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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01
#1. 학교 출입문 앞
학교 대문에 녹여 붙인 엿가락 잔뜩 붙어있다. 엿가락 위에 양초 하나 붙여져 있다.
할머니 그 양초에 일회용 라이터로 불 붙이고, 바람막이 일회용 컵을 올려 바람까지 막는다.
할머니 양초 앞에 두손 모아 서서 빌기 시작한다.
할머니 : ....아부지 엄니 조상님들 우리 금순이 떨지 말고 촐싹거리지두 말구 셤 좀 잘- 치게 해주십쇼...
갸가 오줌 소태가 있구먼유. 쫌만 긴장하믄 걍 그렇게 화장실을 들락날락 해싸서...
엄니 엄니가 좀 도와줘유. 지발 존 일에 오줌소태만 좀 안나게유..
#2. 교실 (시험장)
흰가운, 흰신발, 흰마스크, 흰두건까지 온통 하얗게 입은, 십여명의 학생들 가발(모형)을 앞에 두고 서 있다.
그 사이에 금순 무척 긴장된 모습으로 서 있다.
감독관 시계를 보며 시작을 외친다. 학생들 일제히 가위를 들고 커트를 시작한다.
금순 무척 긴장한 모습으로 커트를 하려는데, 문득 요의가 느껴지는.
금순, 순간 당황하지만 침 꿀꺽, 꾸욱 참고 커트 시작한다.
/금순 급한듯 다리를 꼬아가며 가위질을 한다. 참느라 표정 일그러지고, 몸도 꼬이고..
후 후... 심호흡 해가며 더욱 집중하려 애쓰며 마지막 손질을 해나간다.
열심히 커트하는 학생들. 금순의 모습.
드디어 종소리. 감독관 ‘동작그만’을 외치면.
금순 : (다급하게) 선생님!....화장실 쫌 다녀와두 되죠?
감독관E : 다녀와요.
금순 참느라 몹시 힘든 표정으로 실수 할까봐 차마 뛰어가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괴로움 참아가며 문으로 향한다.
#3. 학교 출입문 앞
할머니 고개 빼고 금순 나오나 보고 있다. 학생들 삼삼오오 다가와 교문을 통과해 지나간다.
할머니 이리저리 살피다가 표정 환해진다. 저 뒤에 금순 잔뜩 부은 표정으로 걸어온다.
할머니 금순아 반갑게 부른다.
금순 할머니를 보고도 부은 표정 영 가시시 않는다.
할머니 : (다가오는거 보고) 왜 그려? 망쳤어, 또 오줌소태 난겨?
금순 : 몰라.
할머니 : 니가 모르면 어느 귀신이 알어? 왜애? 또 화장실 문지방만 쎄리 밟다온겨?
금순 : (항의하듯) 내 방광은 왜 이렇게 짝고 예민하게 생긴거야?
할머니 : 그러게 말여 누가 맹글었대....또 망친겨?
금순 : 아냐 이번엔 제대루 끝까지 치긴 다 쳤어.
할머니 : (휴).. 그람 됐구만 왜 입이 한자발은 나왔어.
금순 : 잘 못 친거 같으니까 그렇지, 커트시험 때 또 소변 마려워 참느라구 죽는지 알았어. 다리는 꼬이구 손은 자꾸 떨리구...
할머니 : 아녀어 잘 쳤어. 니가 날밤을 까가믄서 연습을 한게 을만디 못쳐.
금순 : (그제야 교문에 붙은 엿 보고) 할머니!..이거 또한거야?
할머니 : (딴청하는) .....엿 남었는디 먹을쳐? (꺼내는)
금순 : (주위 힐끔) 쪽팔려 증말... 누가 보면 사법고시쯤 치는지 알꺼 아냐?
할머니 : 아 그람 사법고시지 미용사 사법고시, 판검사 하려면 사법고시 하듯기,
미용사 하려면 이셤 통과해야잖여...안 그려 학상?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금순 아후 챙피한, 종종 잰걸음으로 걷는다.
할머니 : 쟈가 신발창에 발동기를 달았나... 금순아 같이 가... 금순아 할미 꼴까닥 숨 넘어가겄어. 금순아...
지나가는 학생들 돌아보고 힐끔 킥킥댄다.
금순 아후..멈춰서 할머니 힐끔 돌아보고, 다가가 할머니 손 잡아끌고 다시 잰걸음으로 걷으며.
금순 : 자꾸 내 이름 큰소리로 부르지 말랬잖아.
할머니 : (손 잡혀 버티며 걷는) 오미 오미 자빠지겄네 찬찬히 좀 걸어.
