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아,
보름 넘게 밤길을 달려봤지만 아직 내가 보고 싶은 밤하늘은 못 만났다.
새색시처럼 좀 더 뜸을 들여야 그 모습을 보여줄 모양이야.
혹시 이런 거 궁금하게 생각해 본 적 있나?
성경이나 불경이나 논어를 읽어보면 또는 아테네의 철학자들까지도 그 제자들이 무언가를 물어보면 아무 망설임도 없이 즉석에서 명답들을 해주는 것에 대해 말이야.
누군가 내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질문을 해올 때 보통 나는,
'잘 모르겠네요. 한번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말해주거든.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그분들은 모든 삶의 종류를 살아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나는 이과생답게(?) 그분들은 그분들만의 방정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은 사랑방정식
부처님은 자비방정식
노자님은 자연방정식
공자님은 인의예지방정식 등등.
언제든 누구에게서든 질문이나 의문을 받아 대입하면 척척 답이 풀어져 나오는 그런 방정식 말이야.
일차 이차 고차방정식처럼 여러 개의 방정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딱 하나, 삶을 관통하고 통찰하는 그런 간단하면서도 유일한 방정식 말이야.
젊어서는 나도 그런 방정식 하나 가지고 싶어 부단히 그분들의 방정식들에 대입해 보고 답을 찾으며 나의 방정식을 만들려고 용을 썼었지.
그래서 나대로의 방정식을 하나 만들었었다.
ㅎㅎ 그 이름은,
안으로 마음공부 밖으로 사랑공부 방정식.
그분들 방정식을 모방한 것이라 물론 답이 찾아지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미완성 방정식이라 풀리지 않는 답들도 많이 쌓였었다.
미완의 방정식을 가지고도 나름 재미있게 살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며 그간 애써오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사십 년 담배인연까지 끊고 아침저녁으로 동네 산책을 다니던 두어해 전이었다.
동이 틀 때와 해질 무렵에 듣는 유튜브 인문학 강의가 재미있어 늘 이어폰으로 들으며 걷곤 했는데,
섭아 니는 법상이라는 스님 법명 들어본 적 있나?
즉문즉설로 유명하신 법륜스님의 동문수학 사제라는 젊은(50대 초반) 스님인데 그분의 설법을 듣다가 문득 모든 방정식들이 하나의 달을 가리키고 있었구나 하는 각성에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으로 숨을 달래며 떨리던 몸을 진정시킨 적이 있었다.
왜 청담스님이 그렇게 잃어버린 나를 찾으라 하셨는지,
왜 우리 안에 천국이 있다고 하느님이 말씀하셨는지,
왜 최제우 선생이 인내천이라 하셨는지,
왜 부처님이 일체유심조라 하셨는지,
노자의 말씀과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그 말씀, 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해주셨던 한 우물을 파다 보면 그 끝에 도가 있다는 그 말씀까지...
모든 말씀들이 다 한 말씀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그 모든 방정식들이 하나의 '참나방정식'이었다는 것을...
첫댓글 참 많이도 방황하신 것같네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말도 있지만
마음의 길은 복잡하고도 단순한 것 같습니다.
어느 스님은 이 뭣고 하다가 아바타를 보면 모든게 풀린다고 하던데
세상을 바짝 들여다보다가도
한발 물러서서 나 자신까지 객관화하면서 들여다보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늘 화두처럼 품고는 살았지만 그로 인해 방황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삐 살다가 한번씩 되새겨 볼 정도였어요.
뒤죽박죽 복잡하게 엉켜있었는데
길 오고가다 보니 요즘 단순해져서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자리님ㅡ
이미 보여 줄 것 전부 보여주신
기성 성인들의 말씀에 답을 찾으시니
꿈 많은 청년으로 현장을 누비시는 건강한 분이십니다.
풋내나는 새싹이 향기나는 꽃으로 자라나서
맛잇는 과실이 주렁주렁 달리기를 바라며
저는 '하부지'하는 애교 떠는 세살 짜리 손녀에게
맛있는거 대접해 주고 대차게 귀여움 받고 있답니다 ㅡㅋ
행복하십시요,
저도 손주들 재롱 보고 싶은데... 아들 딸 둘 다 결혼 생각이 없네요.
제 철 과일이 건강에 좋듯, 제 때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느끼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일 겁니다.
주변이 어두컴컴해지니 석양빛같기도 하구요.
강물에 비친 석양빛의 음영이 예술이예요.
사진 잘 찍으시네요👍
저 빛을 보고 있노라면 참나를 찾는 방정식을
생각 할 수밖에 없을 것같아서요.
인생은 미완성 이란 노래가 있잖아요.
미완의 세계를 우리가 행복으로 개척해가는게
우리네 인생사 같기도하구요.
지극히 작은 일에 감사하며 행복의 지름길로 가기로해요.
셀 수 없는 별 중에 지구별에, 수많은 생명들 중에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건이고 복인지 요즘에야 절실히 느끼며 삽니다.
오감으로 느껴보는 세상 소풍, 행복하게 즐기며 살아가야지요.
참 나를 찾아 가는 길,
먼 길을 찾아 나섰다가 본래의 나로 돌아 오는 길,
나만울 알면, 진정한 나를 알 수가 없지요.
끊임없는 질문에 많은 답이 아니라
한 길을 걸어서 얻는 답이 하나로 가는 길
그길이 지름길이든 둘레길이든,,,
참 나를 진공묘유라는 말로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편히 닿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냥' 웃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방정식"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리가 "띵"
마음자리님의 재치 있으신 글
읽고나면 늘 여운이 남습니다 그래서 한번더 읽어보게 됨이 좋습니다
그리고
사진 참으로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 늘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조심하세요
이번
아르메니아(전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를 공인한 나라)
코드비랍 수도원을 가면서
구름속에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 아라랏산의 모습이랍니다 (모습이 일본의 후지산과 흡사한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르메니아, 터키 가까이 있는 나라 정도로만 알고있었는데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나라였군요.
산에서 백두산처럼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ㅎㅎ.예
공부는 끝이 없는 길이라 생각하는데..
마음자리님은
기원전 500년 전후에 이름을 날리셨던 현자들 마음
이제 알게 되셨으니 흐믓하시겠습니다..모쪼록 편안한 밤 되소서...
어떻게 그 시절에 그런 현자들이 줄지어 나타나셨는지... 기이한 일들이 많기도 합니다. ㅎ
저는 마음자리님의 글 중에서 미완성 방정식이 제일
마음에 와 닿습니다 .
마음공부, 사랑공부 또 죽음 이후에 관한 모든것들이
끝이 없는 미완성이라는 생각입니다 .
밤하늘에 별이 엄청 아름다운곳이라는곳에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
Death vallley Nationlal Park.
마음자리님도 만나고 싶은 밤 하늘을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
사진 분위기가 비슷한가요?
석양과 호수는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더 낫습니다.
두어해 전 모하비 사막 부근의 Death Valley 부근에 갔다가 찍은 사진 하나 남깁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저도 수학이 제일 처진 과목인데 어떻게 공학도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