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 주류
'막걸리도 와인처럼 시음법이 따로 있나요?
고구마 향이 나는 증류 소주 '려'기 제일 맛있었어요.
한잔 더 마시고 싶네요.'
최근 새해를 맞아 방문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북촌의 '전통주 갤러리',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전통주 홍보 공간인 이곳에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모여 각종 한국 전통주를 시음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련된 개량 한복을 입은 소물리에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전통주에대한 얼띤 관심을 보였다.
불그스레한 얼굴의 싱가포르 관광객인 테리(30)씨는 '한국 초록병 소주는 마셔봤는데
고구마가 들어간 증류식 소주는 처음'이라며 '향과 목 넘김이 남다르다'고 웃어 보였다.
한국의 전통주가 글로벌 주류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 'K-컬처'의 영향력으로 한국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기존 '초록병' 소주를 넘어 막걸리, 청주 등으로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덩달아 전통주 종류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제조면허는 2023년 1812건으로 2019년 1163건에 비해
56% 증가했다.
고창 복분자주, 지리산 머루주처럼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주류 면허가 4년 사이 600건 넘게 늘어난 영향이다.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각자의 취향에 딱 맞는 K전통주를
맛볼 수 있게 됐다.
K푸드 열풍을 이을 다음주자로 키워내기 위해 정부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농식품부와 국세청 등은 2023년 K-SUUL(K술) 수출지원협의회를 발족, 중소 주류업체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수출은 2023년 2055만달러로 2019년 1497만달러 대비 37.3%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월 누적기준 1880만달러를 기록해 2000만달러를 가뿐히 넘길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고유의 전통주를 세계에 알리고 잉여 생산된 쌀등을 소비하기 위해 전통주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직은 소규모 사업자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이 더 정장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술술~넘어가요'...맛.향.다양한 전통주 매력에 세계인이 취하다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수출 지원 확대 목소리 커
'전통주 갤러리' 방한 외국인들로 북적
재료.양조 기법 다양, 무한변신 중
'한식과 함께 전파하면 시너지틀 것'
포화된 국내시장 수출로 극복해야
최상의 품질 유지하기 위해
생산~검사까지 엄격한 관리 필요
서울 인사동 북촌에위치한 '전통주 갤러리'.
이곳은 늘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명소가 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 관광객 상아(28) 씨는 연신 '음' 소리를 내며 다른 방문객들과 함께 다양한 술을 시음하고 있었다.
상아 씨는 '우도 땅콩막걸리를 이전에 마셔본 적이 있는데 오늘 시음주로 나와 신기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아직 한국의 전통주는 한인 마트가 아니면 현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면서도
'막걸리 등 단어를 알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식열풍 반사이익 톡톡
K전통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 적인한식 열풍 속에 파전, 찌개,육회는 물론 퓨전 한식도 외국에 알려지면서
이와 곁들이기 좋은 K전통주 역시 반사이익을 얻는 분위기다.
아직 전통주가 전체 주류 수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글로벌 시장 도약을 위해선 주질의 관리.감독 강화, 정부의 수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주 갤러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전통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15년 개관한 곳이다.
이곳에선 전국에서 만든 500여 종의 전통주를 상설 전시하고 판매한다.
시음 등의 프로그램도 신청을 받아 상시 진행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국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외국인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현재 외국인 고객의 전통주 구매량이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전통주의 강점 중 하나로 다양성이 꼽힌다.
전통주라 하면 흔히 막걸리와같은 탁주, 맑은 청주 등을 ㄸ올리지만실제로는 더 세밀하게 구분된다.
우선 국가무형유산 보유자 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등이 제조한 '민속주'와
농업경영체 및 생산지단체 등이 생산한 '지역특산주'범주로 나뉜다.
민속주는 한산 소곡주, 안동소주, 문배주, 이강주, 금산 인삼주 등이대표적이다.'
지역특산주는 고창 복분자주, 지리산 머루주, 영월 더덕주, 광양 매실주 등이 있다.
전통주 중에서도 발효주는 탁주, 약주, 청주, 맥주,과실주를 포함한다.
이 가운데 탁주는 K전통주 증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다.
쌀, 볼, 옥수수 등을 발효한 후 거칠게 여과한 술이다.
일반 초록색병의 희석식 소주와 다른 증류식 소주도 있다.
희석식 소주는 물에 주정과 첨가물을 넣어 만들지만 증류식 소주는 곡물 등 원료를 발효해 원액을 얻은 후
이를 숙성해 만든다.
내국인도 정확히 알지 못할 만큼 전통주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얘기다.
전통주의 변신은 계속되는 중이다.
청양고추와 커피, 토마토, 바질을 활용한 소주 등 재료는 물론 양조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전통주를 연구하는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는 '전통주의 세계적인 인기는 K푸드에 있어서도
긍정적 신호'라며 '전통주는 식품 중에서도 그 맛과 다양성이 뛰어난 분야'라고 했다.
이박사는 '주류는 음식 문화와 함께 움직이는 존재인데 전통주만 따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한식과 함께 전파한다면
K푸드의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세청, 수출 관련 전폭 지원 나서
종류가 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는
주류 제조시설 현장 확인
주류 원료 및 공정의 법령 적합 여부 검토
신제품 및 유통 주류에 대한 분석.감정 등 전통주 제조면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정부 기준에 맞는지 분석.검증을 받으려는 각종 전통주들이 전국에서 엄청나게 몰려든다'며
'주류가 다양해지면서 택배 물량도 그만큼 늘고 있다'고 했다.
센터는 기술력이 취약한 영세사업자에 양조이론, 제조실무 등 교육을 하고 현장에 나가 무료로 컨설팅도 해준다.
센터에서 무상으로 운영하는 주류면허아카데미를 찾은이들만 최근 3년동안 200명에 육박한다.
수출 지원도 전폭적이다.
원활한 통관 지원을 위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된 분석감정서를 발급해주고
외부의 수출 전문가를 초빙해 수출 절차, 바이어 유치 방안 등 수출 관련 교육도 무료로 잔행한다.
센터가 보유한 발효력과 향미가 우수한 효모 6건은 희망하는 주류 제조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센터가 수출 지원까지 나선 데는 국내 시장 포화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새 국내 전통주제조면허가 649건(56%)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국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센터 관계자는 '좁은 시장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비용절감 압박, 품질 저하,
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면서 '한류 인기를 활용한 수출이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자는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생산 단계부터 주질 검사를 철저히 하고 유통 과정에서도
품질을 유지해 최상의 상품을 수출해야 K전통주의 생명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진.김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