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어가는가 익어가는가
김 난 석
늙어간다는 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말한다.
전성기를 지나 쇠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익어간다는 건 열매나 씨가 여물어간다는 걸 말하기도 하고
자주 경험하여 서투르지 않게 되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늙어가는가? 아니면 익어가는가?
나이가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전성기가 지나면 쇠퇴기가 온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 법칙인 한
거기서 빠져나올 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늙어가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나는 익어가는가?
마음의 의지는 순방향으로만 진행하는 건 아니다.
여물다 말다 여물다 말다를 반복하기 때문이요
익숙해지고 서툴러지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늙어갈 뿐이지 익어간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누가 나에게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고마우랴.
세상이 왜 있느냐고 자문해보자.
더 크게는 우주가 왜 있느냐고 자문해보자.
답이 있긴 있는 건가?
누가 답을 해줄까?
없다.
유신론자들은 신이 창조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왜 있는가? 어디서 왔는가?
이것도 유신론자들은 신이 창조했다고 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이 세상이 나타나면서
나도 곁들여 탄생된 것이다.
결국 세상이 나타난 원인은 그 원인의 원인이 없는 제1원인에 의한 것이요
내가 탄생됨으로 인해 세상이 더불어 펼쳐진 것뿐이다.
그러기에 세존은 태어나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 이라 했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탄생을 피투(被投)라 하고, 살아가는 건 기투(企投)라 했다.
비록 이 세상과 나를 누가 어떤 의도로 탄생시켰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가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늙어가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비록 세월에 실려 가더라도 스스로 늙어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이데거도 기투(企投)라 하지 않았던가.
늙음을 말하지 말자.
노인이나 할아버지란 말도 하지 말자.
깨끗이 씻고 향수도 뿌리자.
단정하게 입고 유행도 따르자.
고리타분한 옛날식 다방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고
“아이구우 팔 다리 허리야” 하는 소리도 하지 말자.
걷자, 걷자.
산도 오르고 들길도 걷고
인사동 갤러리에도 들려보고 음악회에도 가보자.
무슨 소문이 났는지 거기도 가보고
걷기방에도 들여다보고 역탐방에도 들여다보고
삶의 이야기방에도 들여다보자.
“짜증나고 아픈 걸 어쩌랴.” 고 물으시려는가?
그건 나도 모른다.
나도 팔 다리 허리가 아프다.
오늘은 아름다운 동행 걷기행사에 나서보기로 했다.
지하철 양재역 9번 출구에서 나오려니 초심남님이 툭 친다.
"오늘의 대장님이 아니신가?"
반갑게 인사하고 광장으로 올라가니 반가운 분들도 와있다.
소띠의 계룡님, 늘푸름님, 위스키님, 솔지오님, 미션님...
바다의 물결님을 툭 치고 인사 나눴다. 나의 5년 선배인 범띠시다.
누가 툭 친다..
아, 카페지기 공무님이시다.
내가 또 툭 쳤다, 오늘 걷기의 후미 담당 청담골님이시다.
걸었다. 걸었다기보다 빡센 산행이었다고 해야겠다.
허만수님을 만나고 헐떡헐떡...
앞으론 스틱을 가지고 나오란다.
이렇게 빡셀 줄 누가 알았나?
이제 평지다.
한참 걷다가 잔디밭에서 쉬어갔다.
초심남님이 여님들 자리를 권하면서 앉으라 하더라.
남녀칠세부동석인데 앉아도 될까? 망설이다가 앉았다.
이것저것 먹을 것도 많더라.
밥상 차려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청담골님이 브라질에서 가져온 거라면서 땅콩 두 개 주더라.
위스키님이 아버지 건빵도 주더라.
허만수님이 강원도 고구마도 주더라.
미션님이 무지개케익도 주더라.
나는 손이 부끄러워져서청담골, 미션, 위스키님에게 대표로
캘리포니아에서 사온 초콜렛 하나씩 드렸다.
또 걸었다.
걷다가 장원님과 세화님을 만났다.
그런데 두 분 나와 양띠 갑장이시더라.
조금 더 걸으려니 누가 또 툭 친다.
임오생 다산님이셨다.
다리 아파 쉬어가려니 누가 자리를 내주더라.
마스크를 내려보니 갑오생 시골바다님이었다.
걷다가 다리를 건너 쉬어가려니 포즈를 취해보란다.
정해생 꿀굴님이었다.
그래서 기념사진도 한 장 찰칵 했다.
점심 먹으면서 생각하기를
나의 선배 바다의 물결님과 다산님을 모시고 호프집에 갈까 했다.
그런데 점심 뒤에 찾아보니 다산님이 안 보이더라.
바다의 물결님만이라도 호프집에 모시고 가려니
배가 불러서 안 가신단다.
그것 참!!
나는 늙어가는가? 익어가는가?
집에 들어와 사워를 하노라니
마음은 흐뭇하나 팔다리허리가 아프기만 하니
이걸 무어라 해야 하나?
* 포스팅은 필자가 아니라 오늘의 대장 초심남 님이다.
(꿀굴님 촬영)
첫댓글 걷기의 즐거움만큼
난석님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샤워후
대자로 누워계시면 행복하실겁니다
네에 고맙습니다.
노곤하네요.
잼난후기글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네에 고마워요.
봄철엔 땅도 얼은게 풀리면서 길이 미끄러우니 스틱을 준비해서 가는게 조습니다
이까짓거하다 넘어지면 큰일을 당하십니다 어련히 알아서 하시갯지만 주제넘게 조언한거같습니다
이해하십시요
주제넘다니요.
이젠 평지에서도 스틱을 가지고 걸으리라고 맘먹었는걸요.
오랫만에 만나서 반가웠읍니다. 멋진 후기글까지 써주셔서 잘읽었읍니다.그저 나이먹어가는것하고 익어가는것하고 따지지 말고 자연의섭리따라 세월에 순응하고 남한테 절대로 피해주지말고 담담하게 그리고 즐겁게 주어진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것이 장땡(?)아니겠읍니까? 그런데 여자는 남편이 먼저 세상떠나면 오히려 15%건강해진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그 반대로 죽을지경인것같습니다.ㅎㅎ
다 맞는 말씀입니다.
환경이야 저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선배님은 건재하신거 같습니다.
기회되면 또 뵈어요.
난석 선배님 삶이야기방으로
시작 오프라인 걷기방. 안전기원제
에서 자주뵙습니다.
오늘 조금 가파른 언덕
선배님 힘드셨지만
건강에 살짝 도움을 주셨을 꺼에요
후기글 재미납니다
다음 길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초심남님과 함께 수고하시는 모습 잘봤어요.
덕분에 여러회원들이 호강 했지요.
수고했어요.^^
선배님 오랫만에 뵈어 더욱 많이 반가웠습니다
늘~건안하시길 기원 합니다~~
네에 기회되면 또 봐요.
노년은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 빛나는 별입니다.
회광반조 (回光返照)와 같이
찬란한 순간으로 영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이번 걷기는 조금 힘드셨죠 평길 인줄
알았는데 산길 약간
있어서 모두들 별일
없이 즐겁게 다녔지요
수고 하셨습니다
네에 그 무리 중에 계셨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