#4. 금순네 마루
한쪽에 씽크대 놓여있는, 부엌을 겸한 작은 마루에 방 하나 화장실이 연결되어 있다.
(현관문 열고나가면, 주택 뒷마당으로 연결되는 전형적인 다세대주택이다)
할머니 다리 쭉 뻗고 앉아있고, 금순 할머니 다리 주물러 주고 있다.
할머니 : 아이구 션햐 아이구.
금순 : 그러니까 하지 말라니까. 또 밤새 잠두 못자구 끙끙 앓는다...
할머니 : 아구 션햐... 배 안고파?
금순 : 조금씩 고파질라그래...
할머니 : 그려? 그람 그만 허고 냉장고 열어봐. 비닐봉투 있을껴. 꺼내서 금아네 가자.
금순 : (계속 주무르며) ..짝은엄마네 왜?
할머니 : 금아 오는 날 아녀? 너 셤두 끝났는디 같이 저녁이나 먹게. 잡채 좀 해노라혔는디 했나 모르겄네.
#5. 숙모네 주방
식탁에 그릇들 늘어놓고, 숙모 커다란 양푼에 시금치 당근 등 재료를 넣고 불퉁해 잡채를 무치고 있다.
숙모 : 사람 편한 꼴을 못 봐 노인네가... 뭘 다같이 모여 저녁은 먹자구. 무슨 수능시험을 쳤어 사법고실 쳤어.
그러는데 정완 가방 메고 컵 들고 아주머니 부르며 들어선다.
숙모 : (돌아보고 반갑다) 정완학생.
정완 : (다가와 컵 놓고) 잘 마셨습니다... 저 지금 나가요. 늦을꺼에요.
숙모 : 저녁 거의 다 됐는데 먹구 나가지... 우유에 선식이라두 타줄까? 안출출해?
정완 : 아뇨 쥬스 마셔서 괜찮아요. 다녀올께요. (인사하고 입구로)
숙모 : 다녀와... (나가면) 잘 생겼어 아무리 봐두... (돌아서면 다시 뚱한 얼굴로 잡채 무치는)....
#6. 마루 텔레비전
그릇장 정도 놓여있고, 별 가구 없다. 소파 등 놓여있지 않다. 마루가 깔려있고, 이층으로 계단이 나있다.
정완 주방에서 나오는데, 할머니, 손에 비닐봉투 금순 들어선다.
정완 : (먼저 보고) 안녕하세요.
금순 : (신발 벗다, 화들짝 반가운) ....
할머니 : 이....가만....아...이층 학상.
정완 : 예... (목례하고...슬쩍 금순 본다, 역시 반가운 표정이다).....
금순 : (할머니 모르게 배시시).....(손 살짝 들어보인다)
할머니 : 어디 나가는 길인갑네 가봐 그람.
정완 : 예.
꾸벅 목례하고 입구로. 할머니 모르게 슬쩍 눈빛으로 금순에게 인사하고 현관으로.
금순 역시 아쉬운듯, 아래로 향한 손만 가볍게 바이바이 흔든다.
정완 나간다. 할머니 주방으로.
금순 할머니 의식해 뒤따라 주방으로 가면서도 아쉬워 계속 현관 본다.
#7. 숙모네 주방
할머니 금순 들어선다.
금순 : 작은엄마 저 왔어요....와 잡채 하세요? 맛있겠다....금아는요?
숙모 : 못온대... 오셨어요?
금순 : 에이 못온대요?...왜요 무슨 일 있대요?.. (식탁에 비닐봉투 올려놓는다)
숙모 : (힐끔 보고) 뭐야 또?
금순 : (꺼내며) 할머니가 하숙생 하나 더 늘었다구요...무말랭이랑...(생각안 나)...뭐였지 할머니?
숙모 : (안반가워, 씽크쪽 고개짓하며) 저기 참기름 좀 들구 와봐.
할머니 : (그런 숙모 본다).....
금순 : 예..(가지러 가면).....
할머니 : (마땅찮아 계속 보다) 하난 고들빼기여.
숙모 : 요즘 애들이 누가 고들빼기 같은거 먹나요...힘든데 뭘 자꾸 이런거 해보내세요,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
금순 : (들고 다가온다) 짝은엄마 너요?
숙모 : 잠깐 기다려... (당근 마져 넣고 무친다)....
금순 : (군침 돈다) 와 맛있겠다...한입만 주세요 짝은엄마.
숙모 : (힐끔 내키지 않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뱉고 준다)....참기름 너야 맛있어.
금순 : (아...입 벌려서 아기새처럼 받아먹고)....음 진짜 캡 맛있어요 짝은엄마.
