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 카자흐사업]①시행사 헐값인수 논란
12억弗 알마티 재개발사업 둘러싼 '진실 게임'
삼부토건(27,300원
1,100 -3.9%)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재개발 사업(총 사업비 12억 달러)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뜨겁다. 시행사인 CNP글로벌리소스(이하 CNP)와 그 주주들, 그리고 시공사 삼부토건 등이 얽혀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국내 기업들이 카자흐스탄 등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서 겪고 있는 시행착오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K-A 프로젝트, 어떤 사업인가?
이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사말(Samal)지구 내 4만3600㎡ 넓이의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을 건설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삼부토건 내부에선 'K-A 프로젝트'라 부르고 있다.
삼부토건은 알마티 시내 6만1600㎡의 토지를 매입해 일부는 도로용자를 조성해 카자흐스탄에 기부 체납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을 짓게 된다. 카자흐스탄 대통령궁과 5성급 호텔이 인근한 지역이어서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삼부토건은 시공사로 이 사업에 참여해고 1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우리은행(유진자산운용의 수탁)과 메리츠종금이 1140억원 규모로 집행했다.
시행사인 CNP는 2006년 초 박진성, 미카일신, 정인규 등 3인이 각각 3분의 1씩 지분을 공동 투자해 10억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부동산 개발업체다. 그동안 작은 오피스빌딩 몇 채를 시행한 경험이 있으나 조 단위의 대규모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CNP는 카자흐스탄 현지의 시행권을 확보하고 있는 DL트레이드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카자흐스탄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DL트레이드의 시행권은 우여곡절 끝에 E&C에 넘어갔다. 이 두 회사는 모두 CNP가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있다.
사업 시작 초기에 공동 사업자 중 하나인 정인규가 본인의 지분을 박진성에게 매각했고, 소타인베스트먼트가 증자에 참여하며 박진성, 미카일신, 소타인베스트먼트로 주주구성이 바뀌었다.
올들어 시공사인 삼부토건이 CNP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주주구성이 바뀌는 과정에서 CNP주주간 횡령과 사기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이 연이어 제기됐고, K-A프로젝트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슈1. 삼부토건의 CNP 지분 헐값 인수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이슈는 삼부토건의 CNP 지분 인수 문제다. 삼부토건은 올해 5월 CNP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어 8월에 16%를 추가로 확보, CNP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2대주주였던 미카일신 측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삼부토건이 전 최대주주인 박진성(CNP 대표이사)과 짜고 헐값에 회사를 인수했다는 주장이다.
근거는 이렇다. 2006년 사업 초기 공동 사업자였던 정인규가 박진성에게 본인의 지분 6만6600주(33%)를 매각할때 제시한 금액은 20억원이었다. 주당 3만원의 가격이다.
이에 비해 삼부토건이 올 5월 CNP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5%(12만2000주)의 지분을 확보할 때 투자한 자금은 6억1000만원수준으로 주당 5000원에 매입했다. 이어 지난달 2차 증자로 11만4600주를 확보하며 삼부토건이 CNP의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매입가에 대한 주장은 약간 다르다. 삼부토건 측은 51%의 지분을 확보하며 20억원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 경우 주당 매입가는 약 5940원이 된다. CNP측에선 1, 2차 증자 모두 주당 8500원에 증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두 경우 모두 정인규가 박진성에 지분을 매각할 때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사업성이 불투명한 사업 초기보다 사업 중반부에 더 낮은 금액으로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사업가치 480억원' vs '부채 감안해야'
미카일 측은 세종회계법인의 가치 평가를 근거로 내세웠다. 세종회계법인이 지난 2월 작성한 알마티 프로젝트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K-A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NPV)는 3000억~5000억원에 달하며 지분 16%의 가치는 480억원에 달한다. 미카일 신측은 이같은 정황에 비춰 삼부토건이 박진성과 짜고 CNP지분을 헐값에 넘겨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3의 투자자인 정인규도 이같은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정인규씨는 "박진성과 삼부 양측에서 이면계약 등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헐값에 사업권을 넘기고 또 다른 내부 계약으로 박진성에게 이익을 보전해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삼부토건과 박진성 측은 지분 매각계약이 적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부채를 감안하면 비싼 값이 아니란 얘기다.
박진성측은 세종회계법인의 기업가치 평가는 미카일측의 의도가 반영된 검토보고서라고 주장하며 다른 회계법인을 통해 알마티사업의 가치 평가를 다시 받았다고 했다.
신우회계법인 평가서상 CNP의 기업가치는 1163억원이지만 부채총계는 115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엔 143억원의 순손실도 기록했다. 미래영업가치만 241억원에 달하고, 이를 현가로 할인하면 12억3000만원 선이다.
부채를 감안한 알마티사업의 현금흐름에 따른 주당 가치는 5428원(신우), 5346원(대주회계법인)으로 평가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적정 수준에서 지분을 매각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사업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미카일측의 갖은 방해공작으로 알마티 사업은 좌초될 위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1차 PF의 이자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삼부토건이 지분 출자를 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진성 대표는 "사업 자체가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어서 삼부토건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사업이 재개된 시점에 헐값 매각을 운운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