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상징하는 펜타그램과 이것이 거꾸로 된 사탄의 역펜타그램. 그 중에서도 바포메트가 합쳐진 상징이다. 사탄의 힘을 부르는 상징인 역펜타그램, 그리고 바포메트는 사탄이즘의 대표적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것은 중세기독교적 인간상, 즉 신에 대해 복종하고 충성하는 인간상에 저항한,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표방되는 사탄이즘의 저항적 인간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사탄이즘, 즉 사탄숭배의 전통은 중세에서 시작된다. 중세를 지배했던 기독교와의 긴장관계속에서 사탄이즘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즉 '사탄숭배'는 기독교에서 인간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대상이라고 간주되는 '악령'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숭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탄숭배가 구체적인 종교현상이 된 것은 19세기말 경이다. 19세기 이후 전개된 사탄숭배는 중세이래 마녀나 마법사들이 행했던 신비한 관행을 근거로, 사탄이즘을 발전시켰다.
사탄이즘 혹은 사탄숭배단체들은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 대중소설·영화 등에서 관심갖는 사탄적 마력에 대한 신비한 접근들과 관련되며 지속되고 있다. 사탄(Satan)이란 단어는 본래 히브리어에서 온 것으로, '반대하는 자 혹은 비난하는 자'라는 어근에서 유래한다. 그리스인들이 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를 음역(音譯)함으로서 '사타나스(Satanas)'라는 말이 형성되었다.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디아볼로스(diabolos)'로, 사탄에 해당하는 영어인 'devil'이 여기서 유래한다.
사탄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사탄'의 상징적 의미는 '천사 루시퍼(Lucifer)의 이야기'를 통해 잘 드러난다. 천사 루시퍼는 기독교의 최고신에 해당하는 하나님에게 대항, 반항하였고, 스스로 죄를 범한 다른 천사들인 악마들의 대장이 된다. 즉 사탄주의자들이 자신을 사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 개인의 욕망과 자유의지를 억압하고 신 혹은 교회에 대한 충성만을 강조하는 기독교에 대한 저항이 담겨있다.
즉 사탄주의자들에게 '사탄'이란 신중심의 기독교의 교리와 규범이 강요하는 대로 자기를 부정하고, 자신의 의지를 꺽는 대신, 자기의 욕망을 긍정하고 자유를 누리는 주체라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탄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영적인 힘, 혹은 그런 힘을 가진 인격적인 존재를 가리킨다. 사탄숭배자들은 제식을 통해 사탄을 부르고 숭배하면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고 욕망을 성취할 수 있는 영적 힘을 갖게 된다고 믿고 있다.
펜타그램은 본래 왼쪽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형상을 나타낸다. 두개의 팔과 두개의 다리, 그리고 머리로 표현되는 꼭대기의 점은 인간의 형상자체이다. 이 상징에서는 이런 인간형상의 펜타그램을 기독교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와 연결시킨다. 아담과 이브는 사탄이즘에서 저항하는 기독교적 인간상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펜타그램이 기본적으로 인간과 우주의 신비를 담고 있는 소우주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이때의 펜타그램의 가장 위 꼭지점은 성령과 신성을 상징한다. 또한 우리의 영혼을 상징하기도 하다. 이 신성, 영혼은 밑에 있는 네개의 꼭지점들과 연결이 되기에 영적인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머지 네개의 꼭지점들은 각각 우주를 이루는 네가지 물질들인 물, 불, 흙, 공기을 나타낸다. 즉 상단부 왼쪽 꼭지점은 대지를 나타내며, 상단부 오른쪽 꼭지점은 공기를 나타낸다. 하단부 왼쪽 꼭지점은 불을 나타내고, 하단부 오른쪽 꼭지점은 물을 나타낸다.
펜타그램을 이런 방식으로 해석할 때는 보통 펜타그램의 주위에 원을 두르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은 펜타클(Pentacle)이라고 부르며, 이는 물, 불, 흙, 공기의 사요소와 영혼이라는 다섯가지가 신성 안에서 조화롭게 된 모습을 상징한다. 또다른 견해에 따르면 펜타그램은 인간이 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시 신에게로 가는 여정을 상징한다. 이때 펜타그램의 맨 위의 꼭지점은 신성을 상징한다. 이 꼭지점에서 왼쪽 하단부의 꼭지점으로 선을 그어내리게 되면 이는 신성이 높은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옴을 의미한다.
