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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기백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동화책에 나오는 전설의 섬이 이럴까. 어릴 적 TV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을 본 적이 있다면,
주인공 코난이 살던 고향 섬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지 모르겠다.
선착장에 내려 둘러본 가거도(可居島) 풍광은 딱 그렇다.
여기 사람들은 '중국의 새벽닭 소리가 들린다'고 우스개를 한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떠 있는 섬이다.
동경 125도7분, 북위 34도4분.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서남쪽 방향 145㎞, 뱃길로는 233㎞나 떨어졌다.
대한민국에서 남쪽 끝은 마라도, 동쪽 끝은 독도, 서쪽 끝은 가거도지만, 가장 덜 알려졌다.
하지만, '소(小)흑산도'라고 하면, "아, 거기"하고 무릎을 칠 분들이 많을 것.
선착장 옆으로 해안을 따라 거칠고 가파른 절벽이 바다를 향해 수직 낙하한다.
섬 전체가 거대한 절벽이다.
보기만해도 아찔한 절벽에서 까만 점들이 줄지어 깡총거린다.
돌 사이에 난 풀을 뜯어먹는 흑염소 가족이다.
주민이 풀어 키우던 염소들인데, 이제는 야생 염소가 다 돼서 잡히지도 않는다.
선착장이 있는 대리 마을 뒤로는 각도가 45도는 되 보이는 구릉이 정상을 향해 급하게 솟구친다.
독실산이다.
높이 639m라니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지만, 해발 '0m'인 바닷가에서 올려다본 산은 웅장하다.
남성적이다.
산 정상은 날 맑은 가을 며칠만 제외하면 항상 구름에 쌓여있다.
섬 전체는 후박나무로 덮혀있다.
가거도 자체가 거대한 후박나무 군락지이다. 후박나무 외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굴거리나무, 천리향이 빽빽이 우거졌다.
숲속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흰꽃을 피우는 백세우란과 노란꽃이 매혹적인 금세우란이 여기저기 보인다.
상황버섯, 음양곽, 현삼, 목단피, 갈근 같은 귀한 약초가 나무 밑에서 자생한다.
하늘에는 흑비둘기, 흰날개해오라기, 바다직박구리가 날아다닌다.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들이다. 이 섬에서 백로는 귀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찬밥 신세다. 섬 여기저기 풀밭에 백로가 비둘기처럼 떼지어 살고 있다.
온몸이 온통 검은 제비나비, 검은 날개 끄트머리에 코발트빛을 세련되게 두른 청띄제비나비 수천 수만 마리가 태풍 직전 나타나 비와 바람을 피한 뒤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나비 뿐 아니다.
풍랑이 일거나 폭풍이 몰아칠 때면 인근 동지나해에서 고기 잡던 어선들도 가거도로 피항한다.
폭풍이 잦은 겨울철에는 선착장에서 중국어가 한국말만큼 많이 들린다.
전라남도는 '한국의 서남단 끝'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가거도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홍보물을 만들어 전국 관광안내소에 뿌리는 등 노력 중이다.
이런 상징성 때문이 아니라도, 한 번은 보고 싶을만큼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섬,
가거도다.
▲ 가거도-풍광 스케치 /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가거도는 잘 모르지만, ‘소(小)흑산도’는 익숙한 이름.
하지만 소흑산도는 일제시대 명칭.
옛날에는 ‘아름다운 섬’이란 뜻의 ‘가가도(嘉佳島, 可佳島)’로 불렸다.
‘사람이 가히 살 만하다’는 의미인 가거도(可居島)가 된 건 1896년부터다.
전설 하나 깃들지 않은 마을이 어디 있겠냐만, 가거도는 유난히 전설이 많다.
가거도 주민들은 바위마다 깃든 사연을 마치 어제 일어난 옆집 이야기처럼 줄줄이 풀어낸다.
신화와 전설로부터 구분되지 않은 삶을 사는 신선들 같다.
주민들이 들려준 가거도의 탄생은 이렇다.
바다 용왕이 아들에게 가거도에서 수련하라고 명했다.
용왕의 아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과 노래하고 춤췄다.
용왕이 아들을 꾸짖었다. 장군에게 아들을 감시하게 했다.
용왕의 아들은 경고를 잊고 다시 선녀들과 어울렸다.
분노한 용왕이 아들을 중벌했다.
아들은 몸의 절반은 바닷속에, 나머지는 땅에 내놓은 채 화석으로 굳었다.
대리(1리)마을 서쪽 회룡산 줄기다.
용왕은 장군도 벌했다.
대구마을 동쪽 ‘장군바위’가 장군이 굳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 배타고 돌아보기
가거도는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를 돌아본 모습이 가장 멋지다.
선착장을 빠져나가면 녹섬, 돛단바위, 기둥바위, 섬등반도, 납덕여, 망부석, 검은여, 칼바위, 구절곡, 빈주암, 용머리, 남문 등 기기묘묘한 생김새의 바위가 늘어섰다.
“서울 사람들은 놀이공원 같은데로 소풍가죠? 우리는 이리로 와요.
