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fear&st=subject&sk=%B9%AB%B4%E7&searchday=all&pg=2&number=21922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
잘 알고 지내던 이모가 한 분 계셨습니다.
진짜 이모는 아니었고 엄마의 친한 언니라
그냥 이모라고 불렀죠.
제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였을 때
이모의 외동딸이 20살 정도 되었으니까
그 당시 40대 중반이 넘는 나이셨죠.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외동딸과 함께 살았었는데
이모부의 사업이 계속 부도가 나는 바람에
어렵게 살다가 마침내 이모부의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편이 조금씩 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모네 집에 더 자주 놀러가곤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그 집에 발길을 끊었고
엄마가 그러자
저도 자연히 그 집에 가지 않게 되었고
처음엔 의아해 하다가 어린 마음에 곧 잊었습니다.
그리고 몇년 뒤에 제가 좀 더 크자
엄마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는데,
그 이모가 무당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모부의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모의 꿈 속에 할아버지가 나타나
신을 받으라고 자꾸 요구했다고 합니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겠습니다 -_-;
할 리가 없겠죠
이제서야 집이 잘 되려는 마당에다가
40몇년을 잘 살아오다가 무당이 되라니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겠습니까?
이모는 당연히 싫다고 했죠.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화를 내기 시작했고,
이모는 소위 말하는
'신병'이라는 것을 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이 너무 아팠지만
계속 버티면 언젠가는 지쳐서 가겠지
이런 생각으로 계속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속 있다가 어느날 꿈에
또 할아버지가 나타나 네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네 남편과 자식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거짓말처럼
이모부와 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모야 자신 혼자 아픈것은 참아내면 되니
그만이었지만 가족까지 괴롭히니
결국 그 할아버지에게 굴복하고
신내림을 받았습니다.
중년의 평범한 아줌마가
갑자기 무당이 된 것이죠..
듣기에는 뻔한 신내림 얘기인것 같지만
저는 제 주위에서 매일 얼굴을 보던 이모가
그렇게 되니 정말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습니다.
얼마나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기에
무당이 되야만 하는지..
여튼 그렇게 제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된 후
이모네 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이모는 매우 평온한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습니다.
집도 예전 모습과 같았는데
달라진 점은
방 하나를 '신방'으로 만들어서
쓰고 있었다는 것이죠.
그 때 난생 처음으로
신방에 처음 들어가봤습니다.
엄마와 올 때 엄마가 사탕 같은 것을
여러봉지 샀는데 그게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_-;
엄마가 한 봉지를 제게 건네자
이모가
'저기 들어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와라.'
라고 했습니다.
방 벽에는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그려진 그림이 붙여져있었고..
제단과 같은 것이 그 앞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중간에는 향을 피우고 있었고
그 양쪽으로는 과자며 사탕이
잔뜩 올려져 있었습니다.
저도 꾸벅 인사를 하면서
들고 들어온 사탕을 위에 올려놓았는데
향을 피워놓아서였는지
그냥 조금 몽롱하고 따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에 엄마와 이모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전 그냥 옆에서 놀고 있었는데
제 모습이 지루해 보였는지
이모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깃발이 담긴 통을 방에서 들고 나왔는데
색색깔의 12개 깃발이었는데,
각각에는 동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모는 이게 12지신 깃발이라고 하면서
어린아이가 집에 와 있으니
동자신이
초록색 깃발을 뽑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깃발을 섞어
통에 다시 넣어 막대만 나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깃발을 뽑자 신기하게도
연거푸 초록색이 계속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무당은
꼭 신 한 분만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신, 동자신 등 여러 신을 모시더군요.
그 뒤에도 가끔 이모네 집에 찾아가곤 했는데
신년에는 액운을 막아주는 의례(?)
같은 것을 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한 것만 기억이 나는데
엄마와 저를 걸어가라고 하고
뒤에서 날계란을 던지는 건데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이모도 이사를 가고
저희집도 이사를 가면서
요즘에는 간간히 연락을 합니다.
몇달 전에 저희 집이
급하게 이사를 가게 될 일이 있었는데,
옛날 집에서 5분거리도 안되는 곳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냥 갔습니다.
이사짐 다 싸고 이사까지 3일 -_-;
걸렸던 것 같은데
이사하려고 준비하는 그 당일
이모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첫마디가 '너희 집 이사가니?'
이제는 신기합니다 ㅎㅎㅎㅎ
첫댓글 잘사시길...재밌다
우와..
ㅠ 잘사시길
무슨신이 저리협박을하냐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