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리도록 슬픈 새벽에 태어난 빛입니다
올해 초여름은 습도 높은 열기로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동심 같은 열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샘솟듯 흘러 넘쳤기 때문입니다
날이 밝으면 말라버릴 아스팔트 위의 바퀴자국처럼
험한 준령을 넘어 오는 빗소리에 잠 못 이루고는
들을 달려오는 바람소리에 새도록 돌아다니었습니다.
새벽은 때로 절망을 잊게 해 주었고
길은 영겁의 세월이 주어진다는 어렴풋한 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거리에는 눈빛만이 있었습니다.
눈빛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그리운 이 혹은 그리운 눈빛입니다
담을 허물 듯 그렇게 교감하던 밤하늘의 구름과 달이 길을 조명하면서
바닥에다 하얗게 악보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온통 노래로 가득 찼습니다.
당신은 그 곡조로 얘기했습니다.
노래는 나무들 사이에서 꺼지는 듯 켜지던 등처럼 하염없이 계속되었지만
새벽이 가슴 아리는 빛깔로 우리네 손바닥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새벽인지도 모르지만
꼭꼭 숨어 가슴만 뜯으며 부를 노래인지도 모르지만
그 슬픈 노래는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슬픔은 우리의 것입니다.
슬픔은 호흡하는 모두가 마시는 공기입니다.
한 몸처럼 눈물 흘리는 해를 찾지도 못 하고 주변인들의 눈을 피해야 하는 모두가
도처에 번득이는 살기에 피할 겨를 없이 상처입고 비틀거리는 모두가
따순 체온으로 얼싸안을 때
사라졌던 새벽이 생명처럼 찾아올 것입니다.
그 새벽은 그리운 당신입니다.
당신은 찬연히 빛나는 새벽 혹은 나의 슬픔입니다.
올 여름은 습도 높은 열기로 왔습니다만 나는 느끼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 곳을 스치며 지나는 희미한 빛은 보았습니다.
그 빛은 눈부신 빛다발이 되어 폭발하였습니다.
운명처럼 그 빛을 가슴 가득 품은 이는 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빛을 두려워하는 가 봅니다.
빛은 슬픔입니다.
슬픔은 살아있음의 증거이며 또한 사랑함의 동의어입니다
슬픔은 새벽이 되어야 생명을 받고
생명은 새벽에 빛으로 태어납니다.
그렇게 태어난 모든 빛은 당신입니다.
당신은 아리도록 슬픈 새벽에 태어난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