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지송 사장님
크고 작은 국가 및 지방의 주택사업을 하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날로 높고 쾌청해지는 가을 하늘처럼 하시는 사업이 잘 되길 기원합니다.
다행히 사장님의 노고에 최근 귀 공사가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츰 정상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감사하고 있는 저는 인천 부평구청장 홍미영입니다.
여러 가지로 바쁘시고 수고가 많으실 사장님 곧 뵙기를 바라면서 급한 사정에 우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됨을 혜량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로 제가 인천 부평구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동네 작은 방에 거처한지 18일째 됩니다. 이 사업에 관한 한 기초단체장의 힘이 부족함을 절감하지만 그래도 57만 주민의 구청장이 집과 가족을 떠나 이 불편한 거처에서 구청으로 출근하며 퇴근하여 지켜야 할 만큼 이 곳의 주거환경 현실이 매우 심각합니다.
귀 공사의 인천본부로부터 보고받으셨겠지만, 한달 전 이곳 십정2지구내 가옥 한 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난 7월 내내 쏟아졌던 비는 7.27 집중폭우로 이어졌고 그 결과 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을 기다리고 버텨왔던 낡은 집 한 채(십정동 216-87)가 끝내 무너진 것입니다. 저희 구청 공무원들이 그 가옥의 붕괴 위험을 확인한 뒤 거주자를 대피시키고 철거에 앞서 안전망을 세우는 등 신속히 조치를 취했지만 가옥은 단 몇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쓰러져버렸습니다. 밤중에 벌어진 산비탈 경사위 가옥의 붕괴는 아랫집을 내려쳤으나 다행히 구청이 세워둔 안전망에 걸려 대문 등을 파손시키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인근 많은 주민들이 놀라고 불안에 떨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저희 구청도 만약 그 안전망이 없었다면 붕괴된 건물더미가 경사진 아랫집들 쪽으로 그대로 쏟아져 내렸을 것이고 따라서 대부분 극도로 노후 불량된 집들의 연속적인 붕괴로 인한 참사도 빚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이 가옥의 붕괴책임과 그 전후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묻자면 가옥주, 귀 공사 및 구청 등 복잡하겠기에 이번 일은 구청에서 나서서 처리했지만 앞으로도 또 같은 일이 벌어질까 우려됩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의 한 과정인 지장물조사가 이미 작년에 실시되기로 한 상태에서 누가 더 이상 집을 보수하고 또 사전에 철거해야 한다면 그 보상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가옥주가 선뜻 자기 집을 제돈 들여 철거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언제까지 구청이 개인 가옥 철거를 예산들여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이후 저는 십정2지구 골목골목을 다시 살피면서 수많은 가옥들이 붕괴우려에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전국의 수많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시면서 불량 노후취약가옥의 수준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계시겠지만 특히 이곳 십정2지구는 40여년전 인근 지역 개발로 쫓겨난 철거민들이 국공유지 야산에 흙벽돌이나 시멘트블럭으로 집을 짓고 정착한 소위 철거민촌입니다. 무허가 주택이 양성화된 이후 30년간 개보수도 못한 채, 귀 공사의 영세민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기대해왔습니다. 90년대 초부터 주민들이 이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당시 추진위원장은 이미 작고를 하였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사업의 진척이 없어 아직 그 집들에서 그냥 살고 있을 수 밖에 없으니 그 노후불량상태를 가히 짐작하실 것입니다.
흙벽돌집들 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시멘트벽돌 집들은 상하좌우로 금이가서 극히 위험한 상태이고 축대는 점점 쓰러져 심지어 철근을 기댄곳도 있고 수십여가구 빈집들은 우범현장이 되어있으며 경사진 계단들이 주저앉아 있는 동네를 보면서 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귀 공사가 이 사태를 같이 겪었으니 비상한 대책을 세우리라 믿으며 기다렸지만 8.19 귀 공사 인천본부장 면담에서 이런 위급상황에서도 아직도 사업성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 구에서는 이미 이 사업 추진을 위해 기반시설비용으로 2005년 이래 지금까지 165억원을 귀 공사에 지출했고, 이 사업진척을 위해 구에서 해야 할 일들을 성실히 해 왔지만 귀 공사는 특히 작년 이후 공사 전체 재무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사업을 지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유감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지역을 직접 들어가 살아야 위급사태가 나도 신속히 대처할 것이고 주민들의 불안도 덜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 지난 8.22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미 TV뉴스에도 보도되었지만 8.4 당시 붕괴된 지역 인근의 가옥도(십정동 261-281) 붕괴 위험에 있어 해당 가옥 거주자와 그 아랫집 3채 거주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린(8.29) 것도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내린 조치입니다. 최근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더 이상의 피해는 없으나 요즘 같은 기습폭우가 잦은 날씨나 매년 예상되는 가을 태풍에 마냥 안심할 수 없고 더욱이 작년 추석연휴 폭우를 기억하면 이번 추석연휴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공직의 첫 번째 임무는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귀 공사 사장님 역시 영세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노후불량 주택을 신속히 개선케 하는 것이 이익창출의 사업성보다 우선하는 임무로 생각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 지구 사업을 통해 얼마나 더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손해를 볼 것인가 셈을 하기 전에 우선 판단해야 할 부분은 노후불량 밀집주택들이 더 이상의 붕괴로 인한 참사는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장님께 이 지역에 직접 한번 들어와 확인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처럼 들어와 묵으시라는 말씀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사진이나 서류로만 판단하시지 말고 현장을 한번 확인해보시면서 귀 공사의 책무를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장님께서 구청이 해야 할 바를 요청한다면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전 철거민시절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온 영세민들의 노후불량주택이 오히려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연에 막혀 붕괴되어 버린다면 그래서 참사가 빚어진다면 그 큰 책임을 누가 지겠습니까?
곧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옵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거나 가족을 만나러 집을 비우는 시점에서 저 또한 이 십정2지구 붕괴우려 지역을 잠시라도 비우는 것이 걱정됩니다. 더구나 추석 전인 주말에 비가 온다니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저의 두서없는 글에서 조금이라도 진정성과 절박성을 읽어주시고 이 십정2지구 사업에 대한 사장님의 신속한 결단을 간곡하게 부탁드리면서 하시는 일들이 가을 알곡처럼 잘 여물어 가고 아울러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별첨 : 관련사진 첨부
2011. 9. 8
부평구청장 홍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