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塞翁之馬)에 대해서는 2021.4.26일자에 언급을 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말 대신에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젊은 시절 배를 탈 때 다.프랑스 도크에 있을 때 상륙하여 시내에 나가 배에서 타고 다닐 자전거를 하나 샀었다. 메이커가 푸조였다. 망망대해를 항해시에는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전거를 타고 배를 한 바퀴 돌았다. 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데드 웨이트 26만톤으로 길이가 330m,폭이57m 나 되어 바다가 잔잔할 때는 배가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사방은 푸른 바다인지 녹색의 벌판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고 멀리 수평선은 나를 중심으로 크다란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었다. 자전거는 가볍고 페달을 밟으면 쑥쑥 나아갔다. 배의 갑판에는 통로가 있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non slip paint가 칠해져 있을 뿐더러 바깥쪽으로는 가드 레일이 처져 있어 바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돼 있다.
그배에서 하선하면서 분해조립이 가능한 자전거를 집으로 갖고 왔다. 당시 26평 아파트에 어머니 처 동생 아이들 대여섯식구가 함께 살았는 데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분해하여 장농 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구서동 아파트에서 안락동을 거쳐 대신동으로 이사를 몇번 했다. 나중에는 자전거를 탈 시간도 없어 내버려 두었더니 집사람이 보관하기 귀찮다고 다른 사람에게 주어 버렸다. 몇년이 지난 뒤 내 연구실에 있던 연구원이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자기가 타던 자전거를 나를 주고 갔다.
해운대로 이사를 와서 그 자전거를 끌고 나가 수영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가 보았더니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았다.
그렇게 해서 매일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빗길에 두어번 넘어지기도 하였지만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작년 년말 아주 추운날이었다. 날이 춥다고 운동하던 사람이 그냥 쉴수가 없어 옷을 두껍게 입고 나가 S자형 비탈길을 오르려고 페달을 힘껏 밟아 스피드를 내어 커브를 트는 순간 난간에 핸들이 부딪쳐 꼬꾸라지고 말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별로 다친데는 없는 것 같았다. 장갑을 벗어보니 손가락 하나가 약간 구부러져 있었다. 년말년초라 병원이 쉰다고 생각하고 공휴일이 지난 다음에 병원에 갔더니 손가락 힘줄이 나갔다고 뼈에 철심을 박아 기부스를 해주었다. 달포가 지난 다음 기부스를 풀어도 손가락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자전거 충돌로 고꾸라지면서 손가락만 다친 줄로 알았는데 며칠후 척추 MRI를 찍어 보니 척추4번과 5번 사이 디스크가 약간 밀려나왔고 황색인대가 척추관 속을 지나고 있는 신경다발을 압박해 걸음을 걸을 때 왼쪽 다리 저림이 왔다. 저녁에 잠잘 때 다리에서 쥐가 나기도 하였다. 매일 아침 테니스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쳐 라켙을 잡을 수가 없으니 테니스도 못하고 척추협착증으로 자전거도 못 타니 갑갑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떨 아이의 소개로 척추협착증부터 고치려고 부산대 양산캠퍼스를 찾아갔다. 현재 진행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다시 MRI를 찍고 혈액검사를 하였다. 혈액검사결과 뜻하지 않게 신장 수치가 상당히 좋지 않게 나왔다. 신장은 간과 마찬가지로 침묵의 장기로 알려져 있다.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걷기운동으로 불치의 병도 나았다고 하니 하루 만보걷기 목표를 2만보로 상향 조정했다. 새옹지마 대신에 새용지거가 될런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