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파엘 나달
그저께 열린 ATP250 대회인 노르디아 오픈 결승에서, 나달은 랭킹 51위의 누노 보르게스 선수에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나달은 결승에서는 맥없이 패하긴 했지만, 8강과 4강에서 혈투를 치르고 올라왔고, 격렬한 시합들에도 신체적인 이상 없이 결승까지 대회를 치뤄낸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의 나달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경기력은 실망스럽더군요.
나달의 스트로크는 예전의 클래스를 간간이 보여주는 듯 했지만, 느려진 발이 너무 치명적이더군요.
예전같았으면 쉽게 받았을 것 같은 공을 못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고, 특히 결승에서 보르게스의 드롭샷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습니다.
페더러는 말년에 신체능력의 저하를 서브앤발리로 메꾸었고, 조코비치도 이번 윔블던에서 무릎 수술의 여파를 서브앤발리를 통해 극복하며 결승까지 올랐었죠.
그런데, 나달은 원래부터 서브에서 좋은 평을 받는 선수는 아니다보니, 빅3의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서브앤발리 위주로 플레이스타일을 바꿀수도 없고, 스트로크 위주의 경기를 지속하기에는 느려진 발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회 내내 쉽게 브레이크를 내주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네요.
조만간 열릴 파리 올림픽이 나달의 라스트 댄스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달이 선수생활의 말년에 가장 의미를 부여하는 대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식에서 메달권에 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네요. 오히려, 알카라스와 함께 출전하는 복식이 훨씬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2. 알카라스
윔블던 결승 에측 글을 써볼까하다가, 바쁘기도 했지만, 머릿속에 너무 과감한 예측만이 떠올라서 차마 쓰지는 못했습니다.
'알카라스가 질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겠다', '알카라스가 특별히 난조를 겪지 않는 한 3:0 승리'같은 예측글은 차마 못쓰겠더군요.
저는 과연 작년의 윔블던 우승이 일시적인 좋은 컨디션과 운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윔블던에서 강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낼 것인지를 이번 윔블던 대회의 알카라스에 대한 의의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알카라스는 이를 증명해 냈죠.
알카라스가 비록 작년의 롤랑가로스에서 조코비치에게 근육경련을 일으키며 패배하긴 했지만, 클레이 코트에서 극강의 선수란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죠. 알카라스가 나달-조코비치-즈베레프를 연달아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해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2022 마드리드 오픈도 클레이 코트였습니다.
데뷰 초기부터 클레이와 잔디 코트 모두에서 극강이었던 선수는 제가 아는 한 없네요.
알카라스의 다음 과제는 빠른 하드코트에서의 약점 극복일 것입니다. 작년 윔블던 우승 이후 하드코트 대회들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고, 특히 표면이 좀 빠르다 싶은 곳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브의 강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윔블던에서도 강한 세컨서브, 바디서브의 적극 활용과 같은 전략을 보여줬는데, 하드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됩니다.
하드에서의 약점이 보완된다면 내년의 호주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본격 욕심낼 수 있겠지요. (하드의 야닉시너가 무섭긴 합니다만...)
이번 윔블던 이후 인터뷰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묻는 질문에 대해, 포핸드를 언급하는 걸 보며 놀랐습니다. 서브 같은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 아니라, 이미 역대 최고들과 비교되는 포핸드를 더 개선하겠다는 욕심을 보며 알카라스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어디까지일 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3. 파리 올림픽
파리 올림픽의 우승후보 1순위는, 아무래도 클레이 코트이다보니, 알카라스가 꼽힙니다. 하지만, 3세트 경기이고 수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기에, 알카라스의 우승 가능성은 30%정도로 봅니다.
키키홀릭님은 파리 올림픽의 복병으로 프랑스의 아서 피스 선수를 언급했더군요.
