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김포에 가서 초등학교 동기생을 만났더니 완전 촌노가 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45년전 그가 마삼에서 자전거포를 할 때 만난 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년전 함양아파트에서 가스 누설로 중독되어 쓰러져 겨우 생명을 건졌는데
그 이후로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됐다고 한다.
수염도 귀찮아 깎지 않고 기르고 있다는데 마치 산신령 같아 보였다.
수염이 없으면 남자가 아니듯이 수염은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 법관들이 아직도 가발을 쓰는 것과도 일맥상통 한다.
나는 수염이 많은 편은 아니나 모처럼 외출을 하려면 면도를 해야 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일년에 여행을 몇번 다녀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면도기를 가져와 잘 썼는데
한 3년 지나니 그것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며칠전 책상 서랍을 뒤지니 전기 면도기가 눈에 띄었다.
배 탈 때 배가 항구에 입항하여 잠시 상륙할 때 면도할 시간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샀던 것이다.
면도날을 사용해서 면도를 하게 되면 비눗물을 묻혀야 하고 또 세수를 해야되니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건전지 2개가 들어가는 휴대용 전기면도기를 샀던 것이다.
스위치만 켜면 '윙'하는 소리가 나면서 수염이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수염이 많지 않으니 1~2분이면 족하다.
그런데 한가지 단점은 웃자란 수염은 깎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길이가 너무 커서 굽어져 있어
면도날이 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거울을 보면서 가위로 잘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