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폭우가 쏟아졌던 40년 전의 기억이다.
경남 마산에서 물이 불어난 도심 하천에 지인이 그만 실족해 실종되고 말았다.
함께 있던 친구는 "순식간에 불어난 도로가의 급류에 넘어지면서 하천으로 빨려들었다"며 급박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큰 강에서도 아니고 도심의 작은 하천에서 변을 당한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산지형 도시의 지형을 간과한 판단이었다.
폭우 때 계곡의 물이 삽시간에 불어나고, 물살도 눈대중보다 빠르다는 이치다.
2011년 여름 서울 우면산 산사태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산사태 우려를 제보한 시민은 "산에서 도로로 내려오는 물살이 정말로 무서웠다"고 했다.
를 제보 3시간 뒤 우면산 토사는 동시다발적으로 아파트 등을 덮쳤다.
그제 부산과 마산에 시간당 최대 130km의 집중호우가 내려 도시 곳곳에서 산사태가 나고
지하철 공간이 침수돼 운행이 중단됐다.
많은 시민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상당수가 언덕배기에서 밀려온 물 폭탄으로 인란 피해들이다.
복구에 있는 백양산 중턱의 한 여학교에는 계곡 흙탕물이 교사를 덮쳤고,
아파트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은 좁은 골목을 타고 내려온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아스팔트 등 빗물이 스며들지 않은 불투명 면적이 많아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에 불은 가속도에
지하차도 등을 덮쳐 침수로 인한 2차 피해도 키웠다.
부산은 산과 언덕이 많은 도시다.
산 중턱에 가옥이 많아 폭우가 내릴 때 산사태와 급류로 인한 사고가 유독 다른 도시보다 많은 편이다.
1985년 여름 폭우로 인한 횡령산 산 사태 때는 35명이 숨지고 36채의 가옥이 파손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여름철에 발생한 크고 작은 산사태만도 50여 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외국의 선원들이 영도의 밤 풍경에 감탄하는 이면에 여름철 폭우때면 어김없이 성난 얼굴로 바꿔버리는
부산의 두 얼굴이다.
비탈진 곳이 많은 마산도 마찬가지다.
'2003년 태풍 '매미'가 강타했을 때는 해안가는 물론 산지 쪽의 피해도 엄청나 29명의 사상자를 냈었다.
당시 마산의 명동으로 불렸던 댓거리(현 마산합포구)는 이번과 같이 인근 산비탈의 흙탕물로 뒤범벅이 됐었다.
부산과 마산의 이번 피해는 도시 재해의 또다른 유형이다.
전통적인 도심 재해의 등식을 깬 폭우로 인한 산지형 도시의 취약성ㄹ을 여실히 드러냈다.
'100년만의 폭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지성 호우가 잦다.
비에 강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현대 도시의 숙제가 된 듯하다.
이번 폭우 피해는 산지형 도시의 재해 문제점을 던졌다.
도심의 물 폭탄 피해 예방 연구를 더 촘촘히 해야겠다. 정익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