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초대전
나이스 샷!
한상윤의 작업은 현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인상적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해학과 풍자, 은유, 희화, 그리고 비판이라는 팝아트의 어법을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제시한다.
글 : 신항섭(미술평론가)
[2010. 10. 6 - 10. 16 장은선 갤러리]
[장은선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66-11 T.02-730-3533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galleryjang.com
한상윤의 작업은 현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인상적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해학과 풍자, 은유, 희화, 그리고 비판이라는 팝아트의 어법을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제시한다. 슈퍼맨을 연상케 하는 붉은 망토를 걸친 돼지는 그가 창안한 캐릭터이다. 돼지는 현실에서 여러 이미지로 해석된다. 지능이 낮고 그저 먹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돼지는 탐욕의 상징임과 동시에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돼지저금통이나 금 돼지는 갈망하는 부에 대한 상징이다. 이처럼 의인화된 돼지는 은유라는 방식으로 우리의 현실상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을 통찰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숨김으로써 횡간을 읽는 짜릿한 지적 쾌감을 맛보게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부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돼지는 황금만능주의로 치닫는 현실상에 대한 희화적인 캐릭터인 셈이다.
만개한 꽃으로 장식하고 있는 배경은 희희낙락한 행복한 돼지를 뒷받침하는 정서적인 표현이다. 명품으로 치장한 돼지는 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임과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대인의 이중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루이비통 상표는 부의 상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상표가 되어 있기도 하다. 그 과정이야 어찌됐든 짝퉁으로 대중화되어버린 루이비통이야말로 대량생산에 의한 대량 소비사회의 단면을 명쾌히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루이비통은 어느새 팝아트의 전령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팝아트 회화가 맹목적으로 서구미학 및 그 방법을 그대로 좇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각과 과감히 절연을 선언한다. 다시 말해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팝아트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 그러기에 유채나 아크릴이 아닌 분채를 사용한다. 재료의 차이에 따른 시각적인 이미지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재료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는 한국적인 팝아트를 지향하는 데 따른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나이스 샷(비통맨)72X80.장지분채수묵.2010.한상윤
나이스샷(비통맨의환희)65X83호.장지분채수묵.2010.한상윤
앞으로,,앞으로(비통맨),90X90,장지에분채수묵,2010,한상윤[1].
돼지라는 이미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물론 한자문화권에서 부의 상징인 돼지야말로 누구에게나 친근한 존재임과 동시에 대중적인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에다 현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보편화된 이미지, 즉 슈퍼맨의 망토와 루이비통 상표를 결합함으로써 현실을 반영하는 풍자적인 캐릭터로 완성된 것이다. 그의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는 긍정의 효과를 지닌다. 비록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희화된 캐릭터는 우리에게 웃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시선이야 어찌됐든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현대 젊은이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그저 경쾌하고 유쾌한 감정을 유발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꽃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구성은 밝고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꿈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 안에 숨겨진 비판적인 시각은 결코 심각하지도 않을뿐더러 공격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긍정의 시각이야말로 모든 대중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