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 언론]
●전하, 밝은 눈치가 곧 신의 兵法이옵니다!... 병조판서 강신철 상소문
-북쪽 왕의 심기는 터럭 하나도 거스르지 않도록 병졸을 점고하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2026.09.27
#병조판서 신 강신철,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옵니다.
전하, 근래 변방 경계에서 화약 작열탄이 터져 우리 병졸이 크게 다쳤나이다. 터진 자리와 폭발의 크기로 보건대, 북쪽 오랑캐가 우리 강역을 넘어와 묻어 둔 것임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옵니다.
듣자 하니 크게 다친 장수가 혼절했다 깨어나 제 몸보다 먼저 병졸의 안위를 물었다 하여, 조선팔도가 그 용맹을 칭송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갸륵한 일이오나, 신은 이 일을 알려 하지도, 말하지도 않겠나이다.
장수는 병졸을 걱정하나, 신은 오직 전하의 밤잠만 걱정하는 까닭이옵니다.
백성의 칭송이 높아지면 진상을 캐라는 목소리도 높아질 터이니, 그 장수의 용맹이 도리어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두렵사옵니다. 하여 신은 그 장수의 이름도 성도 아무도 모르도록 하겠나이다. 이름 없는 장수가 되면 칭송할 대상도 없어지니, 백성의 입도 저절로 닫힐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옥문을 부수고 보위에 오르신 이래, 용상에 앉아서도 다시 옥에 갇힐까 자나깨나 몸을 떠시는 줄 신이 어찌 모르겠나이까.
저잣거리에는 전하께서 북쪽 선왕에게 백만금을 바친 일이 있다는 소문이 떠도옵니다. 신은 물론 믿지 않사옵니다. 다만 작열탄을 오랑캐 소행이라 발표했다가 북쪽 왕이 성을 내며 "내가 받은 금이 얼마인데"라고 폭로하면, 조선팔도 백성이 적과 내통했다며 들고일어날 것이 아니옵니까.
병졸의 다리 한 짝은 다시 얻을 수 있어도 전하의 밤잠은 다시 얻지 못하옵니다.
하여 신이 엄명을 내리겠나이다. "현장에 얼씬도 말고, 알려고도 말라." 눈 감고 귀 막고 방울을 훔치는 엄이도령(掩耳盜鈴)이 신이 새로 세운 병법이옵니다. 이제 다리 뻗고 편히 주무소서.
더 망극한 일이 있사옵니다. 북쪽 병졸 두 명이 서역의 전장에서 생포되었는데, 하필 우리 조선으로 보내 달라 간청하여 입국하였나이다. 신이 북쪽 왕의 심기를 건드릴까 입단속을 엄히 하였으나, 서역 왕이 이를 만천하에 떠벌렸나이다.
전하의 밤잠을 생각하면 서역 왕의 처사에 기가 막힐 따름이옵니다. 남의 집 사정도 헤아릴 줄 모르니 어찌 큰 나라라 하겠나이까.
신은 변방을 지키다 도망친 도졸(逃卒) 출신이던 전임 판서와는 다르옵니다. 신은 대장군 출신이옵니다.
다만 병법과 무예로 오른 것은 아니옵니다. 최전방에서도 도성 확장으로 헐린 집주인을 대신해 기와집을 싼값에 사들여 큰돈을 벌었던 사람이옵니다. 변방에서 창만 들고 서 있을 신이 아니었사옵니다. 그 밝은 눈치가 곧 신의 병법이옵니다.
전하, 신은 오로지 충성으로 전하의 근심을 헤아려 군사를 움직이겠나이다.
북쪽 왕의 심기는 터럭 하나도 거스르지 않도록 병졸을 점고하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려 두겠나이다. 신이 병조판서로 있는 한, 변방의 병졸들은 감히 북쪽은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오니 아무 걱정 마소서.
적이 쏘면 못 본 척하고, 적이 묻으면 못 들은 척하며, 눈길마저 남쪽으로 돌리도록 하겠나이다.
신 병조판서 강신철 성황성공(誠惶誠恐) 돈수백배(頓首百拜)하며 아뢰나이다.
兵曹判書 臣姜信哲 誠惶誠恐 頓首百拜 上疏
殿下, 近者邊境 火藥炸彈爆發 戍卒重傷. 觀其地與勢, 必北虜越我疆所埋. 聞重傷之將, 昏絶而甦, 先問士卒安否, 而後及其身, 八道之民, 稱其勇不已. 誠可嘉也, 然臣不欲知, 亦不敢言. 將憂士卒, 臣獨憂殿下之寢.
民譽愈高, 則求眞之聲愈厚, 臣恐其勇反擾聖心. 臣當使其將之名與姓, 人莫得而知. 將無名則譽無所歸, 民口自閉.
殿下自破獄門而登寶位, 坐於龍床, 猶寢食恐復下獄, 臣豈不知. 閭巷有傳, 殿下嘗獻百萬金於北虜先王, 臣固不信. 然若指爲虜所爲, 北王怒而曰"吾所受金幾何", 則八道之民必以通敵揭竿矣. 卒之一足可復得, 殿下之寢不可復得.
臣今下嚴令曰, "勿近其地, 勿問其事." 掩耳盜鈴, 乃臣新設之兵法也. 願殿下高枕.
尤可痛者, 北卒二人, 見虜於西域戰場, 乞來我朝. 臣恐拂北王之意, 嚴禁人口, 而西王播之天下. 思殿下不寐, 罔極無已. 人家之事, 尙不能諒, 豈可謂大國乎.
臣非逃卒出身之前判書比也. 臣出大將, 然非以兵法武藝, 乃以邊上買瓦屋於拆遷之主, 賤價而致巨富. 豈徒持戈守邊者哉. 其明於機察, 卽臣之兵法也.
臣惟以忠, 察殿下之憂, 不逆北王之意, 點閱士卒, 下令如霜. 臣在兵曹之日, 使邊卒不敢北顧, 願勿憂. 敵射則佯不見, 敵埋則佯不聞, 目且南轉.
臣姜信哲 誠惶誠恐 頓首百拜以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