” 임진욱 대리(1리) 이장이 '개린여'로 향하는 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를 탔으면 개린여는 한 번 꼭 가보시라.
작은 섬이지만 윗부분이 1000㎡쯤 되는 넓고 평평한 돌바닥이다.
가거도 분들은 이따금 여기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하고 놀기도 한단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옛날에는 바다표범이 많이 살았지만, 일제 시대 함부로 포획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섬 오른쪽에 지름 60㎝쯤 되는 구멍이 바다까지 뚫려 있다.
돌을 던지면 바닷물에 떨어지며 “퐁당” 소리를 낸다.
가거도 주민들은 “이 구멍으로 용이 승천했다”고 한다.
어선이나 낚싯배를 15만원에 빌릴 수 있다. 섬 한 바퀴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 바다 낚시
가거도는 원래 낚시꾼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의 감성돔, 돌돔, 농어 낚시터로 유명하다.
“가거도는 섬 전체가 포인트(물고기가 잘 잡히는 지점)”라는 말도 있다.
갯바위에 앉아 낚싯바늘만 드리우면 팔뚝만한 물고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6월 초순에는 농어와 참돔, 우럭이 잡히고, 6월말에서 7월 중순이면 돌돔이 가세한다.
초보 낚시꾼도 부둣가에서 작은 우럭이나 불볼락을 쉽게 낚는다.
선창낚시에서 낚싯대를 1만5000원에 빌릴 수 있다.
미끼(5000원)과 낚시찌(1만원부터)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061)246-5800, 010-4761-3898.
::: 독실산 등산·절벽길 산책
의외로 가거도로 등산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독실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돼 있다.
시멘트를 쳐서 흙길을 밟는 즐거움이 없다는 건 아쉽다.
정상 부근에는 '하늘별장'이 있다.
주변 24마일 해상구역을 책임지는 경찰 레이더기지다.
신승일 기지장을 비롯, 대원들이 아주 친절하다.
정상에 가고 싶다면 안내를 맡아준다.
항리(2리)마을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후박나무 사이 등산로를 걸으면서 정글에 가까운 섬의 생태계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천천히 걸으면 왕복 4시간쯤 걸린다.
대리에서 항리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어도 좋다.
대리에서 독실산 중턱까지 오른 다음 왼쪽으로 꺾으면 항리가 놓인 섬등반도 뒤로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가파른 절벽과 바다가 섞인 풍광은 '에게해 어딘가에 있는 섬'이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항리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가거도 주민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인데 마치 여기서 벌어진 것처럼 알려졌다”며 살짝 섭섭해한다.
대리에서 항리까지 2시간쯤 걸린다.
▲ 가거도-독실산 등산하기 /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 가거도-절벽길 산책 / 조선일보 김성윤기자 / Tagstory에 올라온 동영상 |
::: 어떻게 갈까
매력적인 가거도, 접근은 쉽지 않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빨라야 4시간 20분 걸린다.
날씨와 파도에 따라 결항하는 경우도 많다.
섬에 들어갔다가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으니 최소 1박2일 일정으로 잡아야 한다.
쾌속선이 이틀에 한 번씩 운항하다, 지난 5월 1일부터 매일 뜨고 있다.
동양고속과 남해고속에서 운영하는 쾌속선이 매일 오전 8시 목포를 출발,
비금도초-흑산-홍도-상중태-하태를 거쳐 오후 12시 20분쯤 가거도에 도착한다.
가거도에서는 오후 12시 20분 출발해 오후 5시 목포에 닿는다.
여객운임 어른 4만6550원, 중고생 4만2050원, 3~12세 2만3300원, 65세 이상 3만7550원.
바다 날씨가 변덕스러우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동양고속 전화 (061)243-2111~4 인터넷 홈페이지 www.ihongdo.co.kr, 남해고속 전화 (061)244-9915~6 인터넷 홈페이지 www.namhaegosok. co.kr
::: 음식·숙박
싱싱한 자연산 우럭과 돔, 농어, 불볼락, 해삼을 삼겹살보다 흔하게 먹는 게 이곳이다.
양식 생선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씹는 맛이 각별한 뿔소라는 가거도에서만 나는 별미다.
농어는 3㎏에 10만원, 돔 중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난 줄돔은 2㎏에 10만원쯤 받는다.
어른 넷이서 먹기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럭이나 불볼락 구이·찜 등이 줄줄이 나온다.
홍합전, 조기젓, 독실산에서 뜯은 곤드레로 끓인 된장깻국, 미역·톳무침 등 반찬이 실하고 맛있다.
생선구이에 각종 반찬이 딸려 나오는 백반도 가격(5000원)에 비해 아주 실하다.
원재료가 워낙 좋아서인지 음식 맛은 어디나 비슷한 편이다.
식당에서 민박과 여관을 대부분 겸한다.
민박은 2만5000원, 여관은 3만원. 2인 1실 기준으로, 1인 추가시 5000원씩 추가된다.
임진욱 대리(1리) 이장(061-246-3292, 010-2929-4989)이나 박정남 항리(2리) 이장(061-246-4070, 011-9415-0117)에 연락하면 알아서 연결해준다.
** 홍도 연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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