숙모 다시 고개 쳐박고 무치기만.
할머니 숙모를 계속 쳐다보다.
할머니 : .....너는 어쩌 애를 보구두 셤 잘 쳤냐구 한마디 빼보지두 않어? 애 셤친거 뻔히 알면서?
숙모 : (무치며)...잘 쳤겄죠 한두번두 아니고...간장 좀 들구 와봐.
금순 : 예. (다시 가지러 가면)
할머니 : (계속 노려보다 못참고) 어디 이사 가냐?
숙모 : (그제야 보면)....
할머니 : 붝 꼴을 보니께 완전 나간 집구석이구만. 저기 양념통 꼬락서니 하며.. (발밑에 양푼들 툭 차며) 이건 또 뭐여.
그릇이란 그릇은 죄 나와 나뒹글어 댕기구 나간 집구석두 이보단 낫것어.
금순 : (놀라, 입모양으로 할머니)....
할머니 : 그러는거 아니다. 암만 한치 걸러 두치라지만, 쟈가 부모가 있길 허냐 형제가 있길 혀.
오로지 핏줄이라고는 이 세상에 달랑 지 삼촌 하나밖에 없는 불쌍한 것헌티 그러는거 아녀. (그릇 탁 놓고 휙 나간다)
숙모 :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으로)....
금순 : ....작은엄마...간장 넣을까요?
숙모 : (끄응 참느라)....너봐...
#8. 숙모네 대문 앞 길 (밤)
할머니 나오고, 금순 뒤따라 나와 대문 닫는다.
금순 할머니 뒤따라 걸으며 미워 흘긴다.
금순 : 심술보 심술첨지 덕지덕지 놀부할머니.
할머니 : (째리는)....
금순 : 난 할머니같은 시어머니 만날까 무서워서 절대 시집 안가.
할머니 : ....괘씸 안혀 그럼? 그게 너헌티 을매나 중헌 시험이구만 뭐 잘 쳤것죠?
금순 : (와락) 그러니까 짝은엄마지 그럼 엄마야?
할머니 : .....
금순 : 짝은엄마한테 그러는거 싫단말야. 그럴 때마다 내가 진짜 불쌍한 천애고아 같아서 싫다구.
할머니 : .....알았어 안그러께.
금순 : 맨날 말만...작은엄마한테 제발 쫌 그러지 마. 그럼 작은엄마랑 나랑 사이만 더 멀어지는거 몰라.
할머니 : 알았다구 이년아. 안그럴틴께 일절만 혀.
금순 : (흘기는)....할말 없으면 꼭 이년이래.
할머니 : 그람 년이지 놈이여.
할머니 뚱해 걷는다. 금순 역시 뚜웅.
그러다 중간 중간 서로 힐끔대면서...가로등 아래 걸어간다.
#9. 태완방
옷장과 책상 정도 놓인 단촐하고 좁은 방.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쓰윽 들어오는 태완. 목에 수건 두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이리저리 각도 돌려 살펴 본다.
아무리 봐도 너무 잘생겼다. 찡그려도 멋있고, 사납고 반항적인 표정 지어봐도 폼난다. 완전 자뻑파다.
더욱 심취해 자신에게 씨익 웃어주는데 누군가 머리를 세게 때린다.
태완 우씨 돌아보면 시완이다.
태완 : 아~ 왜 때리냐?
시완 : (우왁.. 술냄새 나서 찡그리며 외면하는).....
태완 : 아직두 냄새 나?..(자기 술 냄새 맡아보려는데)....
시완 : 너 이거 뭐야? (눈 앞에 청구서 디민다) 어? 여기 이거 여기? 밑줄친 거?
(열받어 손끝까지 부르르) 십구만이천원 벽오동? 뭐야 이거?... 뭐냐구?
태완 : 아 이거...(넉살좋게 배시시)...내가 좀 썼어.
시완 : 뭐...니가 좀 썼어? (노려보다 후 참아보려 하지만 도저히 못참겠는) ....(발을 확 쳐들어 차려는데)....
태완 : (그 동작 어설퍼 얼른 잽싸게 뒤로 피한다)....사람 치겠다...다쳐 그러다 형두.
시완 : 이새끼야 십구만이천원이 그냥 좀 썼어?
태완 : 미안해애...미안하다니까 내 꼭 갚으께...갚는다니까. 일생이 걸린 중대한 비즈니스가 있었단말야.
시완 : .....
태완 : 그 일을 전후로 내 인생에 날개를 다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 비즈니슨데 어떻게 이차를 안쏘냐고? 안그래?
시완 : 너.. (후 끓어오르는걸 간신히 참고) 저번 카드값두 아직 한푼두 안값았거든...
