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다채롭게 띄우는 놀라운 비성 공력과 매력적 음색
음폭이 가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고 세련미와 자연스런 연출미 돋보여
미국의 명 보컬리스트 저스틴 팀버레이크(35)의 신곡 “CAN’T STOP THE FEELING!”이 아이튠즈 차트에 이어 빌보드 차트와 UK차트까지 석권하며 연일 화제다. 잘 짜여진 라인에 넘실대는 그루브, 역시 팀버레이크표 명품 가창의 전형이다.
비성은 소리의 색깔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소리의 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일단 비성이 되면 소리 위치를 보다 자유로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접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첫 번째는 멜로디이고 두 번째가 넘실대는 리듬의 매력이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각 파트의 연주나 또는 무거운 베이스 소리 등 여러 쪽에 집중적 관심을 갖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음악을 들을때 좋은 멜로디는 그 음악에 대한 인상과 기억하는 시간을 오래도록 갖게 한다. 특정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에도 멜로디는 우선적인 것이지만 그와 함께 직접적으로 폐부로 와닿는 것이 보이스컬러다. 가창력이 부족하더라도 개성적인 음색의 소유자에게 끌리듯 말이다.
이처럼 음색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성이라고 볼 때 그것은 노래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연습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 비성이라는 점에서 “비성은 재능이고 흉성은 연습”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R&B는 장르적 특성상 얼굴에 분포한 비강과 부비강의 쓰임이 많다. 서양인은 전체적으로 골격이 크고 코와 입이 앞으로 돌출되어 있어 비강과 부비강 공명을 이용하기가 쉬운 편이다. 동양인으로선 그리 적합하지 않은 장르인 셈, 다시말해 흑인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1990년대 후반 엔싱크를 통해 음악계에 등장했다. 백인임에도 흑인 R&B를 빼어나게 소화한다는 점에서 그의 진가를 잘 알 수 있다. 특히 R&B만의 매력인 특유의 비성을 능란하게 구사한다.
팀버레이크의 노래를 들어보면 소리 폭이 얇게 빠지는 걸 알 수 있다. 소리가 얇은 만큼 거기에 다양한 색감을 연출하기가 용이한 것이다. 가성과 진성을 자유로이 오가는 가운데 부드럽고 흐름이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가성을 구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낮은 평가를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 가성도 엄연히 노래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며 잘만 구사한다면 소리에 좀 더 다양한 옷을 입히는 데에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성을 어설프게 구사하다보니 소리를 밀집시키지 못하고 흘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가성으로 저음에서 고음까지 능란하게 구사하는 실력파다.
그리고 팀버레이크의 이런 특장점들이 고루 나타나 있는 게 이번 신작이다.
음폭이 가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고 세련미와 자연스런 연출미로 되살아나는 보컬, 소리를 다채롭게 띄우는 놀라운 비성 공력과 매력적인 음색, 팀버레이크의 현존은 여전히 이 분야 남성 R&B 보컬지존으로서 손색이 없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