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작품 18’은 모두 6곡으로 이루어진 곡으로, 그의 전기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곡이다.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평생 동안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는데, 초기 현악사중주는 1798년부터 1800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기록을 보면, 1795년 처음으로 ‘아포니’ 남작으로부터 현악사중주의 작품 의뢰를 받은 것으로 보아,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그의 습작 현악사중주 중 일부가 이미 빈의 귀족들에게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은 이 시기에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구하면서 다양한 악기들의 조합을 통해 고전의 형식미를 답습 체화하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현악사중주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였으리라. 그리고 이때 빈에서는 리히놉스키 후작 저택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금요음악회’가 열렸는데, 이 연주회에서는 ‘슈판치히’가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던 당대 최고의 현악사중주단을 비롯한 여러 실내악단들이 자주 연주를 했다. 때문에 베토벤은 여기서 여러 선배 작곡가들의 다양한 실내악곡과 현악사중주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당시 빈에서 현악사중주로 유명한 임마뉴엘 알로이스 푀르스터(1748-1823)를 알게 되는데, 이 사람은 베토벤보다 22살이나 연상이었지만, 베토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고, 그의 인품과 음악에 매료된 베토벤이 그를 직접 찾아가 배우기를 청하였다. 베토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한 푀르스터는 베토벤에게 현악사중주 작곡법에 관하여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리하여 베토벤의 초기 현악사중주에는 하이든, 모차르트 등 선배들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푀르스터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베토벤의 초기 현악사중주를 일별해 볼 때, 제1번에서는 영혼을 울리는 2악장 ‘아다지오’가 풍부한 정서를 담고 있고, 제2번의 1악장은 ‘인사’라는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고, 제3번의 2악장은 매우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제4번에서는 정열적인 스케르초를 2악장에 배치함으로써 변화를 꾀했으며, 제5번에서는 다시 노래하는 정서를 담고 있다. 제6번에서는 마지막 4악장에 44마디나 되는 긴 서주가 붙어 있는 곡을 작곡하였다. 이 서주는 길이도 길지만 내용면에서도 서주의 영역을 벗어난 시도로 주목된다. 완성된 6곡은 모두 체코 출신의 로프코비츠(1772-1816) 후작에게 헌정되었다. 로프코비츠는 빈에서 처음으로 베토벤을 후원했던 사람이다. 그는 특별히 베토벤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으로 베토벤으로부터 교향곡 <영웅>, <운명>, <전원>과 <3중 협주곡>, <현악사중주 ‘하프’>,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등 많은 작품을 베토벤으로부터 헌정 받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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