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zul.im/0NmeVS
내가 살면서 딱 두 번
대장의 융털까지 곤두설만한 경험을 했음.
지금 생각해도 아랫배가 묵직해지는게....
아마 융털이 곤두섰나봄.
그 중 하나인 ssul.
당시 난 중2였음.
내가 살던 곳은...
혹시 여러분 굿당이라고 들어봄?
간단히 말하면 무당들이 모여 사는 곳임.
난 무당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개천 하나 사이에 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음.
안 그래도 산 밑이라
낮에도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데,
밤마다 꽹과리 치면서 굿하는 소리가 들려서
꽹과리의 날카로운 소리와
그 음산한 굿당 고유의 기운이
진짜 사람을 섬찟하게 만드는 동네였음.
중2때 살이 급 2달만에 10kg가 쪘음.
진짜 미친듯이 먹어대서...
비빔면은 4개,
그냥 국물라면은 3개씩 간식으로 먹었음.
그래서 엄마가 집에서 날 백돼지라 부르며
경멸의 눈빛을 보냈음.
항상 나를 보며
뭔가 벼르고 있다는 눈빛을 외면하며
난 꿋꿋이 처먹음.
하지만 내 예상대로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엄마가 칼을 빼드셨음.
엄마 : 백돼지야 방학도 했으니까
넌 이제 새벽 5시마다 나랑 운동간다
나 : ?????
엄마 : 싫어? 그럼 너 마이클 조던 카드 태운다.
나 : ???????!!!!!!!!!!!!!!!!!!!!!!!!!!!!!!!
그 당시 NBA 카드가 대열풍 이었음.
(연령대가 뽀록나는....)
Upper deck, topps, Finest등...
알만한 사람은 알 텐 데...
어쨌든 내가 제일 아끼던 Finest 카드를
볼모로 잡고 협박하시는데
안 따라 갈 수가 없었음.
다음날 아침, 엄마가 정말 새벽 5시에 깨우심.
난 투덜투덜 대면서 엄마를 따라나감.
여름철 오전 5시면
막 어둠이 걷히는 그런 시간대임..
가로등 불은 다 꺼졌지만
아직 조금은 어두컴컴한..
엄마를 따라 개천을 건너 갈림길에 다다랐음.
오른쪽은 그 굿당.
왼쪽은 교회와 초등학교 및
상가 쪽으로 가는 상황이었음
엄마 : 어디로 갈래?
나 : 엄마.. 굿당쪽은 가기 싫고...
그냥 초등학교 가서
운동장이나 좀 돌고 집에 가자
(굿당 너머는 산이었음.
난 정말 산을 싫어했음)
엄마 : (귀신같이 알아채며)
헛소리 ㄴㄴ 굿당 너머 산 ㄱㄱ
그렇게 굿당을 향해 세발짝 정도 간 다음,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심
엄마 : (잠시 뜸들이시며)
근데 이리 가도 될래나 모르겠다.
나 : 왜?
엄마 : 굿당 쪽은 음기가 너무 강해서
남자한테는 별로 안 좋으니까...
난 사실 속으로 좀 놀랬음.
왜냐면 울 엄마는 점집 가서도
뭐 그런 말은 나도 하겠네! 이러시면서
산통 다 깨시고
점쟁이한테 한 소리 듣는 사람인데
그런 엄마 입에서 음기가 세다니
이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돌아섰어야 했음.
근데 청개구리 심보인지 아니면 허세인지...
어쨌든 난 오기 비슷한게 생겨서
굿당 쪽으로 가자고 우겼고
결국 우리 모자는 굿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음.
몇 걸음을 더 간 후,
아스팔트 길이
흙으로 변하는 경계선을 넘는 찰나
갑자기 등 뒤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음.
나는 나만 섬뜩한 느낌을 느꼈나 해서
엄마를 돌아봤는데,
엄마도 흙빛으로 변한 얼굴로 날 돌아보셨음.
우리 모자는 눈빛으로 무언가 이상하다,
이 길은 아닌가 보다 하는 말을 하면서
돌아서려는 찰나,
정말 그 옛날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무겁게 대지를 스치는 스산한 바람이 불었고,
안개가 쉬익~하면서 꼈음.
그 순간 난 정말 발목이 늪에 깊숙히 빠진 듯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었고,
발버둥 치는 내 눈 앞으로
휴대용 버너 불 색깔 같은 파란색이 지나갔음.
그 불을 보며 난
책에서 도깨비불은 파란색이랬지
하는 생각을 했고,
내 두 다리가 마리오네트 인형의 끈을 자르면
인형이 털썩 주저앉듯
그렇게 풀려가는 느낌을 받으면서
정신이 아득해져갔음.
아득해진 정신 저 멀리 외할아버지가 보였음.
외할아버지는 4남1녀중 막내딸이었던
우리 엄마의 장남인 나를
끔찍히도 귀여워 하셨음.
내 기억엔 80년대 중후반 내가 어릴때
항상 외할아버지 공장 월급날
직원들 월급 주시고
나 주려고 바나나를 사오셨음.
크고 나서 그때 바나나는
정말 귀하고 비싼 음식이었음을 알게 됐음.
그렇게 날 귀여워 하시던 외할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되기 직전 돌아가셨음.
그때 정말 말 할 수 없이 슬펐는데,
그런 외할아버지가 보이니까
너무 반가운 마음에 막 뛰어가려고 했음.
근데 이상하게도 내가 뛰기만 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또 일어나서 뛰면 또 걸려 넘어졌음.
그리고 이상하게도 외할아버지는
나보고 오지마라는 손짓을 계속하셨음.
그래도 난 개의치 않고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면서
외할아버지에게 달려갔는데,
너무나 섭섭하게도 외할아버지는
내 뺨을 양손으로 가차없이 때리셨음.
처음에는 맞아도 아무 느낌이 안 들다가
슬슬 좀 아파와서 소리를 꽥 하고 질렀는데,
그 순간 눈이 딱 떠지면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음.
어머니는 우시면서 내 뺨을 때리고 계셨음
나 : 엄마...
엄마 : 백돼지야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드냐고!!
나 : 응... 근데 무슨 일이야?
엄마 : 기억 하나도 안 나?
나 : 그냥 초록색 불이
휙 눈 앞으로 지나가더니
다리에 힘 빠진 이후에는 기억이 잘 안 나...
엄마한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내가 갑자기 주저앉은 후
미친듯이 굿당쪽으로 기어갔다는 거임.
그러더니 드러누워서 허공에 대고
손발을 덜덜덜 떨었다는 거임.
어쩐지 내 체육복 바지는 구멍이 나 있었고
온몸은 흙투성이였음...
첫댓글 남백돼지남은 그래서 살은 뺀걸까
글 잘 봤어 여시 💗
굿당에 몇번 더갔으면 다이어트 됐겠다
zz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