 때문에
한분이 고통속에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까 한동안 너무나 괴로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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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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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할머니가 보신 검은 것
호러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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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1 20:4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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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ㅠㅠ진짜 맘고생했겠다..두 분 다 안타까워..
너무 슬픈 얘기다ㅜ 좋은 곳으로 가셨길 ㅠㅠ
ㅠㅠㅠ글쓴 사람도 참 착하다.....좋은곳으로 가셨을거여 진짜...
하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