최근의 함부르크 오픈 결승에서 아서 필스는 즈베레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경기에서 아서 피스는 완급조절이고 뭐고 없이 즈베르프를 힘으로 찍어누르더군요.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강타를 내려꽂는 모습이 알카라스를 연상케 했습니다. 성격이 좀 다혈질인 듯 싶던데, 분위기를 타고 홈 관중의 응원까지 받으면 정말로 올림픽에서 사고 한 번 제대로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건 올림픽으로 인해 윔블던과 US 오픈 사이에 재밌는 테니스 이벤트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되었네요.
첫댓글 너무나도 재미나게 한번에 훅 읽었습니다.
1. 오늘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나달이 은퇴를 번복할수도 있다는 제목을
보고서 반가웠는데 이 글을 읽으니
크게 기대는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2.저는 알카라스 데뷔때부터
알카라스의 저 미친듯한 커버리지가 가능한 운동능력으로 인한 부상이 가장 큰 변수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부상만 아니라면 우리는 어쩌면
최소한 업적만이라도 미래의 goat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부터 시너를 밀고 시너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근래 시너의 행보는 저에겐
좀 실망스러운것도 사실입니다.
3. 올림픽은 모르겠어요 나달이 알카라스와 복식우승을 하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되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저는 복식에 더 관심이 갈것 같습니다
자주 부탁드릴께요. 다시한번 땡큐입니다
시너는 생각보다 잔디와는 잘 안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좋은 서브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잡아가기는 하는데, 랠리에서 하드코트에서만큼의 압도적인 강력함은 안느껴지더군요. 공의 바운드 높이 문제인지, 바운드의 불규칙성 때문인지, 미끄러운 잔디에서의 스텝 때문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윔블던의 경기력이 기대만은 못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윔블던에서의 성적을 두고 새 여자친구 때문이라는 등 이래저래 구설수도 많은 것 같구요. 제가 볼 때는 단순히 잔디에서의 적응이 아직 덜 되었기 때문이고, 본격적인 하드 시즌부터는 예전의 강력함을 다시 보여줄거라 생각합니다.
나달이 발이 느려져서 힘들어지겠지라고 지켜본게 한 5년 넘은거 같은데
진짜 그때가 왔네요.
드롭샷을 포기하고 크로스샷들을 못잡는 나달을 보는건 쉽지않겠어요
페더러 팬으로써 은퇴할 때 너무 슬펐는데, 이제 그의 친구인 나달도 은퇴가 가까이 온 것 같아 뭔가 또 울컥하는 마음입니다.
알카라스는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세+워크에틱에 더해 약점 보완이 된다면 정말 무시무시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걱정은 마치 전성기 호나우두와 같이 다이나믹한 움직임 때문에 몸에 부하가 걸려 부상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인데,
워낙 성실한 선수니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페더러 은퇴 후 뭔가 개인적으로 김 빠진 느낌이었는데, 알카라스라는 좋은 선수의 팬이 된 것 같은 이번 윔블던이었네요 ㅎㅎ
와 하나하나 공감하면서 봤어요 ^^
1.나달은 이제 빠르게오는 코너 샷들은 포기하더라고요 랠리가 길어지면 포핸드로 밀리기 시작하고...ㅠㅠ 정말 올해 올림픽 이후로 은퇴하지않을까해요 ㅠ아님 말씀대로 플레이스타일을 완전 바꾸면 모를까...반대로 조코비치는 정말 ㅎㄷㄷ
2. 알카라스 플레이스타일이 얼마나오래갈지 기대돼요 ㅎ 삼대장이후 게임...마지막한구샷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매직을 보여주더라고요 ㅎ
그리고
시너 이야기까지 해주시죠 ^^
글 읽다가 시너 평가도 궁금해졌거든요 ㅎ
3. 올림픽테니스 남자부복식이
관심이 많이가더라고요.. 세계탑랭커들이 복식경기.참가해서 저마다 의지를 불태우고 있더라고요 ^^ 나달 알카라즈 (과연 버스운전대를 잡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나달 조코비치가 2라운드 대진이 있다고 하던대. 이것도 ㅎㅎㅎ꼭 볼려고요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테니스 이야기 자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