그리고 너 남의 카드 이렇게 함부러 허락두 없이 유용하면
태완 : 알지. 형꺼니까 슬쩍 했지 내가 약 먹었냐 남의 꺼 손대게.
시완 : (이자식이, 미워 부르르 때려주고 싶은데).....
정심E : 시완아 태완아 밥 먹어.
태완 : 밥 먹으라는데?....형 출근두 해야잖아.
시완 : 후 (꾸욱 눌러 참고)....너 내가 아침이라 참는다. 만약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그땐 증말 죽는다. 어? 알았어?
태완 : ....노력은 해보겠는데...장담은 못하겠어.
시완 : (익)....
태완 : (얼른) 농담이야 농담. 유모감각이 없어 사람이.
시완 : 능력이 안되면 쓰지를 마아. 쓰고 싶으면 일해서 돈을 벌든가.
태완 : (일순간 듣기 싫은 표정 역력, 침 튀었다는 듯 얼굴 닦는다)....
#10. 마루
ㄱ자 구조의 단층집 마루. 현관문 열면 마당과 통하게 되어있고,
마루의 한쪽 면이 넓은 미닫이 창으로 되어있어 문 열면, 바로 마당으로 나갈 수도 있다.
마루에서 주방과 방으로 통하게 되어있고, 시완 태완방과도 연결통로로 되어 있다.
노소장 밥상 앞에 앉아 있다. 정심 찌게냄비 들고와 내려놓고 앉는다.
시완 태완 다가와 자리에 앉는다.
노소장 : (태완 노려본다)....너 어제 몇시에 들어왔어?
태완 : (힐끔)....좀 늦었어요.
노소장 : 몇시에 들어왔냐구 그러니까?
태완 : 시계를 안봐서 모르겠는데요.
노소장 : 이노무자식이... (하다) 이 술도가 썪은내 봐 이거. 또 어서 얼마나 쳐마셨길래.
태완 : 문석이 군대 간다구 해서 마셨어요. 문석이가 군대 간다는데 중간에 내빼구 올 순 없잖아요.
노소장 : 이자식이 뭘 잘했다구 어서 눈을 크게 뜨구.
정심 : 아유 이게 평소 싸이즈에요. 얘가 원래 눈이 크잖아요.
노소장 : (힐끔 정심 보다).....(숟가락 들려는데).....
태완 : 아부지.
노소장 : (본다)....
태완 : 제가 분명 아부지 자식 맞긴 맞는데요, 그래두 말끝마다 이자식 저자식 좀 안하시면 안되요?
저두 이제 나이 먹을만큼 먹었구요. (하는데)
정심 시완 : (동시에) 노태완..
노소장 태완 노려본다. 순간 밥상에 긴장이 흐르고 정심과 시완 동시에 밥상을 꽈악 잡는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러나 노소장 끄응- 하고 싶은 말 참고 숟가락 듣다. 다들 내심 안도하는, 밥 먹기 시작한다.
정심 : 나 오늘 정완이한테 가요.
노소장 : 가게?...택배로 부쳐주지 뭘 귀찮게 거까지 가?
정심 : 하숙집두 옮긴지 꽤 되는데 한번 못가봤구 해서 가보게요.
시완 : 엄마 가실꺼면 일찍 출발하세요. 제가 출근하는 길에 모셔다 드리구 갈께요.
#11. 은행 내 현금인출기 코너
시완 경비요원과 함께 다가온다.
한 인출기 위해 재활용 종이컵 놓여있다. 시완 반가운 얼굴로 컵 집어든다.
경비 : 주세요 제가 버릴께요.
시완 : 아녜요 제가 처리할께요...여세요.
경비 열쇠로 인출기를 열기 시작한다. 시완 옆에서 기다린다.
그 옆에서 성란 현금 인출 중이다. 막 10만원이 나온다.
성란 돈을 집어들고 돌아선다. 돌아서면 시완이 가로막고 서있다.
성란 표정으로 지나가겠다는 의사표시.
시완 그제야 성란을 보고, 성란의 의사 알아듣고 피해서 비켜서다 문득, 다시 성란을 본다.
성란 시완을 스쳐 지나쳐...인출기 앞을 벗어나 입구로 걸어간다.
시완 스쳐간 성란을 보며 어디서 봤는데... 그러다 아 퍼뜩 떠오른다. 성란이다!
시완 : 성란아.
그러나 성란 듣지 못한채 막 문 열고 나간다.
시완 어 보다가 얼른 경비요원 돌아보고.
시완 : 잠깐 나갔다올께요. (반가움 가득해 얼른 입구로).....