이 선은 다시 위로 올라가 오른쪽 중간으로 가게되는데 이는 원초적인 삶에서 진화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징한다. 이 선은 다시 왼쪽 중간으로 가게되는데 이는 인류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을 나타낸다. 즉 영리해지고, 부유해지고, 강력해지고, 제국과 문명을 건설하는 등의 과정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곧 쇠락을 불러오게 된다. 그리하여 펜타그램의 선은 다시 오른쪽 하단부로 내려오게 된다. 이것이 인류의 역사이다.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신성에서 유출된 것이기에 펜타그램의 선은 다시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높은 위치로 올라가서 신성과 하나되게 된다. 펜타그램을 이렇게 기독교적으로 해석한다면 펜타그램을 뒤집어 그리는 행위는 영혼을 가장 아래에 그려넣는 것을 의미하며 십자가를 거꾸로 세우거나 미사를 거꾸로 행하는 것과 같이 악마적 행위가 되는 것이다. 한편, 이 펜타그램에서 인간의 형상이 거꾸로 서게되면, 즉 오른쪽의 펜타그램 형상처럼, 두개의 뿔이 위로 향하게 되면 이것은 곧 악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지적 멸망, 무질서, 어리석음을 상징하게 된다.
역펜타그램은 (inverted pentagram)은 중세이래 서양의 마술사들사이에서 대우주에 대비되는 인간을 의미하는 소우주(microcosm)의 상징, 나아가 모든 신비적 힘의 총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역펜타그램은 사탄의 힘이나 지옥의 힘을 불러서 사탄의 왕국을 이 땅에 실현시키는 사탄이즘적 상징이었다. 그래서, 역펜타그램은 사탄숭배자들의 대표적 상징이 된 것이다. 위로 향하는 두개의 뿔을 가진 역펜타그램은 염소형상과 함쳐져서, 사탄 혹은 안식일의 염소(the goat of Sabbath)를 나타낸다.
염소형상의 위로 향하는 펜타그램은 사탄이즘의 대표적 상징으로 흔히 '바포메트(Baphomet)' 혹은 '멘디스의 염소(Goat of Mendes)'라고 불린다. 바포메트는 성적 욕망과 육체적 만족을 상징하는 염소머리를 가진 신이다. 타로카드(Tarot Card) 중 최고의 카드에서도 볼 수 있으며, 중세의 마법전통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징이다. 이것을 사탄주의에서 받아들여서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표현되어 대표적인 상징으로 사용하였다. 레비의 사탄교회라는 대표적 사탄이즘단체의 로고도 이 바포메트이다.
바포메트신이 유럽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십자군의 일원이었던 중세의 템플 기사단(성당기사단)들의 역할이 크다. 이들이 이슬람 지역에서 유럽으로 귀환하면서 이교도의 종교의례를 배워왔고, 그들이 섬겼던 신이 바로 베포메트였던 것이다. 바포메트라는 이름 자체도 이슬람의 시조인 모하메드(무함마드라고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의 이름이 변형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 바포메트라는 신은 염소의 얼굴에 여성의 몸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보다 흔하게는 펜타그램을 거꾸로 뒤집은 형태 즉 밑부분에 하나의 꼭지점이 있고 위에 두개의 꼭지점이 있는 형태 안에 염소의 얼굴이 담긴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역펜타그램에 대해 기독교 전통에서는 악마, 즉 바포메트, 마녀의 발, 인간의 참된 본성이 뒤집어진 모습이라고 하여 이단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두 펜타그램은 그리스도교가 상징하는 인간상과 이런 중세그리스도교에 반발하여 생겨난 사탄숭배주의자들의 인간상의 대조되는 양상을 표현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첫댓글 템플기사단이 바포메트를 섬겼다는건 종교재판소에서 내세운 명분이고, 실제로는 정말 섬겼는지 어땠는지는 모릅니다. 필립4세가 쓸어버리면서 이단죄목을 내세웠고, 이게 당시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이런저런말이 나온거였습니다. 그들을 화형대에서 구워버린 원인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문제가 결부되서 생긴문제였고, 당시의 교황권의 약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성지보호를 목표로 만들어진 기사단이 이단죄목으로 전멸 한 덕분에 소설가들에게 좋은 소재거리를 제공하기는 했습니다만.