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이 누워있는 오후 조성례 한낮이 마당에 누워있다 나는 자꾸 고요를 접어서 날린다 햇살에 눌려있는 꽃잎들이 함께 날아간다 잠자리 한 마리 긴 꼬리를 끌며 날아오더니 스스로 자리를 비어 주고 간다 그 빈자리에 내가 가만히 앉는다 그 빈자리에 또 하나의 내가 앉아서 턱을 고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커다란 새가 날아간다 날개를 한 번 접을 때마다 내 어미처럼 겨드랑 사이로 퐁 퐁 퐁 구름을 낳는다 하늘은 금세 조개구름으로 덮인다 새가 다시 날개 짓을 하자 온통 그가 떨어트린 새털구름이 어미를 감싸 안아 마당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주고 대추나무 저 혼자 바람을 끌어안는다 문득 마음 혼자 봉선화 꽃잎에 머물며 사방을 살핀다 나를 깨우는 수탉의 긴 홰 울음소리
순간 허공도 내게 흔들리며 기운다 활처럼 휜 허리에 더욱 힘을 주며 오후가 고요 대신 접히고 있다
시산맥 여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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