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청산을 꽉 물고 느슨함이라곤 없이(咬定靑山不放鬆), 바위를 깨뜨리고 그 가운데 뿌리 내렸네(立根原在破岩中). 천 번 깎이고 만 번 부딪쳐도 더욱 단단해지니(千磨萬擊還堅勁), 그대에게 동서남북의 바람을 다 맡기노라(任爾東西南北風).’
청(淸)나라 시인 정판교(鄭板橋)의 시 ‘대와 바위(竹石)’다. 그는 군자의 덕(德)을 지닌 대나무에 천하를 맡기고 싶다며 칭송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한 시진핑(習近平·57) 역시 이 시를 애송한다. 언론을 꺼리는 그가 2000년 1월 공청단 산하의 잡지 ‘중화아녀(中華兒女)’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그는 이 시의 앞 두 구절을 이렇게 고쳐 읊었다. ‘(나는) 미관말직에 들어가도 느슨함이라곤 없이(深入基層不放鬆), 군중 속에 뿌리내렸네(立根原在群衆中)….’ 문화대혁명 시절 농촌 하방(下放) 경험과 국방장관 비서를 그만두면서까지 벽지 근무를 자청했던 그의 낮은 곳으로 임하는 리더십의 표현이다.
시진핑이 내세우는 정치 슬로건은 ‘덕치(德治)’다. 그는 2004년 당 기관지 구시(求是)에 ‘권력을 사용함에 관덕을 중시하고, 교제 활동에 원칙이 있어야 한다(用權講官德 交往有原則)’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여기서 그는 관덕수양(官德修養)과 덕으로 정치할 것(爲政以德)을 강조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눈 위를 장식한 무녀(巫女)들이 군대 앞에서 적을 노려봄으로써 제압하는 관습이 있었다. 곧을 직(直)은 담 옆에 서서 눈썹을 치장한 눈으로 부릅뜨고 살피는 모양으로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다. 덕(德)은 ‘곧은 마음[直心]’이란 뜻이다. 가로누운 눈(罒)위에 주술적인 힘을 높이는 화장(十)을 한 후 마음먹고(心) 곳곳을 순찰하는(彳) 형태다. 공자는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고 말했다.
중국의 이웃인 한국 야당 원내대표가 돌연 지난해 5월 시진핑이 현 정부를 ‘평화 훼방꾼’이라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평화 훼방꾼’ 발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외국 지도자와의 면담마저 정파 이익에 맞춰 정쟁(政爭) 거리로 삼는다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