#12. 은행 앞 거리
시완 황급히 문 열고 나온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시완. 그러나 성란 모습 보이지 않는다.
어라 어디 갔지 여기저기 움직이며 둘러보지만 역시 성란 모습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실망스러운 시완.
시완 : .......
시완 체념하고 돌아서다 저만큼 난간에 놓인 재활용컵 본다.
시완 다가가 주변 쓰윽 둘러본 후 재활용컵 하나 더 집어든다.
#13. 은행 내부
시완 자리에 다가와 앉는다. 책상 밑에 재활용컵 모아둔 것 제법 많이 쌓여있다.
시완 그 위에 재활용컵 두 개를 포개 올리고, 시무룩 서운하다.
시완 : .....순식간에 어디로 갔지....분명히 성란이 맞았는데...
#14. 거리
금순 걸어온다. 짧은 치마에 힐(혹은 부츠) 신고 있는 데로 한껏 멋을 부렸다.
금순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걷다가 잠시 멈춰서서 쇼윈도에 자신의 모습 비춰본다. 무척 만족스럽다...
금순 다시 걷는다.
#15. 대학 교정 일각 (컴퓨터실 밖)
금순 다가와 선다. 창문 안에 컴퓨터 놓고 친구들끼리 빙그레 둘러서서 얘기 중인 정완 모습 보인다.
정완을 발견하자마자 일시에 환해지는 금순, 배시시 그저 좋다.
금순 : .....
정완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얘기하다 금순을 본다.
금순 정완이 돌아보자 손 올리며 배시시. 정완도 빙그레 미소 짓는다.
친구들 금순 보며 우와 환호하는 듯. 정완 문으로.
#16. 건물 입구 캠퍼스 일각
금순 얼른 주머니의 손거울 꺼내 머리 모양 살핀다.
이리저리 거울 보며 손가락에 침 발라 앞머리 모양 만들어 넘겨 붙이고, 또 침 발라 넘겨 붙이고,
다시 한번 비춰 본 후, 출입구 살핀 후 손거울 주머니에 넣는다.
정완 나온다. 한껏 멋 부린 금순 모습에 와- 놀라운 표정.
금순 : 오빠. (시선 느껴져 배시시 좋은데)....
정완 : (다가와선다) 금순아...근데 어뜩하지? 영화보러 같이 못가겠다.
금순 : (분위기 팍 깨지는) 왜?
정완 : 갑자기 교수님 세미나 준비에 차출되서 밤늦게까지 꼼짝두 못하게 됐어.
금순 : ....그래?.....
정완 : 미안해....핸드폰 꺼놨어? 몇번이나 전화했는데 계속 안받드라구.
금순 : 그래?...(가방 열어 핸드폰 꺼낸다)...이게 왜 진동으로 되어있지?...(속상해 공연히 핸드폰 꾹꾹 눌러 소리모드 바꾼다)....
정완 : 미안해...여기까지 왔는데.
금순 : (씨이...속상한데).....(우수꽝스런 휴대폰 벨 울린다)....여보세요. (받아도 계속 벨소리 난다. 우씨)...오빠꺼다.
정완 : (주머니에서 꺼내 받는다)...여보세요...엄마...예? 오늘요?....안되요 오지 마세요......벌써요?.....
아 갑자기 그럼 어뜩해 연락두 않구. 나 오늘 하루종일 ...2시에?...(시계 보고)...엄마 내 하숙집두 모르잖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끊어진 듯 끊는다) 아 오늘 왜 이러지 계속.
금순 : 엄마 오신대?
정완 : 어...어뜩하지 하숙집두 모르시는데...학교로 오시라구 해야하나.
금순 : (그런 정완 보다) 오빠. 그럼 내가 마중 나갈까?
#17. 터미널 화장실
금순 거울 앞에서 입술 쭈욱 내밀고 립글로스 바르고 있다. 입술 위아래로 부딪히며 비빈다.
금순 립그로스 다 바른후, 옷매무새 다시 비춰보고, 머리 모양 보고, 치마 말려 올라가지 않게 내리고,
미소 지으며 눈도 깜빡깜빡 최대한 예쁜 미소 지어보이는...스스로의 모습에 자못 만족스러운.
시계 보고 다시 나간다.
#18. 터미널 하차장
금순 다가와선다. 살피면, 저만큼 버스 다가와선다. 서울-대전 행선지 써있다.
금순 반가운.. 다시 매무새 가다듬고.
버스문 열리고 승객들 내리기 시작한다. 정심 내린다. 손에 보약상자 들고.
정심 아들이 서있나 고개 빼고 살피는데, 휴대폰 울린다. 정심 상자 내려놓고 받는다.
