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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어른값
오종락
세상 만물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를 먹는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은 온갖 물건에다 값을 매기면서 거래한다. 특히 인간의 행위와 관련하여 값을 매길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후한 값을 쳐주기도 하고 때론 박한 값을 매기기도 한다. 공산품은 대부분 연식이 늘고 노후화되면서 그 값어치가 서서히 떨어진다. 반면 달콤한 와인은 나이를 먹으면서 그윽하고 진한 향취로 나잇값을 뽐내며 값어치가 상승한다. 사람도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세월이 주는 진정한 값어치인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나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나이를 심리 발달 단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8단계”에서는 유아기, 유년기, 아동기, 학동기, 사춘기, 성년기, 중년기 그리고 노년기로 나눈다. 나잇값을 매길 때는 인생의 8단계 중 사춘기까지 5단계의 나잇값은 후하게 쳐주지만 성년기 이후의 나잇값은 대체로 야박한 편이다. 따라서 나잇값이란 의미는 나이에는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내 나이에 맞는 모습이란 무엇일까?’이런 의문을 가끔 한번 씩 가지면서 살아가게 된다. 누구나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가질 때가 있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이 가지는 이런 마음이 남들이 나이에 걸맞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을 때 비난하면서 값을 매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나잇값이다. 이럴 때 매기는 값은 조금 부정적인 시각에서 매기는 값으로 공정한 값이 주어지지 않는다. 친구나 직장동료가 매기는 값은 다소 호의적이나 사회에서 일반인 연소자가 매기는 값은 아주 가혹하고 박하다. 이런 값을 정상적인 값처럼 치부하며 사회에 유통시키는 일은 참으로 위험하다. 가장 정직한 값은 자기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며 본인이 직접 매긴 값이다.
어른값은 옛날에는 예절과 법도로 주로 매겼다면 오늘날은 지갑의 인심을 통하여 많이 매긴다. 지갑의 인심이 후한지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되다 보니 진정한 값이 왜곡되어 평가받기도 한다. 이런 사회현상이 점점 가정의 부모 자식 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런 현상 때문인지 이웃집 할머니는 요즘 며느리 때문에 시어머니가 더 시집살이하는 세상이라고 하소연이다. 시어머니 쪽이 오히려 며느리 눈치를 살피며 비위를 맞추어야 한단다. 며느리 생일날은 꽃다발과 용돈을 보내 주어야 하고, 며느리가 출산하면 시설 좋은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잘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맛있는 반찬이라도 생길 때면 며느리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아야 배려 깊은 어른 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방문하는 것은 귀찮아하고 실속만 챙기기를 좋아하는 심리로 어른값을 매긴다. 그래서 ‘시어머니 값’ 하기도 그리 쉽지 않고 달라진 세상사가 야속해서 하시는 말씀인 것 같다.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지갑도 수시로 열어야 어른값 한다니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요즘 세태에 시부모의 어른값 제대로 하기는 며느리의 시집살이만큼이나 어렵다는 소리로 들린다.
요즘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 어른값 하는 법이 눈길을 끈다. 즉 “어른 대접받으려면 입은 닫고 지갑만 잘 열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돈다. 어르신들의 어른값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현실을 잘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여러분은 이런 말에 어느 정도 동의 하시나요?’ 이런 말은 나에겐 생소하게 들리며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 까닭은 실제로 어른값은 하지 말고 물주 노릇만 하는 뒷방 늙은이로 있으라는 소리가 아닌가? ‘그 자체가 푸대접인데 무슨 대접을 받는다는 것인지 원!’ 무슨 값이든 값을 매기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속만 챙기면 되니까 그 방법이 좋을 수도 있다. 하나 이는 세상사 공정한 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과 주장은 나만의 착각일까? 어르신 물주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따라야 그게 진정 어른값 쳐주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오늘날 나잇값은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로 매긴 값이다. 나잇값을 제대로 해낸 사람에게는 값을 쳐주지 않는다. 유독 나잇값을 서툴게 한 사람만을 골라내어 값을 매기는 아주 고약한 값이다. 반면 어른값은 처신이나 결과에 따라 비교적 후한 값을 매겨 주며 칭송을 보내기도 한다. 잘못에 대해서도 점잖게 질타하는 품격 있는 값이다
나잇값은 사람의 마음처럼 유동적이다. 행위자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의 변화에 따라 그 값은 얼마든지 달리 매겨진다. 이에 반해 어른값은 쉬이 변하지 않고 품격이 숨어있는 예스러운 값이다. 참된 어른은 어른값을 제대로 하기 위해 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애쓰기 때문이다. 나이 든 만큼 남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는 나잇값 하기는 무척 어렵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정이나 사회에서 나잇값과 어른값 하기는 더욱 어렵다. 감당해야 할 몫은 커지지만 그에 반해 인격과 경제력 등 여러 조건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럴지라도 이런 일에 속상해하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 한다. 어디든 한 가지 비법은 늘 숨어 있는 법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비워내고 살아온 세월의 연륜만큼 마음 농사를 잘 지으면 된다. 그런 연후에 가정과 사회에 훈훈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참된 나잇값은 잘 숙성된 포도주의 그윽한 향기와 같은 모습에서 찾을 수 있고, 어른값은 고목에 핀 매화꽃 같은 고매한 모습에서 우러나온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2016.7.3.)
첫댓글 나잇값을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나잇값이 더 나가야 하므로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도 나잇값을 하도록 노력은 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나이에 맞는 모습? 옳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 집니다. 아랫 사람일때가 편했나 싶네요. 변화된 세상엔 변화된 삶을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우리 모두 훈훈한 향기를 풍기는 마음농사 한 번 잘 지어봅시다. 공감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주제 파악이 제대로 된 듯 합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기 힘듭니다만 마음을 비우고 잘 숙성된 포도주의 그윽한 향, 이른 봄 고목에 피어난 매화의 모습을 지닌 어른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학적 발달이론 8단계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연륜에 따른 나이 값은 성숙한 포도주 향이요, 어른값은 고매한 매화 곷의 모습이라는 비유가 그럴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이값이나 어른값은 그만의 삶이라.누구도 싶게 말하기 힘든 일 입니다. 정도를 가지고 올 곧게 살아가는 것이 무한의 값이 있다고 생각됩니다.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