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두뇌계발의 시기가 유독 유아기로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생화학자 훼스턴 박사는 갓 태어난 수십 마리의 새끼 쥐들을 대상으로 초기 자극의 중요성을 알아보았다.
갓 태어난 쥐의 뇌세포는 대체로 공과 같은 원형을 갖추고 있었고, 표면은 매우 매끄럽고 축색 섬유만 뻗어나와 있었다. 그러다 2주 후에는 세포 표면에 평균 14개의 돌기가 돋아났다. 훼스턴 박사 팀은 그 후 2주 동안 한 그룹의 쥐들을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 결과, 눈을 가리지 않았던 그룹의 쥐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상돌기가 형성되었고 시냅스의 개수도 8천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눈을 가린 그룹의 쥐들은 단지 1백 개의 시냅스만 형성되었을 뿐이었다. 눈을 가렸던 그룹의 쥐들에게 다시 볼 수 있게 조치를 해주었지만, 뇌세포의 발달 정도는 상대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다. 출생에 가까운 시점에 자극을 받으면 뇌세포가 왕성하게 발달하지만, 출생 시점에서 멀어지면 아무리 많은 자극을 주어도 뇌세포의 발달 정도가 이전보다 미약해진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물론 이 실험은 사람이 아닌 쥐를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 교육 전문가들은 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기의 두뇌 발달에도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의 능력은 매우 무한하기 때문에 일생 동안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는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 결정적 시기와 민감한 시기가 있다
두뇌가 주위 환경에 잘 반응하고 받아들이는 시기를 흔히 ’결정적 시기’ 또는 ’민감한 시기’라고 한다. 따라서 한창 두뇌 계발이 활발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하면 그 기회는 영원히 닫혀버릴 수 있다. 민감한 시기는 두뇌 발달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며, 결정적 시기는 그보다 더 중요한 시기이다. 유아기는 대부분의 발달에 있어서 ’결정적인’ 시기로 작용한다. 따라서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도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례로, 언어학자들은 언어 학습의 최적기(민감한 시기)를 출생부터 10세까지로 꼽는다. 10세 이전의 아이들은 두뇌의 언어 영역이 상당히 높은 적응력을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외국어를 익히고, 모국어의 특이한 발음이나 억양에 구애받지 않고 외국어를 말할 수 있다. 반면, 언어 능력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는 생후 3년까지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남의 말을 많이 듣는 것만으로도 어휘력이 증가하며, 어떤 종류의 말을 들었느냐에 따라 언어 수행 능력이 달라진다.
실제로 시카고대학 재닐런 허텐로처에 따르면, 20개월 된 아기가 말이 많은 엄마와 생활한 경우에 말수가 적은 엄마 밑에서 자란 아기보다 어휘 수가 평균 1백31개나 많았고, 두 돌인 경우 그 차이가 2백95개나 됐다. 게다가 이러한 어휘력과 문장력의 향상은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를 ’육성’으로 들을 때에만 발생했다. TV나 비디오처럼 일방적 시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밖에 시각 발달을 위한 결정적인 시기는 생후 6개월까지이며, 대인 관계(사회적 친밀감)는 생후 18개월, 운동 능력은 4세, 수리·논리력은 1~4세, 음악 교육은 3~12세라고 한다.
▶ 이왕이면 질 좋은 자극이 두뇌 발달에 좋다
아기들은 스펀지에 비유될 만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온몸으로 흡수한다. 따라서 아기에게는 같은 자극이라도 질 좋은 자극이 효과적이다. 태교 전문가들이 태교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추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시각 자극이라도 도화지에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보다는 명화가 좋고, 흑백 모빌처럼 개월 수에 맞게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들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질 좋은 자극이라도 이것을 흡수하는 경로가 탄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신경회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기들에게 같은 자극이라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같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자극을 받아들이는 경로가 확실하게 다져지고, 이는 곧 다른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계발해야 한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 있고, 좌뇌는 언어 능력·논리력·분석력 및 수학적인 조작 능력을, 우뇌는 비언어적 기능·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공간 지각 능력·창의성·심미적 감성 능력을 담당한다. 좌뇌가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라면, 우뇌는 예술가적인 창조성으로 삶을 보다 개성 있고 윤택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복잡한 현대인의 삶에 휴식과 안정을 가져다주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학교 교육은 그 동안 좌뇌를 많이 사용하는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우뇌의 능력이 최근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능력을 계발해 활용하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두뇌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라는 두 가지 기능이 모두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람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3세까지는 우뇌로 활동하고, 3~6세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우뇌에서 좌뇌로 이동하다가 6세 이후에는 좌뇌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평생 사용하는 뇌의 양이 고작 4%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우뇌와의 조화로운 교육의 필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특히 우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36개월 이전에 우뇌를 자극하면 풍부한 상상력을 기를 수 있으며, 아울러 계산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아기들은 논리적이지 않고, 잠재 의식에 의해 창조적이고 직관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우뇌를 자연스럽게 계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좌뇌의 사용에 익숙해져 많은 노력이 필요한 어른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글/ 조재현 기자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 김용재(이대 목동병원 신경내과 교수), 강준기(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자료제공 : 앙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