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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스마트폰
“어디다 닦아? 내 얼굴이 걸레야?”
도치씨는 손가락에서 떨어질 듯 흘러내린 우아영의 가래침을 자신의 뺨에 문질러 닦는 이감독에게 욕을 퍼부었다.
“아! 씨발. 진짜 때려죽이고 싶네.”
이감독이 귀여운 아이 다루듯 도치씨의 뺨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지꺼 돌려주는데 뭐? 잘못됐남?”
“미치고 팔짝 뛰겠네. 침 튀잖아!”
이감독의 입에서 침이 튀어 얼굴에 스프레이 하듯 내려앉았지만 도치씨는 쥐난 몸으로 꼼짝할 수 없었다. 평소 하루에 세 번 얼굴 세탁하던 도치씨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쥐만 나지 않았으면 63k를 75k인 도치씨가 배만 한번 툭 튕겨도 나가떨어졌을 텐데. 얼굴만 이리저리 돌려 이감독의 입에서 낙하하는 불순물을 피하려고 용을 쓰자니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악만 받쳤다.
“아! 씨발 침 튄다니까. 침!”
허지만 이감독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토를 참으려는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꾸욱! 꾸우욱!”
당장 밀쳐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내장에서 쏟아져 나온 이감독의 배설물을 뒤집어 쓸 판인데도 피할 방책이 없는 도치씨는 자신도 모르게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소리쳤다.
“옥황상제님! 이놈도 좀 데려가주세요. 나머지 잔금 얼릉 갚을께요.”
두 여자가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옥황상제라 캤냐?”
“잔금 갚는대? 아영언니 도치형부 돈 빌려 줬지? 얼마야? 나한텐 오만원도 없다면서. 사람 차별 했네?”
이감독이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도치씨한테 낚시친구 새로 생겼남? 이 놈이 보기하고 영 딴판이네?”
세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손쓰지 못하는 도치씨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산화할 지경이었다. 전신 쥐를 처음 경험한 도치씨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에 이만 부드득 갈았다.
날아다니는 파리도 맨손으로 낚아채는 도치씨다.
파리뿐만 아니다. 도치씨의 기민함은 물속에서도 마찬가지 위력이 있다. 날자는 정확하지 않지만 언젠가 갯바위에서 낚시할 때였다.
허리에 앞돌려 착용한 파우치백 지퍼가 열린 줄 모르고 상체를 굽히다, 우아영의 스마트폰이 바다로 퐁당 빠졌다. 파우치백에서 스마트폰이 빠져 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도치씨는 서 있던 그자세로 다이빙했다. 도치씨가 다이빙한 후에야 스마트폰이 물속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우아영이 알아차렸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잠수했던 도치씨가 스마트폰을 왼손에 들고 수면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어머머! 도치오빠 쨔잉야!”
우아영은 수면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씽긋 웃는 도치씨가 너무 고맙고 멋있고 폼나 보이고 좋았다.
다행이 이감독은 간신히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했는지 토는 하지 않았다. 대신 도치씨의 뺨에 문지르고 남은 가래잔해를 도치씨의 턱에 말끔하게 쓱싹쓱싹 닦았다.
두 여자가 동시에 웃었다.
“까르르깔깔 깔깔!”
“오호잉. 오호호잉.”
괴상하게 웃고 난 오진숙이 우아영을 불렀다.
“아영언니.”
“왜 불러?”
“감독님 말처럼 도치형부. 진짜 더럽다? 그치?”
“니가 피했으니까 도치오빠한테 붙었자나? 그리고 내껀데 뭐가 더러워?”
“어머머! 아영언닌?”
“왜? 내꺼라니까 감동 먹었어?”
“어머나! 어머나! 그러지 마세요.”
언제 죽기 살기로 맞붙었나 싶을 정도로.
여름소나기보다 더 짧게.
우아영과 오진숙은 원래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이감독도 도치씨의 몸을 풀어주고 일어섰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회귀했지만 여전히 도치씨는 눌러 붙은 누룽지마냥 갯바위에 퍼질러 들어 누워 있었다.
도치씨야 그러거나 말거나 두 여자가 갑자기 화해한 모습이 보기 좋아 이감독이 말을 붙였다.
“오양아. 그라고 미스우야. 그동안 싸우느라 참으로 고생 많았다. 두 여인의 다정한 모습 다시 보노라니 눈물이 쏟아질라칸다.”
우아영이 말했다.
“또 눈물이에요? 그 놈의 눈물은 한 번도 흐르지 않던데 삐딱하면 쏟아지려고 해요?”
“아야. 미스우야! 밥이 있건 없건 밥솥을 보고 뭐라 그러냐?”
오진숙이 통통 튀었다.
“밥솥요!”
“그 봐. 밥솥에 밥이 있거나 말거나 밥솥은 밥솥 아니냐? 내 눈물도 마찬가지란다.”
“감독님은 못 말려!”
“그래도 싸움 그치니 얼마나 깨끗하냐?”
“싸움이 무슨 소나기에요? 그치자 깨끗하게? 그리고 우리가 언제 싸웠어요?”
“뭐라? 그럼 그게 전쟁이었냐?”
우아영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나 저나 도치오빨 어떡했기에 저러고 있어요? 최면걸었어요?”
죽은 듯 늘어진 체 오만 인상을 쓰고 있는 도치씨를 힐끔 쳐다 본 이감독이 대수롭잖게 말했다.
“냅둬라. 두 다리 짐승이 쥐 날 땐, 때가 이르러야 기상하는 법이다.”
난리 통에 굴러가 갯바위 끝에 아슬아슬 걸려 있는 랜턴을 집어 들고 돌아오는 오진숙을 향해 우아영이 말했다.
“얘! 감독님 좀 비춰봐라. 감독님이 이상해!”
첫댓글 씹어 삼킬듯했던 아영과 진숙의 화해하는 모습이
역시 친한 사이 맞군요..읽는 독자의 한사람도 보기 좋슴니다.
고맙습니다.
여자들 싸움은 그게 그거라지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두남자의 업지락 하는 동한 두여자들의 화해가 보기좋슴니다.
역시 평화가 좋죠?
평화가 이렇게 좋은데 글쎄 이북에서는 왜 저럴까요?
핵 미사일 없애고 두손들고 나오면 참 좋을텐데.....ㅋㅋㅋ
해본 소립니다...꾸뻑
바다에 빠진 스마트폰 껀지려고
물속에 잠수하는 모습에 반해 버린지도 모르겠슴니다.
스마트폰 값이 만만찮은데 그럴 건져 줬으니 안그러겟어요?...ㅋㅋㅋ
고운 새벽이네요
죽인다고 으르렁대던 두여인 이감독과 도치의 몸싸움으로
정녕 화해 되고 말았군요.
ㅎ
싸움이 끝나 서운하세요?...ㅋㅋㅋㅋ
오늘도 멋진 연휴 끝날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