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남북 대화 거론이 불편한 일이 되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 감 없는 사람'이 되고 친북.종북주의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남북 대화를 말한는 것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안보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남북 대화는 우리에게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8.15 통일 독트린에서 '대화협의체'를 제안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현시점에서 남북 대화 필요성은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반통일 정책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남과북을 '교전 중 2국가 관계'로 살정하고 '통일 폐기'를 선언했다.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법.제도 정비와 대남 적개심 고취 및 철도.도로를 비롯한 연결고리 차단에 주력해왔다.
우리의 수해 복구 지원과 대화 제안을 묵살하고 오히려 전쟁 운운하며 겁박했다.
대한민국과 철천지원수로 자내겠다는 것이다.
남북의 적대관계가 심화할수록 체제 결속과 독재정권 유지 및 대외전략에 유리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인류 문명사는 대결과 전쟁보다는 통합과 화해를 지향하며 발전해 왔다.
역사의 정방향에 서 있는 우리가 '대화'를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명분에서 앞설 뿐 아니라 김정은의 반역사적 행태를 제압하는 방안도 도리 수 있다.
둘쨰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하는 측면이다.
한반도의 정세는 예측 불가의 두 스트롱맨 리더십 간 직접 거래로 크게 요동칠 공산이 커졌다.
초기에 어느 정도의 기싸움과 숨고르기는 있겠지만 머지않아 이른바 '통미봉남'의 상황이 연출될 위험성이 있다.
트럼프가 당장 평양을 찾아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평화 지도자가 되겠다는 트럼프의 과시욕과
이를 이용하는 김정은의 꼼수가 맞아떨어져 엉뚱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한,미 간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이 급선부이다.
윤사거열.트럼프 사이 케미를맞추고 정책 실무자들 간 김정은을 다루어나갈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해 나가자는 얘기다.
셋쨰는, 남북 현안 해결을 위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5년여 동안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한 '주장'과 '맞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증오와 불신을 키워왔다.
한반도에서 긴장과 위기는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양측이 직접 만나 상대의 뜻을 확인하고 접점을 모색할 떄가 되었다.
그래야 상호 오해로 인한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안인 핵문제와 쓰레기 오물 풍선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안보 목표를 상취하기 위한 대북 전략에는 세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일단 접어둔다면, 압박과 무시와 대화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합하여 북한을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떄로는 대화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대화를 시도한다.
윤석열 정부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두환 정부는 아웅산 테러 직후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 제의를 과감히 수용하고 특사단 교환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함정 간 충돌과 북한의 고사총 발사 등 험악한 상황에서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변환점을 돌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로 한반도 안보정세의 유동성이 심화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이러한 안보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우리의 전략적 입지를 다지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그림 안에는 남북 대화도 포함되어야 한다. 김호홍 동국대 행정대학원 안보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