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주가는 연일 올라가고 있지만 일본 경제 부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11일(2024년 1월)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2월 하순 이후 34년 만에 35,000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래일 6일 연속으로 최고치를 이어가다 이틀 동안 소폭 하락한 양상입니다. 그래도 일본 주가는 35,000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때문인지 일본 증시는 1989년 말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38,915를 올해 안에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섞인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증시가 이렇게 호황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소액투자 비과세제도와 엔화 약세에 따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증시가 호황이면 일본 경제의 표정이 밝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바로 일본의 경제 벌크 즉 일본의 경제규모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는 일본 증시와는 달리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 GDP는 55년 만에 독일에 밀리고 있습니다. 세계 3위국가에서 4위로 한단계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때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경제력이 강한 세계 2위국가였습니다. 그러다가 3위로 내려 앉더니 이제는 4위로 떨어지게 생겼습니다. 일본 경제관련 부처의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큰 비중으로 일본이 처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00~2022년 실질성장률에서 독일은 1.2%였지만 일본은 0.7%에 그쳤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성장세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일본 기업이 국내 투자를 축소하는 것과 내수가 부진하는 것을 꼽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 일본의 1인당 GDP가 2022년 기준으로 G7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일본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닙니다. 일본정부의 대변인이라는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경제는 버블 붕괴 이후 장기적 디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부진하고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일본 경제의 몰락을 자인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방장관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앞으로 비용 절감형 경제에서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활발한 투자가 견인하는 성장형 경제로 변혁을 이루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그다지 흡족하게 정부의 발표를 받아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특히 미중 갈등과 미국의 대선 그리고 대만 정세를 포함한 국제적인 안보 상황이 일본에게 그다지 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의 임금 인상률과 일본 은행의 금융완화 유지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일본인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는 이유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올 한해 전망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갈수록 하락하는 일본 총리 기시다의 지지율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 최근 일본인들의 일본 탈출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을 벗어나려는 일본인들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수한 언론인 아시히 신문은 내가 일본을 떠난 이유라는 기사에서 일본에서 해외로 이민간 자국민들의 뒷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속에 캐나다로 간 여성과 호주로 이민을 떠난 남성들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일본에 희망과 비전이 있었다면 이민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일본을 떠나는 이민족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후 이민행렬이 급증했지만 그 추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최근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인 2023년 해외에서 영주권을 받은 일본인이 전년인 2022년보다 3%이상 늘어난 57만여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민을 감행하는 일본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빈번한 자연재해와 경제에 대한 불안감때문입니다. 얼마전 일본 노토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일본에서 지진과 화산폭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몇십년 안에 일본이 태평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본인들을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리미리 일본을 벗어나 자연재해에 상대적으로 덜 괴롭힘을 당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 일본인들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다음은 위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은 경제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일본에서 더이상 희망과 비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꿈이 없다고 느끼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일본의 상황이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일본의 경제 침체기를 답습하려는 그런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금 제대로 한국의 경제 현실을 파악하고 적절한 처방전을 내놓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상당합니다. 일본의 상황을 제대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런 과정속에 한국 경제의 방향을 찾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물론이고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혹독한 경제 시련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지금 한국의 경제 현실이기도 합니다.
2024년 1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