정심 : 여보세요...정완이니? 어디야?
금순 : (살피다 그 소리에 반짝, 얼른 정심 본다).....
정심 : ....학교라구?....아니 그럼 엄만.....뭐?...후배가 대신?...(돌아보면)
금순 후르륵 다가와 선다. 꾸벅 거의 구십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금순 : 안녕하세요.
정심 : (금순 본다)....학생이 우리 정완이 대신 나온?
금순 : 예 어머니. 나금순이라고 합니다.
정심 : (은근히 금순 보며) 그래 만났어 지금....
그래 알았어, 할 수 없지. 하던 거 마저하고 와 기다리구 있으께....그래. (끊고 본다)
금순 : (환하게 웃는)....
정심 : .....이름이?
금순 : 금순이요. 나금순.
정심 : 금순이?...(웃음나는)...고전적인 이름이네.....근데 어뜩해 학생두 바쁠 텐데 이런 심부름을 시켜서.
금순 : 아녜요 저 오늘 하나두 안바빠요....이거 가져오신거죠? (다가가 얼른 약상자 넙쭉 집어든다).....
정심 : 무거울텐데...
금순 : 안무거워요. 저 힘 쎄요....가세요 어머니 이쪽이에요.
정심 : (어머니?).....(앞선다)
금순 : (얼른 뒤따른다).....
#19. 거리
금순 한손에 무거운 약상자 들고, 높은 구두 신고, 애써 기운내 열심히 걷는다.
정심 : 우리 애랑 같은 과에요?
금순 : 아니요....말씀 낮추세요 어머니.
정심 : 그러까? 우리애 후밴데... 아니면 어떻게 아는 사이야? 써클 후배?
금순 : 아니요. 오빠 하숙하는 집이 저희 삼촌 집이에요.
정심 : 아 그래....금순이라구 했지? 그럼 금순인 무슨과야? 우리 애랑 같은 학교 다녀?
금순 : 아니요 저는....인터네셔널 뷰티 헤어 메이컵 스쿨 헤어디자이너과 다녀요.
정심 : ?...그런 대학두 있어?
금순 : 대학 아니에요, 미용학원이에요.
정심 : 미용학원?....대학생 아냐 그럼?
금순 : 예. 저 대학생 아니에요. 대학 못갔어요. 공부 디따 못했구요, 미용사가 되구 싶어서요.
울 할머니 말씀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 책 보고 공부할 때, 거울만 들여다 봤대요,
애들 인형 갖구 소꼽놀이 할때, 저는 바가지랑 보자기 뒤집어쓰고 미장원 놀이만 하구요.
정심 : 그래...(표정에 웃음기 가시는데).....
금순 : (모르고 계속) 얼마전에 자격시험 쳤거든요, 두번씩이나 떨어져서 이번엔 꼭 붙어야 하는데,
만약 합격해서 취직하면 제가 젤 먼저 기념으루 어머니 공짜로 염색 해드리께요.
이렇게 보니까 어머니 흰머리가 꽤 많아요. 어머 옆머리보다 앞머리가 더 많다.
(웃음나는) 어머니 진짜 파뿌리 같아요. (보면).....
정심 : (끄응)......
금순 : (그제야 주춤하는)....(이내 또 말 붙여본다) 이거 오빠꺼에요 어머니? 약같은데 맞죠? 무슨 약이에요?
정심 : .....아유 왜 이렇게 한참을 가. 아직 멀었어?
금순 : 저 끝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금방이에요....다리 아프세요 어머니?
정심 : (어머니라는 말 듣기 싫다)....
정심 빨리 앞선다. 금순 뒤뚱거리며 높은 구두에 열심히 뒤따라 걷는다.
높은 구두에 뒤꿈치가 아프다. 주춤, 절룩, 하면서도 열심히 뒤따른다.
#20. 하숙집 앞
금순 정심 다가온다. 정심 둘러보는데.
금순 : 여기에요 어머니...들어가세요.
정심 : 잠깐 잠깐....됐어요. 그거 주고 이제 그만 가봐요 바쁠텐데.
금순 :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머니 혼자 심심하신데 제가 오빠 올 때까지
정심 : 글쎄 됐다니까. 차 타구 왔드니 내가 좀 피곤해서 쉬어야겠어.
금순 : 예....그럼 방까지만
정심 : 아유 글쎄 됐다니까 자꾸 여러말 시키네.
금순 : ......
정심 : 됐어요 수고 했어. 그거 주구 이제 가서 아가씨 볼일 봐.
금순 : ....예. 죄송합니다.....(내민다).....
정심 : (받고) 죄송할꺼까진 없구.....가요 그럼.
금순 : 예.. 그럼 안녕히(하기도 전에)
정심 열린 하숙집 문 열고 들어간다.
금순 머쓱해 들어가는 정심 바라보다 아차.
금순 : 어머니 오빠방 이층 올라가서 오른쪽에서 두번째 방이에요. 그럼 피곤하실텐데 편히 쉬세요.
그러나 끝내 대답없이 현관문 닫고 들어가 버리는 정심.
금순 멀뚱히 끔뻑끔뻑 본다.
금순 : .....왜 저러시지?...내가 뭐 잘못했나?
금순 뒤돌아서 걷다가 그제야 아, 발 뒷꿈치 무척 아픈...
금순 벗어서 보면, 뒷꿈치 잔뜩 부었다. 아호 아프다....아픈 표정 짓는 금순.. 다시 하숙집 돌아본다.
#21. 정완 하숙방
정심 문 열고 들어선다. 책상 침대 정도 놓인 좁고 평범한 하숙방이다.
정심 다가와 책상에 약상자를 내려놓고.
정심 : 어이가 없어서....그래두 보는 눈은 있다구 우리 아들한테 흑심이 있는 모양이네...
(어이없다 둘러본다)...방은 저번집 보다 넓고 깨끗한 거 같네.
#22. 병원 복도
장박 걸어온다. 지나가는 간호사 인턴들 장박에게 인사한다.
챠트 들고 걸어오던 간호사 장박 보고 다가온다.
간호사 : 박사님...(챠트 내밀며) 사모님 검진결과 나왔어요..
장박 : 그래..고마워...(받아들고 잠시...넘겨보는).....
#23. 장박 거실 (밤)
젠스타일로 고급스럽게 잘 꾸며진 거실. 이층으로 계단 나있다. 넓고 여유로운 공간에 인테리어 잘 되어있다.
인터폰 소리. 주방에서 영옥 나온다.
영옥 다가와 인터폰 모니터창 보고 장박 확인한 후 수화기 들고 웃으며.
영옥 : 들어오세요...(벨 누른다. 수화기 내려놓고)...은주야 은진아 아빠 오셨다....
은진이 너 영점 오초안에 안내려오면 컴퓨터 없애 버린다.
이내 이층에서 문 열고 계단 달려 내려오는 소리. 은진 내려온다.
주방에서 아줌마 나온다.
은진 : (힐끔)...엄마 나 컴퓨터 하는지 어떻게 알았어?
영옥 : 올라가면 꺼어. 너 학교갔다 와서 계속인거 다 아니까.
문 열리고 장박 들어온다.
은진 : 아빠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아줌마 : 오셨어요?
장박 : (은진 흐뭇하게 보다) 아주머니, 오늘두 이사람 일 못하게 하셨어요?
은진 : 이층 대청소 했대요. (하고 얼른 이층으로)
영옥 : (어 저게 보다가 얼른 장박 본다) ....살살 했어요. 점심 먹구 소화 삼아...그쵸 아주머니..
(아줌마 그저 웃고 얼른 주방으로)...(다시 장박 보고 배시시) 외투 안벗어요?
장박 : 오늘 당신 결과 나오는 날인거 몰라?
영옥 : 알아요. 다 좋대죠?
장박 : 안궁금해? 전화두 않구?..(외투 내밀면)
영옥 : (받으며) 벌써 몇달짼데 번번히 궁금한가? 내 몸 상태 내가 잘 알지.
장박 : 이럴 때 보면 확실히 나보다 대범해. 나는 아직두 결과지 보려면 선뜻 손이 안가는데....
다 좋대. 상태 아주 양호.
영옥 : 거봐요. 이제 살살 움직여두 된다니까...(웃으며, 소파로 다가간다. 옷 내려 놓으려고) 손 씻구 와요. 저녁 다 됐어요.
#24. 주방 (밤)
역시 넉넉한 공간에 완벽한 인테리어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다이닝 키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영옥 들어서면, 은주 홈바 열어 우유 막 꺼낸다.
영옥 : 아빠 오셨는데 내려와 인사두 않구?
은주 : .....(우유 꺼내고 홈빠 닫는다)
영옥 : 저녁 먹을껀데 왜 우율 마셔. 안 그래두 새모이만큼만 먹는 애가. 조금만 마셔...
(아줌마에게) 밥은 제가 풀께요. (수저통 놓고) 숟가락 좀 놔.
은주 : (천연덕스럽고, 어딘가 이죽대는 표정 말투로, 우유 따르며) 나 나가야 되요.
영옥 : (보는) 지금? 저녁 안먹구?
은주 : 저녁 약속 있어요. (마시는)....
영옥 : 무슨 소리야? 저녁 먹구 나가. 아빠 모처럼 일찍 들어오시구 이렇게 다같이 저녁 먹는게 얼마만인데.
은주 : (힐끔 보며 비아냥톤으로) 뭐가 얼마만이에요? 퇴원하구 외식만 지금까지 몇 번을 했는데....
(컵 탁 내려놓고)...같이 쎄트루 오버가 심해 지시나봐요? 나는 아직두 결과지 보려면 선뜻 손이 안가는데...
(닭살 돋는다는 어깨짓하며) 오우! 지금이 벌써 몇개월짼데 울아빠 오버가 너무 심하죠?
영옥 : ....늦니?
은주 : (그대로 휙 뒤돌아서) 늦어요.... (입구로)
영옥 : (그런 은주 보다 참고 수저 놓는다)....
#25. 금순네 마루 (밤)
금순 현관문 열고 기운없이 들어선다.
금순 들어서자마자 마루에 앉아 아이고...신발 벗는다. 뒷꿈치 무척 아프다. 아후...금순 절룩이며 올라서는데,
안에서 금순이냐? 소리하는 할머니.
금순 : (그제야 신발 보고) 예...
할머니 : (하품 하며 문 열고 나오다가 놀라는) 시상에 똥꼬가 다 보이것네...못써 벗어. 어서 그런 손바닥만한걸 넘사시럽게.
금순 : 요즘 미니가 유행이란말야...(씽크로 다가간다)....
할머니 : 월래...(하다 가만) 이 금순아. 너 이번엔 틀림없이 붙겄어. 나가 시방 태몽을 꿨어.
금순 : 태몽?...(양푼 꺼내다)
할머니 : 이, 냇가에서 빨래를 허는디 집채만헌 호박이 둥둥 떠내려오는겨.
그려서 걍 젤 먼저 달려가 확 끌어 안었지. 태몽이여 틀림없는.
금순 : 태몽 꾸면 시험에 붙어? (밥솥 열어보고)
할머니 : 아니지 원칙은 얼라가 들어서는건디, 내가 이 나이에 얼라가 들어서겄냐 니가 들어서겄냐.
근께 뭔 존 일이 있는거지.
금순 : 어...(심드렁하다)......
할머니 : ....어쩌 표정이 그려? 뭐 안존 일 있있어?
금순 : 아니. (밥 양푼에 푼다)
할머니 : 기분이 영 꽝인거 같은디?
금순 : 배고파서 그래....열무비빔밥 해먹어 할머니.
할머니 : 그려 챔기름 넣고 맛나게 비벼봐.
금순 : (열무김치 넣고 고추장 넣고 비빈다)......
할머니 : 너머 많어 고추장....물 켤라구.
금순 : 매운거 먹구 싶어...할머닌 이쪽 드셔 여긴 안비비께.
할머니 : (챔기름 뚜껑 열며)....달거리 혀?
금순 : 아니...왜?
할머니 : 매운거 땡겨허니께...그람 곧 허겄네....인내봐. 왜 이렇게 못비벼... (가져다 비빈다)....
금순 : ......(문득 좀 이상한...끔뻑끔뻑 생각하다, 멈칫, 설마)......
#26. 화장실
금순 변기 위에 앉아 있다. 손에 작은 달력을 들고.
곰곰히 생각에 잠겨, 불안과 걱정 가득한 얼굴이다.
금순 : .......
#27. 약국 앞 거리
금순 저만큼 다가와 선다. 약국을 바라보는 금순.
약국에 사람이 있다. 약사에게 약을 받아들고 약국안 손님 나온다.
손님 나와 저만큼 사라지는 모습 바라보던 금순, 그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약국을 바라본다.
하지만 선뜻 약국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걱정 초조 불안 망설임이 뒤범벅된 표정으로 한참을 보기만...
망설이던 금순 결심한 듯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한다.
금순 후 심호흡하고 약국을 향해 걸어가는 금순.
약국에 도착한 금순 약국문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28. 약국 안
금순 들어서 문 닫는다. 약사(아줌마) 어서오세요 인사한다.
금순 다가가 선다. 차마 약사와 눈 마주치지 못하고.
금순 : (마스크 한 상태로 우물우물 작게)....임신 테스트 약 주세요.
약사 : 예?
금순 : (역시 우물거린다) 임신 테스트 약이요.
약사 : 뭐라구요? 잘 안들리는데 마스크 벗고 말씀하시면 안될까요?
금순 : (괴로운, 결국 마스크 벗고, 큰소리로) .....임신 테스트 약 주세요.
-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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